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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빛으로 ‘빛나는’ 도심 속 호수

송파구 석촌호수 ‘루미나리에 축제’

등록 : 2023-12-0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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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좀 색다른 빛축제를 만들어보자!’

‘호수의 가을과 겨울 그리고 루미나리에’ 축제를 처음 기획할 때의 마음가짐이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뒤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과 호응을 받은 축제가 올해도 이곳 석촌호수에서 펼쳐진다. ‘루미나리에’(luminarie)는 전구를 이용해 건축물을 만들거나 조형물을 치장하는 축제를 일컫는다. 공원이나 정원에서 열리는 빛축제는 많지만, 호수를 둘러싼 2.5㎞ 산책로를 따라 경관조명과 빛 조형물을 전시하는 축제는 흔하지 않다.

올해 루미나리에 조형물은 지난해보다 더 크고 더 화려해졌다. 석촌호수 동호 입구에는 대형 루미나리에가 3배 커진 규모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축제의 상징으로 2만개의 전구가 찬란한 빛을 발하며 사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매혹한다.

산책로로 들어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루미나리에 터널이 나온다. 6개의 루미나리에를 이탈리아 정통 루미나리에에서 차용한 ‘갤러리아’ 기법으로 설치해 빛의 터널이 이어지는 듯한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동호 입구 메인 루미나리에와 함께 관람객들이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인증샷 장소다.

조금만 더 걸음을 옮기면 동호와 서호를 연결하는 석촌호수교에서 루미나리에 브리지를 만날 수 있다.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처럼 다리 시작과 끝 양쪽에 서 있다. 위용 있는 자태에 비해 다리가 아담해서 루미나리에 브리지를 지날 때마다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같은 모양의 루미나리에 게이트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은 금방 눈치채겠지만, 축제의 시작인 석촌호수 동호 입구에 세워진 대형 루미나리에 디자인에서 일부를 따온 것이다. 이는 석촌호수에 있는 모든 루미나리에가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을 주는데 올해 축제 주제인 ‘빛으로 이어지는 마음과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이다. 산책로를 걸으며 똑같은 6개의 루미나리에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루미나리에 축제라고 해서 루미나리에 조형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딧불 조명길에 들어서면 마치 수만 마리의 반딧불이가 나무와 풀숲에 내려앉은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반딧불이가 가만히 내려앉을까 손을 펴서 내밀게 된다. 반딧불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엠제트(MZ)세대를 위한 트렌디한 포토존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동호 별빛 쉼터에 설치한 ‘하하호호 워크 투게더’는 송파구 인기 캐릭터 ‘하하’와 ‘호호’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으로 연출해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루미나리에 축제는 내년 2월 말까지 계속된다. 지난 10월 말 불꽃놀이를 포함한 축제 개막식과 버스킹, 마술쇼, 버블쇼 등 문화행사가 열린 3일 동안 24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지난해 ‘축제 문화행사 3일’ 동안의 방문객보다 7만 명이 더 왔으니 점점 높아지는 인지도를 증명한 셈이다. 북적북적하던 문화행사 기간이 끝나서 이제는 고즈넉하게 루미나리에 조형물과 경관조명을 더 집중하며 감상할 수 있다.

루미나리에와 함께한 석촌호수의 야경은 더욱 아름다워진 모습이다. 호수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루미나리에의 화려하면서도 따뜻한 빛이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축제를 처음 계획할 때 했던 ‘색다른 빛축제를 만들어보자’는 다짐이 어느 정도 실현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유현주 송파구 관광진흥과 관광기획팀 주무관

사진 송파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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