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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6일 <개그콘서트>(한국방송2) ‘이럴 줄 알고’ 코너에 이수근과 김준호가 나왔다.
콩트 내용은 이랬다. 두 사람은 그림의 진품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여긴 정말 오랜만이군”(이수근) 이런저런 얘기 뒤에 김준호가 그림이 가짜라고 주장한다. “가짜다. 내기할래?”(김준호) “약속했잖아. 다시는 (내기) 안 하기로!”(이수근) “맞아. 다시 한번 약속해 줘~.”(이수근 김준호) 두 사람 모두 도박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공통된 ‘과거’를 개그 소재로 활용했다. 방송 직후 <개그콘서트> 홍보대행사는 “흑역사로 웃기는 천상 개그맨”이라며 자화자찬하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물의 빚은 연예인들의 복귀가 이어지면서, 과거 잘못을 웃음 소재로 활용하는 경우가 잦다. 노홍철의 음주 전과도 그가 진행하는 <어서옵쇼(Show)>(한국방송2)에서 종종 웃음 장치로 활용된다. 도박으로 활동을 중단했다가 복귀한 탁재훈은 <라디오 스타>(문화방송)에서 춤을 추면서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는 ‘사죄송’을 추기도 했다.
‘사고 치고 잠정 은퇴 뒤 복귀’는 물의 연예인들이 일터로 돌아오는 공통된 방식이다. 그러나 별다른 언급 없이 묵묵히 일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과거’를 웃음 소재로 활용하며 ‘이슈몰이’를 하는 게 예사다. 그들은 “사과를 안 하고 넘어가기도 그렇고, 정색하기도 그렇다. 보는 이들도 편하게 받아들 수 있는 사과 방식”이라고 하지만, 어물쩍 넘어가 보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 논란으로 화제가 된 연예인은 웃음으로 여론을 희석시킬 수 있고, 제작진은 이슈를 시청률에 활용할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기 전략’이다.
그러나 법을 위반한 잘못을 웃음 소재로 활용하고, 이를 시청률에 이용하겠다는 연예인과 제작진의 암묵적 합의는 연예계 전반의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킨다. 연예인들 스스로 경각심을 낮출 우려도 크다.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는 여성 폄하 막말로 논란이 일자, 사과 기자회견을 한 직후 바로 <코미디 빅리그> 녹화에 참석해 이를 소재로 웃음을 자아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시청자들에게 범죄조차도 재미있는 에피소드 정보로 여겨질 수 있는, 잘못된 문제의식을 심어 줄 수 있다.
이런 풍토가 논란에 논란이 거듭되는 사태를 낳는다. 최근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던 이주노가 클럽에서 여성들을 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배우 윤제문은 음주 운전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이창명에 강인 등이 음주 운전으로 물의를 빚고, 박유천이 성폭행 의혹으로 시끄러운 시점에 비슷한 문제를 일으켰다. 평소 잘못을 하다가도 시끄러워지면 조심하기 마련인데, 연예인들은 심각성을 모르는 걸까 모른 척 하는 걸까. 혹시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연예계 풍토가 그러거나 말거나 배짱만 키운 게 아닐까.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