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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 ‘윤회'의 노힘찬 대표는 과잉 생산과 소비로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 패션산업의 문제를 재고 의류 순환과 재판매 보증 라벨 기술로 풀어나가려 한다. 지난 3일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윤회의 순환패션 전시공간에서 노 대표가 재판매 보증 라벨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15년 중고의류 소비·판매 경험 살려
2년 전 창업, 2월 연희동 공간 마련
살균·컨디셔닝 등 재사용 설비 설치
재판매 보증 라벨 단 패션 제품 전시
“순환적 의류 생산·소비 솔루션 되길”
서대문구 연희동 주택가에 냉장고 모양의 독특한 건물이 있다. 외벽은 흰색의 미끈한 마감재로 처리했고 지하 1층, 지상 2층에 면적은 490㎡(148평)에 이른다. 갤러리였던 이곳이 최근 순환패션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건물 오른편 좁은 길을 지나 출입구 현관이 있는 1층에선 재사용 옷이 상품화되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시간에 200벌을 살균하고 컨디셔닝 하는 공업용 스타일러, 제품 촬영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지하 1층엔 재판매를 보장하는 암호화된 디지털 케어라벨이 달린 옷들이 작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주로 중고의류 시장에서 팬덤이 형성되어 있는 패션 브랜드의 의류들이다. “패션과 기술의 결합으로 옷의 상품주기를 늘리려 합니다.” 지난 3일 순환패션 전시공간에서 만난 노힘찬(34) 윤회 대표는 사업 내용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잉 생산·소비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 패션산업의 문제를 기술로 풀어보겠다는 포부다. 노 대표는 “생산, 소비, 폐기로 이어지는 기존 패션산업 구조를 생산, 소비, 재활용(재사용, 새활용)의 순환패션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난해 8월 설립한 법인의 이름 ‘윤회’도 이런 뜻을 담아 지었다. 1층에 전시된 리디자인한 입생로랑 중고 재킷은 유행이 지난 빈티지 옷이 ‘힙한’ 옷으로 변신한 사례라고 한다. 노 대표는 “얼마 전 순환패션 행사에서 3일 동안 457명이 입어본 기록도 남겼다”고 웃으며 전했다. 지하 1층 쇼룸은 6개월 동안 준비해 지난 6일 정식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엠제트(MZ)세대와 패션피플(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지속가능한 소비를 위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품질을 고려해 큐레이션 했다. 2층은 회사 사무실로 사용한다. 노 대표는 중고 패션의류 애호가다. 어릴 때 주로 형 옷을 물려받아 입어 거부감이 없었고, 청소년 때부터 중고의류를 사고팔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주신 여행비 50만원으로 당시 유행하던 수입 구제 청바지를 구매해 팔았다. 온라인 판매로 쏠쏠한 이익을 보며 완판을 경험했다. 3년쯤 이어가다 패션의류 쪽으로 진로를 잡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입대하게 됐다. 입대 전 아르바이트를 하며 입은 부상 탓에 공익근무로 군 생활을 했다. 업무시간 외에는 예술인 커뮤니티 온·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그림 그리기에 관심을 갖게 돼 제대 뒤 화가 배준성씨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그림을 배우며 해외 전시 등을 경험했고, 독일에 머물며 예술 분야 유학생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했다. 2018년 귀국해 하고 싶은 일이자 지속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기업체에 입사해 브랜드 기획과 마케팅 일을 해봤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2020년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첫 사업 모델은 플랫폼 ‘민트컬렉션’이었다. 중고 옷 거래로 지난해 하반기 1억5천만원, 올해 7월까지 5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비대면으로 수거·판매하고 오프라인 팝업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MZ세대 고객이 좋아할 만한 상권과 패션 브랜드 등을 잘 선정해 순환율을 높였다. 하지만 민트컬렉션은 갓 시작한 작은 소셜벤처의 사업 모델로는 한계가 있었다. 노 대표는 “좋은 옷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인프라를 갖춰야 하고, 구매자와 판매자 연결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노 대표는 옷이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소비될 수 있는 또 다른 솔루션을 고민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디지털 케어라벨 ‘민트 아이디(ID)’다. 의류업체의 생산단계에서 디지털 워터마크 기술로 암호화한 라벨을 옷에 붙인다. 전용 앱에 상품이 등록되면 재판매 서비스가 연결된다. 소비자는 디지털 케어라벨이 붙은 옷을 사 입은 뒤, 더는 입고 싶지 않을 때 앱에서 신청한 키트를 받아 옷을 보내면 포인트나 현금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재판매 과정에서 생기는 탄소절감량을 데이터로 만들어 의류업체에 제공하는 기술도 탄소중립연구원과 함께 연구해 개발하고 있다. 노 대표의 사업모델은 여러 창업 관련 육성사업과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환경산업기술원 등의 육성사업에서 우수기업으로 뽑혔고 케이디비(KDB)산업은행 스타트업 프로그램, 크몽 아이티(IT) 창업 챌린지 등에서 수상했다. 올해는 중소벤처기업부 벤처기업 인증을 받고, 청년창업사관학교, 엘지(LG)소셜펠로우, 신한 스퀘어브릿지 인큐베이션에 선정됐다. 또 사회적기업가 페스티벌과 이화여대 스타일테크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윤회는 3~5년 안에 빈티지, 구제 의류를 ‘힙하게’ 파는 곳에서 재판매가 보증된 패션 아이템을 살 수 있는 곳으로 바뀌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잉 생산·소비의 패션산업 문제를 재고 의류 순환과 재판매 보증 라벨로 풀어가려는 것이다. 노 대표는 “전시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순환적 의류 생산·소비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서대문구 연희동 주택가에 냉장고 모양의 독특한 건물이 있다. 외벽은 흰색의 미끈한 마감재로 처리했고 지하 1층, 지상 2층에 면적은 490㎡(148평)에 이른다. 갤러리였던 이곳이 최근 순환패션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건물 오른편 좁은 길을 지나 출입구 현관이 있는 1층에선 재사용 옷이 상품화되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시간에 200벌을 살균하고 컨디셔닝 하는 공업용 스타일러, 제품 촬영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지하 1층엔 재판매를 보장하는 암호화된 디지털 케어라벨이 달린 옷들이 작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주로 중고의류 시장에서 팬덤이 형성되어 있는 패션 브랜드의 의류들이다. “패션과 기술의 결합으로 옷의 상품주기를 늘리려 합니다.” 지난 3일 순환패션 전시공간에서 만난 노힘찬(34) 윤회 대표는 사업 내용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잉 생산·소비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 패션산업의 문제를 기술로 풀어보겠다는 포부다. 노 대표는 “생산, 소비, 폐기로 이어지는 기존 패션산업 구조를 생산, 소비, 재활용(재사용, 새활용)의 순환패션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난해 8월 설립한 법인의 이름 ‘윤회’도 이런 뜻을 담아 지었다. 1층에 전시된 리디자인한 입생로랑 중고 재킷은 유행이 지난 빈티지 옷이 ‘힙한’ 옷으로 변신한 사례라고 한다. 노 대표는 “얼마 전 순환패션 행사에서 3일 동안 457명이 입어본 기록도 남겼다”고 웃으며 전했다. 지하 1층 쇼룸은 6개월 동안 준비해 지난 6일 정식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엠제트(MZ)세대와 패션피플(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지속가능한 소비를 위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품질을 고려해 큐레이션 했다. 2층은 회사 사무실로 사용한다. 노 대표는 중고 패션의류 애호가다. 어릴 때 주로 형 옷을 물려받아 입어 거부감이 없었고, 청소년 때부터 중고의류를 사고팔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주신 여행비 50만원으로 당시 유행하던 수입 구제 청바지를 구매해 팔았다. 온라인 판매로 쏠쏠한 이익을 보며 완판을 경험했다. 3년쯤 이어가다 패션의류 쪽으로 진로를 잡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입대하게 됐다. 입대 전 아르바이트를 하며 입은 부상 탓에 공익근무로 군 생활을 했다. 업무시간 외에는 예술인 커뮤니티 온·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그림 그리기에 관심을 갖게 돼 제대 뒤 화가 배준성씨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그림을 배우며 해외 전시 등을 경험했고, 독일에 머물며 예술 분야 유학생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했다. 2018년 귀국해 하고 싶은 일이자 지속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기업체에 입사해 브랜드 기획과 마케팅 일을 해봤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2020년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첫 사업 모델은 플랫폼 ‘민트컬렉션’이었다. 중고 옷 거래로 지난해 하반기 1억5천만원, 올해 7월까지 5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비대면으로 수거·판매하고 오프라인 팝업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MZ세대 고객이 좋아할 만한 상권과 패션 브랜드 등을 잘 선정해 순환율을 높였다. 하지만 민트컬렉션은 갓 시작한 작은 소셜벤처의 사업 모델로는 한계가 있었다. 노 대표는 “좋은 옷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인프라를 갖춰야 하고, 구매자와 판매자 연결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노 대표는 옷이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소비될 수 있는 또 다른 솔루션을 고민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디지털 케어라벨 ‘민트 아이디(ID)’다. 의류업체의 생산단계에서 디지털 워터마크 기술로 암호화한 라벨을 옷에 붙인다. 전용 앱에 상품이 등록되면 재판매 서비스가 연결된다. 소비자는 디지털 케어라벨이 붙은 옷을 사 입은 뒤, 더는 입고 싶지 않을 때 앱에서 신청한 키트를 받아 옷을 보내면 포인트나 현금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재판매 과정에서 생기는 탄소절감량을 데이터로 만들어 의류업체에 제공하는 기술도 탄소중립연구원과 함께 연구해 개발하고 있다. 노 대표의 사업모델은 여러 창업 관련 육성사업과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환경산업기술원 등의 육성사업에서 우수기업으로 뽑혔고 케이디비(KDB)산업은행 스타트업 프로그램, 크몽 아이티(IT) 창업 챌린지 등에서 수상했다. 올해는 중소벤처기업부 벤처기업 인증을 받고, 청년창업사관학교, 엘지(LG)소셜펠로우, 신한 스퀘어브릿지 인큐베이션에 선정됐다. 또 사회적기업가 페스티벌과 이화여대 스타일테크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윤회는 3~5년 안에 빈티지, 구제 의류를 ‘힙하게’ 파는 곳에서 재판매가 보증된 패션 아이템을 살 수 있는 곳으로 바뀌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잉 생산·소비의 패션산업 문제를 재고 의류 순환과 재판매 보증 라벨로 풀어가려는 것이다. 노 대표는 “전시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순환적 의류 생산·소비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