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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태양의 후예>(한국방송2)가 열병에 가까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3일 시청률 30%를 넘어섰다. 평일드라마로는 <별에서 온 그대>(에스비에스 2013년 12월~2014년 2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사실, 이 성공은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다. <태양의 후예>는 김원석 작가의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국경 없는 의사회>가 원작이다. 김은숙 작가가 공동 집필자로 합류하면서 유시진은 의사에서 군인이 됐다. 재난 드라마에서 사실상 멜로드라마가 됐다. 그러나 김은숙 작가가 합류했어도 방송사들은 시큰둥했다. 제작비만 130억원이다. 요즘처럼 곧잘 망하는 상황에서 비싼 돈 들여 연애하려고 전쟁터까지 나갈 이유가 없다. 에스비에스가 편성을 포기한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한국방송도 걱정은 컸다. 송혜교에 송중기까지 붙으면서, 제작사가 중국에 판권을 선판매하고 받은 돈으로 제작비를 일부 충당하는 등 실패 시 방송사의 대미지를 줄였다.
우여곡절 끝에 전파를 탄 <태양의 후예>는 그간의 맘고생을 보상받으려는 듯 정신 못 차릴 정도로 휘몰아친다. 프랑스, 일본 등 총 32개국에 판권을 판매해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한다. 시청률 40%의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대박 탄생에는 늘 부작용이 따른다. 꼭 주변 사람들이 말썽이다. <태양의 후예>도 인기에 숟가락 하나 얹으려는 이들이 드라마에 스크래치를 내고 있다. 한국방송은 아예 <태양의 후예> 홍보채널을 자처하고 나섰다. 송중기를 <케이비에스(KBS) 9시 뉴스> 스튜디오에 출연시켜 앵커와 인터뷰를 하게 했다. <출발 드림팀>에서는 과거 송중기가 나온 부분을 편집해 보여줬다. <연예가중계>에는 진구 인터뷰 등, 거의 매회 관련 아이템이 등장한다. 오에스티를 부른 케이윌은 <뮤직뱅크>에 출연해 주제곡을 불렀다.
사기꾼들도 활개를 친다. 자신을 송중기 매니저라고 사칭하며 중국 팬들을 상대로 가짜 팬미팅 정보를 흘려 돈을 가로채려는 이들이 등장했다. 이제는 대통령까지 거든다.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태양의 후예>가 해외관광객 유치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식의 칭찬을 늘어놓은 게 화근이 됐다. 드라마 속 우르크 태백부대의 일부는 태백 폐탄광인 한보탄광 안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태백시는 지난해 11월 드라마 촬영이 끝난 뒤 세트를 철거했는데, 대통령의 한마디에 재건을 추진한다고 해 빈축을 사고 있다. 다 우리 돈, 세금이다.
2년 만에 등장한 ‘스타 탄생’에 너무 고무됐다. 자꾸 이용하려 들면, 피해 보는 건 <태양의 후예> 아닐까.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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