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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지난 7월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 밝게 웃고 있다. 김 교수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의뢰를 받아 국내 최초로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김 교수는 이날 디캠프의 ‘창업자를 위한 마음고민 상담소’ 프로그램에 참석해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고, 즉석에서 스타트업창업자들의 ‘마음고민 질문’에 답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활동하며
병원 내 스트레스 상담실 설립에 관여
소방공무원 정신건강 도와 ‘표창’ 받고
디캠프의 정신건강 사업 준비에 참여
국내 창업자 271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모든 지표, 일반인보다 나쁘게 나타나
“많은 창업자, 자기 정신건강 문제 축소
심리교육 및 주기적 정신건강 검진 필요”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의 정신건강 상태가 우울, 불안, 문제성 음주, 자살 위험성, 스트레스 등 모든 지표에서 일반 성인보다 나쁘게 나타났습니다.” 지난 7월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 만난 김정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의뢰를 받아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27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보고서다. 김 교수는 인터뷰를 마친 뒤 이날 저녁에 진행된 디캠프의 ‘창업자를 위한 마음고민상담소’ 프로그램에 참석해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즉석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마음고민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보고서와 관련해 “이번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의 정신건강 상태는 모든 부문에서 낙제점”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 창업자 중 중간 수준 이상의 우울을 겪고 있는 사람은 32.5%(271명 중 88명)로 전국 성인 평균(18.1%)보다 높았고, 불안의 비율도 20.3%(55명)로 평균(12.2%)을 훨씬 웃돌았다. 또 창업자 10명 중 2명이 자살위험성 고위험군에 속해 보다 정확한 평가 및 개입이 필요한 상황으로 나타났다.(보고서의 구체적 내용은 상자기사 참조)
심리교육 및 주기적 정신건강 검진 필요”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의 정신건강 상태가 우울, 불안, 문제성 음주, 자살 위험성, 스트레스 등 모든 지표에서 일반 성인보다 나쁘게 나타났습니다.” 지난 7월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 만난 김정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의뢰를 받아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27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보고서다. 김 교수는 인터뷰를 마친 뒤 이날 저녁에 진행된 디캠프의 ‘창업자를 위한 마음고민상담소’ 프로그램에 참석해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즉석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마음고민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보고서와 관련해 “이번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의 정신건강 상태는 모든 부문에서 낙제점”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 창업자 중 중간 수준 이상의 우울을 겪고 있는 사람은 32.5%(271명 중 88명)로 전국 성인 평균(18.1%)보다 높았고, 불안의 비율도 20.3%(55명)로 평균(12.2%)을 훨씬 웃돌았다. 또 창업자 10명 중 2명이 자살위험성 고위험군에 속해 보다 정확한 평가 및 개입이 필요한 상황으로 나타났다.(보고서의 구체적 내용은 상자기사 참조)
디캠프의 의뢰를 받아 김 교수가 작성한 이번 보고서가 특별한 이유는 이 보고서가 스타트업 창업자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국내 최초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창업과 관련한 국내의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창업자의 정신건강을 주제로 삼아 고찰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이렇게 스타트업 창업자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바탕에는 직장인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그의 오랜 관심이 있었다.
2003년 5월 설립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수련의 생활을 시작한 김 교수는 2008년부터 제4·5·6대 병원장을 지낸 정진엽 원장시절 병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 내 스트레스 상담실 설립에 관여했다. 김 교수는 이 상담실 활동을 하면서 직장인 상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말한다. “교직원들을 상담한 뒤 표정이 밝아지는 등 좋아지는 모습을 일상 속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환자를 상대하는 경우에는 일상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후 김 교수는 병원 밖 다양한 직장인의 정신건강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가령 2017년에는 소방청·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과 함께 경기도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때 김 교수는 온라인 설문을 통해 경기도 소방공무원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소방관의 정신질환 및 위험요인을 조사해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후 현재까지 전국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전수조사 분석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경기권역 소방공무원을 위한 찾아가는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찾아가는 상담실 운영과 관련해 “소방공무원들이 병원을 찾아올 여력이 없기 때문에 진행한 것”이라며 “현장에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병원 치료가 필요하면 병원과 연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활동들로 2018년 ‘제56회 소방의 날’을 맞아 경기도지사 유공 표창을 받았다.
김 교수가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창업자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2019년이다. 당시 디캠프에서 기획하던 정신건강 관리프로그램인 ‘디마인드’ 준비 과정에 참여해 연사 추천, 상담실 연계 등에 대해 조언했다. 그리고 올 초 디캠프로부터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해줄 것을 제안받았다고 한다.
보고서 결과와 관련해 김 교수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체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교육 및 주기적인 정신건강 검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상당수 스타트업 창업자가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실제보다 축소해 인식하거나, 전문적 도움을 받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치료를 받고싶어도 비용·시간 등 현실적 여건으로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필요할 때 정신건강 전문가의 개입이 지연돼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아직 불모지대인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해 디캠프가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는 디마인드 사업에 대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김 교수는 디캠프가 “창업자의 스트레스나 불안감 등을 주제로 정신건강 세미나를 진행하거나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스타트업 마인드케어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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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압박과 투자 유치’ 가장 큰 스트레스
5년 이상된 창업자, 정신건강 더 신경 써야
보고서 내용 살펴보니
디캠프와 김정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가 펴낸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겪는 우울·불안·자살 충동과 함께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짚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 창업자의 60.9%가 경미한 수준 이상의 수면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성인의 경우 34%만이 수면 문제를 겪는 것과 비교된다.
스트레스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상태가 양호하다고 한 응답자는 20.7%(56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79.3%(215명)는 ‘경미한 수준 이상’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한 수준’인 경우가 41.0%(111명)나 됐다.
과연 무엇 때문에 창업자들이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까?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자금 압박 및 투자 유치(44.6%, 121명)였으며 조직 관리 및 인간관계(20.3%, 55명) △실적 부진 및 성과 미흡(19.6%, 53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보고서는 스타트업 창업자 중에서도 특별히 정신건강에 신경을 써야 하는 그룹으로 △5년 이상의 창업자 △엠제트(MZ)세대 △여성을 꼽았다.
사업 연차가 5년 이상인 창업자가 사업연혁이 짧은 창업자에 비해 우울과 불안, 자살 위험성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고, MZ세대 창업자는 177명 가운데 112명(63%)이 ‘중등도 이상’의 스트레스 수준을 보였다.
여성 창업자는 총 44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16.2%에 불과하지만, 자살 위험성(34.1%, 15명)과 중등도 이상의 스트레스 비율(68%, 30명)이 남성보다 높았다. 남성은 각각 18.5%, 57%로 나타났다.
글 김보근 선임기자,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