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쏙 과학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고”…서울에서 타본 자율주행 운전 차

㉚ 서울자율차’에서 배우는 자율주행의 원리

등록 : 2022-04-28 15:51 수정 : 2022-05-0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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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미디어시티역 8번 출구 자율주행셔틀버스 정류장.

자율차 최초 서울 운전면허 딴 ‘A01호’

DMC역 출구에서 앱으로 부르니 등장

탑승 뒤 남자 음성 “전 에이키트” 소개

스스로 목적지 이동…안전요원은 탑승

7대 카메라와 레이다, 눈 역할 해내고

GPS 등으로 위치 파악 뒤 주행전략 짜

무단횡단하는 이 보면 스스로 멈춰 서


“고령화 시대 노인 이동에 큰 역할 기대”

라이다를 장착한 SWM 차량 내부.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날 때와 주차할 땐 운전자가 수동으로 운전한다.

팔다리가 없는 인공지능 로봇이 운전하는 택시. 운전자가 통화 중이거나 졸릴 때 대신 운전해주는 자동차. 1990년 영화 <토탈 리콜>, 2004년 영화 <아이, 로봇>에 등장한 21세기 중반의 미래다.

그 미래는 여기, 서울에 이미 와 있다. 보고 싶다면 영화관 말고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8번 출구로 가자. 거기서 스마트폰 앱 ‘탭’(TAP!)을 켜고 도착지를 지정하면 그 ‘미래’가 온다. 지붕 위에 센서를 장착한채. 서울시가 자율주행 기술기업 ‘포티투닷’(42dot)과 ‘에스더블유엠’(SWM) 두 업체와 손잡고 운영 중인 ‘서울자율차’다.

자율주행 기술 구현 통합 솔루션 ‘에이키트’는 보조운전석 뒤에 달린 태블릿을 통해 승객에게 운행정보를 공유한다.

자율주행차 최초로 서울시 운전면허를 딴 ‘A01호’를 먼저 불렀다. 첫 승차는 무료다. 보조운전석 뒤에 붙은 태블릿피시(PC)를 터치해 예약자 확인을 마치자 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에이키트(Akit)입니다. 면허 딴 지 한 달 정도 됐어요.”

“어, 정말요?”

“기본적인 준비는 끝났습니다. 다만, 실제 도로에서는 돌발상황이 너무나 많아요.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하고 우회전할 때 왼쪽에서 빠르게 달리는 차량이 많아 속도를 줄이기도 합니다.”

“네에” 하고 대답했더니, 운전석에 앉아있던 안전요원(세이프티 드라이버)이 웃으며 “대답은 안 하셔도 된다”고 했다. ‘에이키트’가 인공지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들의 대화에 아랑곳없이 에이키트가 조잘조잘 말했다.

“초보운전자라고 해서 언제까지 겁먹고 집에만 있을 순 없죠? 여러분을 안전하게 모시는 베스트드라이버가 되기 위해 저는 오늘도 열심히 달립니다.”

에이키트는 ‘자율주행 기술 구현 통합 솔루션’(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이다. 이것이 탑재된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인지, 판단, 제어’를 할 수 있다고 개발사인 포티투닷 홈페이지에 적혀 있었다.

여기서 잠깐, 자율주행의 원리를 알아보자. 자율주행차는 각종 센서로 주변 상황을 인식한다. 위성항법시스템(GPS)과 자율주행 센서를 이용한 위치정보시스템으로 현재 위치를 파악한다. 그렇게 인식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스스로 주행 전략을 짜고 판단한다. 그에 따라 시스템은 엔진 구동, 주행 방향 설정, 브레이크 작동 등으로 자동차를 제어하면서 목표지점까지 운전한다.

서울자율차 라이다 장착형.

서울자율차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차는 어린이보호구역 등 현행법상 완전 자율주행으로 운전할 수 없는 지역일 때 말고는 스스로 ‘인지, 판단, 제어’를 하면서 나아갔다.

순간 눈앞에 노인이 교통신호에 아랑곳없이 무단횡단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율차도 그것을 인식하고 스스로 멈춰 섰다. 안전요원이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었다.

여러 언론기사에 보도된 바로는 서울자율차는 ‘레벨4’, 즉 위험상황이 발생해도 시스템 스스로 안전 대응을 할 수 있는 ‘고도자동화’ 수준이다. 안전요원은 “실제 도로주행 상황에서 서울자율차는 레벨3.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레벨3은 ‘조건부 자동화’로, 위험 상황일 때는 시스템이 안전요원에게 운전대를 잡으라고 신호를 보낸다.

운전경력 26년이라는 안전요원이 “면허 1년 운전자보다 자율차가 훨씬 더 운전을 잘한다”고 장담했지만, 서울의 도로 위에서 자율주행차는 ‘초보운전자’ 취급을 받고 있었다. 운전자들은 ‘초보운전’ 차에 그러하듯 ‘서울자율차’ 딱지 붙은 차엔 양보 운전을 하지 않았다.

서울자율차가 우회전하겠다고 깜빡이를 켰다. 옆 차선의 차가 속도를 더욱 높여 달려나갔다. 안전요원이 “이런 상황에선 수동모드로 전환해야 한다”며 운전대를 잡았다. 자율주행차는 시스템이 정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선 차선 변경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거리는 어떻게 인식할까. ‘A01호’는 테슬라처럼 비전 센서를 썼다. 7대의 카메라가 인간의 눈과 비슷한 기능을 했다. 주변환경과 사물을 데이터로 분석해 차량이 계속 주행해야 하는지 속도를 늦추거나 멈춰야 하는지 판단했다.

먼 거리는 레이다로 인식했다. 레이다는 전자기파를 쏴서 대상 물체에서 부딪혀 돌아온 반향파를 수신해 물체를 식별하거나 위치와 움직이는 속도를 탐지한다. 눈이 오거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에 카메라기능을 보완한다. ‘A01호’엔 이런 레이다가 앞뒤로 5대 달려 있었다.

테슬라처럼 비전방식을 채택한 포티투닷의 서울자율차. 레이다 5대와 카메라 7대 등 12대의 센서로 주행정보를 수집한다.

SWM이 운행하는 ‘A02호’를 타봤다. 서울자율차는 두 번째 승차부터는 요금 2천원을 받는다. 주행을 시작하자 차량 앞좌석과 뒷좌석에 붙은 모니터들에 끊임없이 알록달록한 표시가 떴다. 초록색 박스는 자동차, 파란색은 오토바이나 자전거, 분홍색은 사람이다.

‘A02호’는 레이다 3대와 함께 라이다(LiDAR)를 쓰고 있었다. 라이다는 라이트(Light·빛)와 레이다를 합성한 말이다. 전자기파 대신 빛을 쏜다. 위상 차이를 이용해 시간을 측정하고 물체까지의 거리를 잰다.

운전석에 앉은 유태성 SWM 선임연구원이 “주행부터 정차까지는 자율주행으로 하고 위급상황, 주차시엔 수동으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으로부터의 거리, 속도, 신호 등을 인지하는 ‘V2X 시스템’을 쓴다”며 “신호등 단말기와 차량 단말기가 5G 통신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V2X(Vehicle to Everything) 즉 ‘차량-사물 간 통신’은 자율주행차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줄 기술로 꼽힌다.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의 명현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자율주행차는 보행자가 어느 쪽으로 가려 하는지 등 사람들의 의도를 인식하거나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V2X 기술을 사용해 보행자가 차량에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명 교수는 “자동차 사고 원인의 94%는 운전자”라며 “자율주행으로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고령화 시대에 60~70살 이상 나이 많은 분들의 이동성을 돕는 데 자율주행차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효율적 운전으로 연비가 높아지면 공해,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

과학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율주행차는 ‘아직 널리 퍼지지 않은 미래’다. 과연 널리 퍼질 수 있을까? 명 교수는 ‘한정된 공간과 도로’를 전제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해진 도로만을 주행하는 자율차, 트럭이 내려놓은 물건을 집 앞까지 갖다주는 배달 로봇,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따라가는 자율 트럭 같은 것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셔틀버스, 무인트럭, 비대면 서비스 로봇으로 응용될 수도 있죠.”

글·사진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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