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중의 쿠킹 허니

뭐가 제일 맛있었어? 샐러드요!

등록 : 2016-07-07 16:09 수정 : 2016-07-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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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오늘 뭐가 제일 맛있었어?” 내가 사람들을 불러서 뭔가 특별한 요리를 해 주고 난 다음에 늘 물어보는 것이다. 칭찬을 더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종의 평가다.

물론 사전에 초대받은 사람이 후추·고기·굴 등을 꺼리는지 묻기는 한다. 하지만 요리 방식은 거의 내 생각대로 한다. 내 원칙은 보통보다 더 많은 품이 들어간 요리를 내놓는 것이다. 전복을 그냥 굽거나 찌는 게 아니라 내장을 이용해 소스를 만들어 내놓거나 하는, 조금 낯선 방식으로 요리한다. 공이 많이 든 만큼 효과는 좋다.

하지만 손님의 생각은 달랐다. 내가 공들인 음식이 아니라 뜻밖의 음식을 맛있다고 할 때가 제법 있다. 그래서 요리에서 평가는 중요하다. 이게 요리 공부에 꽤 도움이 된다.

칭찬에도 여러 결이 있는데, 결 뒤에 숨어 있는 본심을 알아내기는 그리 쉽지 않다. 객관적으로 듣기 위해 모임이 끝난 뒤 카톡으로 물어본다. 그래야 좀 더 솔직한 답을 들을 수 있다. 식사하자마자 대놓고 물어보면 칭찬해 달라는 뜻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럴 때에는 서로 어색해진다.


얼마 전에 좋아하는 후배들에게 요리를 해 줄 기회가 있었다. 귀한 걸 대접하고 싶어 전복 풀코스를 내놓았다. 내가 잘하는 전복밥에 근댓국까지…. 내심 자신이 있었다. 평가의 순간이 왔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그날 비용을 100으로 잡으면 10도 안 되는 샐러드(사진)에서 몰표가 나온 것이다. 심지어 여자 후배들은 100%였다. 다소 허탈감도 들었지만 후배들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여성들은 샐러드에 배점이 높다는 게 후배들의 이야기였다. 샐러드가 저칼로리 건강식인데다 최근에는 샐러드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도 많아 관심이 높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샐러드를 제대로 맛나게 하는 집은 드문 게 현실이라고. 샐러드의 역습이었다.

물론 그날 샐러드도 그저 뚝딱 만든 건 아니었다. 내 생각에 샐러드의 핵심은 드레싱보다 채소다. 채소는 루콜라와 아스파라거스가 들어가면 실패 확률이 적다. 씹는 맛과 향이 남달라진다. 그날은 아스파라거스에 견줘 가격도 싸고 손질도 편리한 루콜라를 챙겼다.

거기에 내가 하나 더 마음을 쓴 채소는 토마토였다. 끓는 물에 데쳐 껍질을 벗긴 방울토마토를 매실청에 넣어 사흘 이상 재웠다. 매실청에 절이면 달다. 하지만 샐러드와 버무리면 단맛이 오히려 식욕을 자극한다. 방울토마토 20~30개에 매실청 1컵을 넣고 하루쯤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후배들이 가장 큰 반응을 보인 건 이 토마토였다. 루콜라와 절임토마토가 해산물의 왕이라는 전복을 누른 것이다.

샐러드는 보통 코스 요리의 출발점이다. 요리의 출발점이 고기가 아니라 고기 맛을 잡아 주는 채소인 것과 비슷하다. 어떤 채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샐러드는 그저그런 밑반찬 같은 메뉴가 아니라 메인 요리 뺨치는 풍성한 요리가 될 수도 있다. 여름은 가늘고 연약한 채소가 힘을 갖는 시기다. 채소를 더 느껴 보자.

글·사진 권은중 <한겨레> 기자 details@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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