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문화재단 톺아보기

“풀뿌리 예술인 역할 확장하며 지역 예술 생태계 구축”

‘지역문화의 허브’ 자치구 문화재단 톺아보기③ ‘문화예술로 모두가 행복한 도시’ 추구하는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등록 : 2022-04-21 16:46 수정 : 2022-10-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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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강조한다. 창작자이자 작가이기도 한 김 이사장은 이에 따라 노원문화재단의 활동에서도 내로라하는 예술인을 초청하기보다는 지역민에게 문화·예술을 생산하는 ‘판’을 깔아주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노원문화재단은 설립된 지 만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전국 250여 개 문화예술회관 가운데 최우수 문예회관으로 선정됐다.

설립 3년 만에 ‘전국 최우수 문예회관’

김 이사장, 기자·교사 등 다채로운 경력

‘사람이 바뀌어야 마을이 바뀐다’ 원칙

유명인 초청보다 ‘지역민에게 기회’ 중시

권역별로 문화PD 육성해 ‘콘텐츠 변화’

‘예술인 전문상담소’ 인기…전국에 전파

주민 소원 실현 프로, ‘일상 속 감동’ 구현


“지역민·예술인 예술 싹 피우게 도울 것”

노원문화재단은 설립된 지 만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전국 250여 개 문화예술회관 가운데 최우수 문예회관으로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다른 문화재단에 비해 후발주자이면서도 단기간에 우수 재단으로 뿌리내린 것이다. 그 비결은 △지역 주민을 예술의 생산자·주체자로 세우기위한 자리 마련 △지역 곳곳을 찾아가는 문화서비스 제공 △예술인의 창작환경 개선 등을 통해 ‘문화예술로 행복을 누리게 만든다’는 원칙에 충실한 것이었다.

창작자이자 작가이기도 한 김승국 이사장은 “굳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는 다양한 장르의 명인·지도자를 취재했던 건축·문화잡지 월간 〈공간〉의 편집부기자, 내로라하는 전통예술인 교사와 학생을 접했던 예술고등학교 교사를 거친 경력에서 비롯했다. 김 이사장은 그 과정을 거치면서 김덕수 사물놀이의 시작, 오태석 1인극의 성장 그리고 예술고 학생들이 지루할 것 같은 전통음악을 신선하게 변주해내는 모습 등을 목격했다. 모두 “사람이 이끌어내는 변화”였다.

문화재청 전문위원으로서 정부의 ‘전통예술 중장기 태스크포스(TF)’에도 참여했던 김승국 이사장은 인적 네트워크나 문화예술계에서의 입지가 모두 굳건하다. 그럼에도 그는 재단 사업에 내로라하는 예술인을 초청하기보다는 지역민에게 문화·예술을 생산하는 ‘판’을 깔아준다. 지역민들을 문화·예술의 생산자이자 주체자로 세우는 데 힘을 쏟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문화재단의 역할은 물조리개와 같다”고 말하면서, 사무실 곳곳에 놓여 있다는 물조리개 모형을 웃으며 들어 보였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그는 버스킹이나 경춘선 숲길, 화랑대 철도공원, 당현천 등의 거점 공간에서의 예술공연 등에 지역 예술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역 예술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에는 ‘노원왓수다 문화피디(PD)’ 프로젝트, 문화지도 구축 등이 있다. 올해로 3기를 선발하는 ‘권역별 문화PD’는 문화예술에 관심 많은 지역민에게 문화기획과 현장 조사 등의 교육을 진행한 뒤 직접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재단은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문화지도’에 지역의 전문예술인, 전문 예술단체, 생활문화동아리, 노원구 문화시설 등의 정보를 담았다. 연중 꾸준한 홍보와 재단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등록을 필수조건으로 삼고 있다. 재단은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데이터베이스(DB)를 확장하고 있다.

이어 관내 문화예술인의 창작환경을 개선해 안정적으로 활동을 전개해나가도록 촘촘한 지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거리예술 창작지원사업, 신진 청년예술인 창작 지원사업, 예술인 재능 매칭과 일자리 플랫폼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또한 예술인에게 낯선 복잡한 행정 처리를 돕기 위해 재단 건물 3층에 ‘노원하랑’이라는 전문상담소를 상시 운영한다. 온라인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관내 예술인을 대상으로 전문예술인 자격을 위한 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증명 신청을 중심으로, 예술인 지원사업 안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어느 재단보다도 앞서 지역예술인 상담소를 운영한 덕분에 예술인복지재단의 주목을 받아, 비슷한 상담소가 다른 지역에 전파되는 것을 돕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또 ‘가족 단위로 문화를 즐기는’ 요즘 세대의 문화를 반영하기 위해 지역축제에도 주목했다. 김 이사장은 지역 축제란 “전통 마을굿의 함께 즐기는 ‘대동’, ‘동락’, 협동하는 ‘상생’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여겼다. 그는 노원문화예술회관장을 역임하던 시절 과거 양주 별산대 문화권이었던 지역 특성에 착안해 ‘노원탈축제’을 만드는 데 산파역을 했다. 감염병 확산으로 잠시 쉬고 있지만 노원탈축제는 지역 축제 중에서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기로 손꼽힌다.

지난해 가을 진행된 ‘노원달빛산책’의 한 장면. 코로나 시기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았다

지난 2년 동안 계속된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는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즐길 수 있는 ‘노원달빛산책’을 안전하게 운영했다. 전시에 활용되는 작품 설치 때 어디에나 있는 모형이 아닌, 주제에 맞는 독특한 등 전시물을 새로 제작해 특별함을 살렸다. 이후에는 서울과학기술대, 서울여대, 육군사관학교 등 7개 지역대학의 청년이 자연스레 모여드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대학 밀집 지역인 경춘선 화랑대 철도공원을 중심으로 ‘노원수제맥주축제’를 준비 중이다.

2021년 어린이날을 맞아 노원어린이극장에서 진행한 공연 ‘안녕! 도깨비!’. 서울에서 두 번째로 설립한 노원어린이극장은 현재까지 100% 가까운 객석 점유율을 이어가고 있다.

김 이사장은 또 어린이를 위해서는 이른 시기부터 여러 문화를 경험하면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공연장에서 예술인들이 직접 진행하는 ‘교과서 예술여행’을 통해 우리/외국 음악, 우리/외국 춤을 골고루 경험하게했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취학 전 유아에게도 유사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다”며 프로그램 확대를 꿈꾸고 있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설립한 ‘어린이극장’은 기획 공연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현재까지 100% 가까운 객석 점유율을 이어가고 있다.

돌아오는 어린이날에서 어버이날까지의 주간에도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하여 국비 지원으로 제작한 <불 켜는 아이>를 공연할 계획이다.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들로부터 소원을 신청받은 뒤 이를 차례로 실현해주는 ‘네 소원을 말해봐! 놀라딘의 예술램프’의 한 장면.

김 이사장은 이처럼 대규모 프로그램과 행사를 이어가면서도 작은 단위의 프로그램도 놓치지 않았다. ‘네 소원을 말해봐! 놀라딘의 예술램프’도 그중 하나다. 코로나19 대응 신사업의 하나로 2021년 3월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들로부터 소원을 신청받은 뒤 이를 차례로 실현해주는 프로젝트다.

김 이사장은 “이를 통해 주민 개개인에게 가족사진과 프로필 사진 찍기, 원데이 클래스 참여, 책 만들기, 생일파티 등 일상 속 감동을 전해줬다”고 평가한다. 그야말로 ‘사람’을 향한 진심이 엿보이는 사업이다.

올해 관내 도서관과 협업해 진행하는 인문학 북콘서트의 명칭 ‘인지하지 못했던 사사로운 것들’처럼, 사적인 욕구와 희망을 들여다 봄을 통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인지하게 한 것이다. ‘인지하지 못했던 사사로운 것들’은 4월부터 오는 10월까지 매월 마지막주인 문화가 있는 날 주간에 진행한다.

재단이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교과서를 쓰자”이다. 다채로운 문화를 서비스하여 ‘모두가 행복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원칙에 충실하고 선도적인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모범이 되자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사업도 ‘재단이 직접 기획하고 주민이 따라오라’고 이끌지 않는다. 다만 ‘지역민과 예술인이 피워내는 다채로운 싹’이 만개하도록 돕고자 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유진아 객원기자 jina6382@naver.com

사진 노원문화재단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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