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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갤럭시 스튜디오’ 내 ‘기어 VR 스테이션’에서 관람객들이 4D 롤러코스터의 스릴을 즐기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공사 뒤 확장현실 체험관 개관
MR 장비 쓰니 별들 쉴새없이 몰려와
AR로는 아이패드 속 우주 ‘입체 체험’
VR 자동차 경기는 엔진소리도 ‘생생’
확장현실 체험 장비는 각각 달랐지만
다양한 체험 경험에 창조세계 깊어져
프로그램도 친숙·흥미 더 갖출 예정
“뭐? 확장현실? 나도 갈래. 사진 찍어줄게.” 우리 동네에 확장현실(XR) 체험관이 생겼다는 소식에 마침 휴가 중이던 남편이 반색했다. 새로운 디지털미디어 장비가 나올때마다 사거나 빌려서 기어코 남보다 먼저 체험하고야 마는 얼리어답터답게 남편은 신이 나서 앞장섰다. 체험관이 생긴 곳은 서울특별시교육청 과학전시관 남산분관 지하 1층. 이곳의 천체투영관에서 우리 가족은 계절이 바뀔 때 마다 별자리를 봤다. 그런데 한동안 내부공사로 문을 닫았던 이곳이 지난 연말 드디어 재개관했다는 소식이 홈페이지에 뜬 것이다. 확장현실 체험시설까지 새로 갖췄다는 뉴스와 함께.
“뭐? 확장현실? 나도 갈래. 사진 찍어줄게.” 우리 동네에 확장현실(XR) 체험관이 생겼다는 소식에 마침 휴가 중이던 남편이 반색했다. 새로운 디지털미디어 장비가 나올때마다 사거나 빌려서 기어코 남보다 먼저 체험하고야 마는 얼리어답터답게 남편은 신이 나서 앞장섰다. 체험관이 생긴 곳은 서울특별시교육청 과학전시관 남산분관 지하 1층. 이곳의 천체투영관에서 우리 가족은 계절이 바뀔 때 마다 별자리를 봤다. 그런데 한동안 내부공사로 문을 닫았던 이곳이 지난 연말 드디어 재개관했다는 소식이 홈페이지에 뜬 것이다. 확장현실 체험시설까지 새로 갖췄다는 뉴스와 함께.
서울특별시교육청 과학전시관 남산분관에선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2를 착용하고 확장현실(XR) 우주를 체험할 수 있다. 별들이 눈송이처럼 떨어진다.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 제공
남산분관 탐구학습관 제3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붙잡은 것은 둥그렇게 휘어진 대형 스크린이었다. 천장에는 빔프로젝터 석 대가 붙어 있었다. 그 아래 거치대 위엔 다섯 대의 아이패드와 한 대의 헤드셋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헤드셋부터 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혼합현실(MR) 장비, 홀로렌즈였다.
해설사가 장비 착용을 도와줬다. ‘확장현실 우주’가 열렸다. 동그란 로봇이 눈앞으로 튀어나오더니 “저는 우주 체험을 도와드릴 로봇, 갤럭시입니다” 하며 재잘거렸다. 새로 태어난 별들이 멀리서 반짝이다가 실타래 혹은 소용돌이 모양으로 커지면서 셀 수 없이 몰려왔다.
헤드셋에 달린 투명 유리 앞으로 별들이 눈송이들처럼 날아들었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했다. 그러나 손에 닿기 전에 사라졌다. 헤드셋이 빚어낸 홀로그램, 즉 입체영상이었으니까. “실제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재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갤럭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주 절경에 사로잡혔다가 정신을 차리니 9분의 상영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있었다. 시각 체험이 강렬해서인지 해설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증강현실(AR) 체험도 궁금했던 터. 남편한테 MR 헤드셋을 넘기고, 이번엔 AR로 우주를 체험했다. 육안으로는 흐릿하게 뭉쳐 보이던 별들이 아이패드 속에서 선명한 입체로 알알이 살아났다. ‘갤럭시’가 말했다.
“은하단은 꾸준히 성장하면 은하, 기체, 그리고 암흑물질을 모두 합친 질량이 태양의 500조 배인 거대 은하단으로 성장한대요. 500조라니 상상도 안 가네요! 제가 살고있는 우주지만 너무 신비로운 것 같아요.”
서울특별시교육청 과학전시관 남산분관에선 가상현실 장비 오큘러스 퀘스트2와 컨트롤러로 메타버스 레이싱을 체험할 수 있다.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 제공
해설자는 이번엔 가상현실(VR)을 체험해보자며 ‘메타버스 레이싱’ 테이블 앞으로안내했다. 오큘러스 퀘스트2 헤드셋과 컨트롤러(조정장치)를 착용했다. 시야가 자동차경주장으로 바뀌었다. 헤드셋을 통해 자동차 운전법과 경기규칙을 설명하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여기저기에서 엔진 소리가 들렸다. 당황스러웠다.
“엇엇, 잠시만요! 저는 운전면허가 없어요!”
허둥거리다 조정장치의 출발 버튼을 눌렀나보다. 자동차가 천천히 난간 쪽으로 굴러갔다. 곧 부딪힐 것 같았다. 가상의 손으로 핸들을 잡아 한껏 돌렸다. 도로로 차가올라왔다. 약간 자신감이 붙었다. 가속했다. 급커브가 나왔다. 브레이크가 어떤 거더라, 하다가 난간을 들이받았다. 게임은 순식간에 끝났다.
박상훈 동국대 교수가 증강현실(AR) 레이싱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 제공
이 두 가지 콘텐츠와 핵심 장비는 동국대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개발지원을 받아 개발해 과학전시관에 기증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고등과학원,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의 형성과 은하의 기원에 대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제공했다. 이를 XR로 구현하기 위한 고사양 컴퓨터 시스템과 전시 공간은 남산분관이 마련했다.
그런데 XR는 무슨 뜻일까. MR, AR와 무엇이 다를까. XR체험관의 콘텐츠를 개발한 박상훈 동국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그는 전문용어 하나 없이 쉬운 말로 설명했다.
“증강현실(AR)은 디지털세계가 현실 속에서 보입니다. 혼합현실(MR)은 현실과 함께 보이고요. 가상현실(VR)은 현실세계가안 보입니다. 이 모든 걸 합쳐서 확장현실(XR)이라고 부릅니다.”
차이는 장비에서도 드러난다. AR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로 체험할 수 있다. 게임 ‘포켓몬 고’가 한 예다. 이 게임 이용자가 스마트폰 렌즈에 거리, 숲 등 현실공간을 비추면 현실에 없는 캐릭터들이 나타난다. 카메라가 촬영한 현실세계의 영상 위에 디지털 모델을 덮어씌워서 만든 게임이다.
반면 VR 장비는 이용자의 시야를 완전히가린다. 컨트롤러를 손에 든 이용자는 디지털세계 속의 물체, 존재들과 상호작용한다. 대신 현실세계는 볼 수 없다. 디지털 가상환경만 볼 수 있다. 그래서 몰입감이 가장 높다.
MR 장비는 현실세계 속에서 디지털세계를 보면서 상호작용하게 해준다. ‘확장현실 우주’ 체험 때 썼던 ‘홀로렌즈’가 그런 장비다. 여기 쓰인 투명 렌즈는 광 도파관(Optical Waveguide)이다. 이것은 빛을 일정 영역에 가둬 넣어 전송하는 회로 또는 선로다. 덕분에 입체적인 홀로그램 영상을 만들수 있다.
MR 장비엔 머리와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센서가 달려 있다. 이 센서가 현실세계를 스캔해 3차원 구조로 인식한 뒤 좌표 공간 내에 디지털 모델을 배치한다. 그래서 MR는 침술 실습, 인체 내부구조 학습, 기계 정비나 산업공정 학습, 가상투어 등 상호작용이 필요한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이런 기술은 인간이 체험할 수 있는 현실의 범위를 넓혀준다. 박 교수는 “XR 등 실감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실세계와 사이버가상세계를 공유하고 연결하는 ‘메타버스’콘텐츠가 함께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넓은 의미에서 메타버스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통합되는 창조의 세계”라고 그는 정의했다.
앞으로 과학전시관과 동국대는 더 다양한 XR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다. 임주섭남산분관장은 “현재 제공 중인 ‘확장현실우주’ 콘텐츠는 고등학생 이상 관람자에게 적합한 내용”이라며 “앞으로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더 친숙하고 흥미로운 XR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때쯤이면 짧은 체험에 아쉬워하며 헤드셋을 벗던 남편이나, 어려울 것 같다며 동행을 거부한 열 살짜리 딸도 디지털세계로 현실세계를 확장하는 체험을 더 즐길 수 있을까.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
자문: 박상훈 동국대 영상대학원 멀티미디어학과 교수
참고 자료: ‘메타버스 기술 동향’(한국블록체인학회,
박상훈, 2021년 11월), <광용어사전>.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