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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에 살던 사람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책상 속에 잠든 초고부터 500석에 이르는 중극장 작품까지 서울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일련의 공모 과정을 통과한 <왕서개 이야기>의 김도영(32) 작가는 원작을 이렇게 소개했다. 중일전쟁 이후 만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을 비롯해 모티프가 됐던 <무순 6년> 등 그의 전작들을 보니 무거운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궁금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근현대사를 주로 다룬 것은 맞지만 그보단 어떤 역사책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소소한 사람들 이야기에 관심이 있습니다.” 실제로 작품을 본 관객들은 “우리 땅에서의 역사는 아닐지라도 계속해서 이때의 이야기를 바라봐달라”고 부탁할 정도란다. 그런 역사적 사명감 때문일까. 때로는 비슷한 시기와 소재를 다루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제는 자신만의 역사책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28일~11월8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개되는 연극 <왕서개 이야기>는 1900년대 초반에 펼쳐졌던 중국과 일본의 서사시가 아니다. 오히려 전쟁 때문에 가족과 사냥터를 잃어버린 한 인물의 일상을 다루었다. 더는 회복할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주인공은 자신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붙인 일본군을 찾아 나선다. 사냥꾼이 자신의 매에게 왜 약속을 지킬 수 없는지 이유를 들려주듯 한 인간의 관점에서 복수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김 작가는 극작 외에 번역과 각색에도 참여한 낯선 경험담을 들려주며, 앞으로 다루고 싶은 분야에 대한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저도 글을 다루기 때문에 원작이 무겁게 다가와 서툴렀지만 공부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드러나지 않은 개인사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작품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김도영은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재학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심야정거장> <빛의 연인들>(이상 2013),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4.699> <못>(이상 2014), <로드 시어터>(2015), <리비도 3부작>(2016), <나는 개새끼로소이다>(2017), <무순 6년>(2018), <왕서개 이야기> <아록과 루시> <수정의 밤>(이상 2019)이 있다. 이 중 <왕서개 이야기>는 독자투고 시스템 ‘초고를 부탁해’(2018), 낭독공연 ‘서치라이트’(2019)를 거쳐 올해의 시즌 작품으로 선정됐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