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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시장
떡볶이 가게 앞에서 한 아이가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는다. “엄마, 이거 먹고 싶어” “장 다 보고 먹자” “싫어, 지금 당장 먹고 싶단 말이야”.
아이와 함께 시장을 가다 보면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처럼 아이와 함께 장을 보는 건 쉽지 않다.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한 전통시장에서는 더 그렇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는 아이와 함께 쇼핑하는 엄마·아빠를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배려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전통시장에서는 왜 엄마·아빠가 편히 장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까.
최근 서울시와 도봉구는 방학동 도깨비시장 고객지원센터에 아이를 맡기고 장을 볼 수 있는 서울엄마아빠브이아이피(VIP)존 ‘도깨비다락(多樂)방’을 조성했다. 이름 그대로 엄마와 아빠, 아이 다(多) 같이 즐거운(樂) 공간으로 아이와 함께 시장을 찾은 가족 모두를 배려했다. 도깨비다락방은 57㎡ 규모로 휴식공간, 놀이공간, 수유실 등을 갖췄다.
도깨비다락방 3층
도깨비다락방 입구에 들어서면 만화가 나오는 인터랙티브 미디어가 반긴다. 맞은편과 오른쪽 벽면에서 나오는 캐릭터 친구들이 아이들에게 어서 오라 손짓한다. 1층과 2층을 터서 개방감을 높인 구조와 아늑한 색을 입힌 가구의 배치는 마치 집 같은 편안함을 준다. 1층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면 레고 블록 벽이 있다. 창의력을 발휘하며 놀 수 있도록 설치돼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함께 아이들의 흥미를 한껏 돋운다.
2층은 책도 읽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아이들의 독립된 공간이다. 다락방으로 꾸며져 아이들이 도란도란 모여 이야기도 하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내려오는 길은 미끄럼틀로 연결해 재미를 더했다.
재미만큼이나 안전도 세심히 신경 썼다. 구는 아이들의 안전과 돌봄을 책임질 보육교사 2명을 배치했다. 자격증을 보유한 보육교사들은 장을 보러 간 엄마·아빠를 대신해 유아 일시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이용자는 당일 방학동 도깨비시장 구매 영수증을 내면 된다. 부모들은 입 모아 “믿고 맡길 수 있어 참 좋다”며 돌봄 서비스를 반기고 있다.
도깨비다락방
도깨비다락방 이용 대상자는 보호자를 동반한 3살 이상 미취학 어린이들이다. 이용 시간은 1시간으로 한 번에 10명까지 동시 입장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매주 월요일과 법정 공휴일, 5월1일 근로자의 날은 쉰다.
아이와 잠시 ‘이별 선언’을 한 엄마·아빠들은 1시간의 자유를 얻어 방학동 도깨비시장을 제대로 만끽한다. 할머니들의 노점으로 시작돼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하면서 그 모습이 도깨비 같다고 해 이름 붙여진 방학동 전통시장은 건어물, 과일, 정육, 생선, 채소 가게뿐 아니라 맛집들로 유명하다. 시장에서 산 맛있는 간식은 다락방에서 아이와 함께 맛볼 수 있다.
육아와 보육으로 지친 부모들은 아이를 맡긴 1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안다. 달콤한 시간이 지나고 아이와 함께 도깨비다락방을 나선 엄마가 아까 아이가 먹고 싶다고 한 시장 안 떡볶이 가게를 찾았다. 잠시 동안 했던 ‘이별 선언’이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여유와 웃음을 가져다준 ‘자유 선언’이 됐다.
이민욱 도봉구 홍보담당관 주무관
사진 도봉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