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메타버스로 진행한 진로상담 “신기해요”

강북·도봉·서초·성동·용산구 등 3차원 가상세계 활용해 비대면 서비스 제공

등록 : 2021-09-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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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치구들이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 활용에 나섰다. 진로상담, 교육, 콘서트, 전시회, 수료식 등 활용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어 향후 새로운 공공서비스 영역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도봉구가 직접 만든 아바타 기반 메타버스를 이용해 진로상담을 하는 모습.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온라인 서비스 관심·참여도 높이려

메타버스 플랫폼 쓰거나 자체 제작

재미와 흥미 더해지고, 능동성 높여

“좋은 의도…목적·목표는 더 명확해야”

디지털 가상공간 ‘메타버스’가 자치구의 행정 서비스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기술을 이용해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서울 자치구들의 메타버스 활용 수준은 아직은 초기단계다. 주로 비대면 서비스 이용자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진로상담, 교육, 콘서트, 전시회, 수료식 등 활용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어 향후 새로운 공공서비스 영역을 만들어갈것으로 보인다.


도봉구는 8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메타버스 진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봉구민청을 메타버스 공간으로 만들었다. 학부모, 학생은 각자 디지털 분신인‘아바타’를 만들어 구민청 로비에서 대학·학과별 상담방을 골라 들어간다. 멘토는 자신이 소속된 대학과 학과를 피피티(PPT) 자료 화면에 띄워 소개하고 질의응답하며 상담을 해나간다.

“아바타로 상담하니 신기하고 재밌어요.” 김주연(20)씨가 9월11일 오전 도봉구청에서 메타버스 진로상담을 마친 뒤 소감을 말했다. 대학생인 김씨는 “멘티들도 부담을 덜 느끼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용법도 게임을 하듯 키보드를 조정하면 돼 어렵지 않았단다. 자녀와 함께 참여한 한 학부모는 “(메타버스 공간으로) 들어가는 게 조금 어려웠지만, 관심있는 학과에 맞춰 상담을 받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며 “재밌고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청소년, 학부모가 안전하게 진로상담을 받을 수 있는 방안으로 마련됐다. 도봉구는 줌 화상회의 방식을 검토했는데, 참여자들이 비디오와 오디오를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집중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어 접었다. 대신 관심과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메타버스 공간이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메타버스 진로 멘토링 방식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봉구는 이번 진로상담이 끝난 뒤에도 홍보 등에 메타버스 활용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신 교육 관련 메타버스 개발 경험이 있는 업체를 추천받아 자체 개발했다. 3천만원가량 예산이 들었고, 현재 동시 접속가능 인원은 30명 정도다.

강북구는 평생학습강사 양성과정에서 ‘메타버스 활용하기’ 교육을 한 뒤 수료식을 메타버스에서 열었다.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town)을 활용해 강의실 공간을 만들고 수강생들은 졸업가운을 입은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수료식에 참여했다. 20~60대의 다양한 연령대 수강생들은 서로 도와가며 수료식을 진행했다. 제시영 강북구 교육지원과 주무관은 “참여자들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들 했다”고 전했다. 참여자 대부분이 하반기 심화 과정도 신청했다고 한다. 청소년센터, 복지관 등 기존 시설을 메타버스로 조성해 운영하는 자치구들도 있다.

익숙한 공간을 메타버스로 만들어 참여자들의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길 기대하는 것이다. 성동구가 운영하는 시립성동청소년센터는 4월 센터 공간을 메타버스로 만들어 비대면 소통과 활동의 장으로 활용한다.

최근엔 청소년 100인 기획단이 정책 의제선정을 위해 토론하고, 10대 의제를 뽑아 투표를 거쳐 최종 3개를 정하는 과정이 메타버스에서 이뤄졌다.

서초구는 9월에 어르신 문화여가 복합시설 ‘서초 느티나무 쉼터’를 메타버스에 옮겨왔다. 구는 중장년층 디지털 격차 완화를 위해 2019년부터 신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올해는 메타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게 복지관과 함께 기획했다. 네이버제트(Z)가 개설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me)를 활용해 예산도 들지 않았다. 송규선 서초구 어르신복지과 주무관은 “체험에 그치지 않고 미니 콘서트, 전시회도 열 계획”이라고 했다.

용산구는 부동산 중개소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메타버스를 만들었다. 9월10일부터 용산구청 누리집에 연결된 배너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서울시 전역을 3차원 가상세계로 구축한 디지털 트윈 공간(S-Map)에서 용산구 등록 부동산 중개사무소 912곳의 정보를 볼 수 있다. 사무소 내부와 부동산정보, 중개보수, 거래정보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 기반의 비대면 행정 서비스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2.0’을 발표하면서 메타버스를 포함한 초연결 신산업 육성을 디지털 뉴딜 분야의 새 과제로 추가했다. 메타버스 기반의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해 국민이 편익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방형으로 구축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국민체감형 디지털 전환에 9조3천억원이 내년 예산으로 잡혀 있다.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의 저자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여러 자치구가 메타버스를 활용해 구민들과의 소통을 다양하게 풀어내려는 의도는 좋지만 목적·목표를 좀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타버스에서 구민들이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가치를 얻게 되는지, 결과적으로 이런 가치가 자치구 행정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다른 자치구에서도 활용하니 우리도 최신 트렌드를 빨리 적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서두르기보다는 목적, 목표를 먼저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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