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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재활용 선별장 / 8월29일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자원순환분과위원들이 재활용 처리실태를 살피고 있다.
“이렇게 많이 버리다니” 쓰레기 무게 재고선 스스로 ‘깜짝’
참여 60%가 50~60대 여성, 2~3인가구
다회용 쓰고, 재사용·재활용 늘려서
일반·플라스틱 쓰레기 35·23% 줄여
“추석때 다시 늘어나, 포장 개선 필요”
강북구 재활용 선별장 / 8월29일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자원순환분과위원들이 재활용 처리실태를 살피고 있다.
“그냥 버릴 때는 몰랐는데 이번에 쓰레기양을 직접 재보니 생각보다 많은 쓰레기를 버린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난 7~9월 12주 동안 ‘쓰레기 다이어트’ 활동에 참여한 강북구 시민실천단원 위정희씨의 말이다. 쓰레기 다이어트는 서울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기획해 자치구 탄소중립 2050 시민실천단과 함께 한 실천 캠페인이다. 자발적 참여로 도봉구를 뺀 24개 자치구에서 시민실천단원 342명이 신청했다. 신청자 10명 중 6명가량이 50~60대 여성, 2~3인 가구였다. 시민실천단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지역에서 활동 중인 시민단체, 시민들이 모인 조직이다. 올해 2월 기준 177개 단체, 7214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웃, 지역 학교나 기업 등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생활 실천 활동을 알린다. 이번 쓰레기 다이어트 참여자는 매주 디지털 저울(계량기)로 배출량을 재 점검표에 기록했다. 두 차례 나눠 자치구 담당자에게 점검표를 찍은 사진을 전자우편으로 보내거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채팅방에선 활동 소감과 쓰레기 줄이는 방법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303명이 끝까지 활동해 완주율은 89%다. 측정 쓰레기 종류는 모두 12가지였다.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9종(종이(종이팩, 일반 종이), 플라스틱류(일반 플라스틱류, 투명 페트병), 유리병(일반 유리병, 보증금 반환 병), 비닐, 스티로폼, 캔)이다. 여기에 배달 용기 2종(플라스틱 용기, 일회용 수저)을 더했다. 유리병과 일회용 수저는 개수, 나머지는 모두 그램(g)단위로 쟀다. 평소 습관대로 잰 1주차 수치에 견줘 활동 기간 평균치를 비교해 쓰레기종류별 감량률을 계산했다.
강북구 재활용 선별장 / 8월29일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자원순환분과위원들이 재활용 처리실태를 살피고 있다.
많은 참여자가 나름 환경보호에 ‘진심’이라고 자부해왔는데 가정에서 버리는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닫는 일종의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고 한다. 강서구 시민실천단원 김경선씨는 “대가족이라 냉동식품 등 택배를 자주 시키는 편인데 이번에 무게를 직접 재보면서 쓰레기가 정말 많이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쓰레기 다이어트 활동 기간에 배달음식을 가능한 한 주문하지 않고, 꼭 필요할 때는 다회용기로 포장해 왔다”며 그릇을 들고 가서 동네 잔치국수 맛집 음식을 사 온 사진을 함께 올렸다.
쓰레기 다이어트 프로젝트 운영을 맡은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녹소연)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감량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일회용 수저(50.8%)였다. 일반 쓰레기(35.2%)와 플라스틱(23.2%)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스티로폼 감량률(14.6%)이 가장 낮았다. 서아른 녹소연 부장은 “배달 주문시스템에서 일회용 수저를 선택하지 않는 옵션이 들어가 있어 참여자들이 손쉽게 실천할 수 있었다”며 “스티로폼의 낮은 감량률은 추석 연휴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생활 쓰레기 줄이기 활동 / 물 끓여 먹기, 일회용품 쓰지 않기
감량 활동으로는 장바구니 사용(94명), 배달음식 주문 자제(64명)가 가장 많았다. 텀블러(개인 컵), 다회용기 등 사용, 비닐류 재사용, 소량 구매 등이 뒤를 이었다. 물 끓여 마시기, 일회용품 거절하기, 과대포장 제품구매 자제 등도 있었다. 강북구 시민실천단원 위정희씨는 “대형마트 대신 재래시장을 이용해 포장재를 쓰지 않는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 소량 구매하고, 일회용품 쓰레기가 최대한 생기지 않게 장바구니와 텀블러, 손수건을 항상 갖고 다닌다”고 알렸다. 중랑구 시민실천단원 김명옥씨는 “배달음식을 줄이고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면 저절로 쓰레기가 줄어든다”고 했다.
참여자들은 종량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젖은 비닐 등을 말려 재사용하거나 무게를 줄이는 등의 노력도 했다. 관악구 시민실천단원 이범숙씨는 “옥수수 껍질을 3일 동안 말렸더니 무게가 3분의 1로 줄었다”고 다.
생활 쓰레기 줄이기 활동 / 다회용기 사용, 비닐류 재사용, 과일껍질 재활용.
이씨는 말리기 전(2361g)과 후(761g) 무게를 잰 사진을 올렸다. 강서구 시민실천단의 서승린씨는 “비닐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지 않고 씻어 말려 다시 쓰고 수박 껍질은 버리지 않고 (채를 썰어) 반찬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기자도 이번 실천 캠페인에 참여해 쓰레기 다이어트 활동을 7~8월 8주 동안 함께했다. 기자는 2인 가구에 배달음식 주문도 거의 하지 않아 평소 쓰레기 배출량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매주 배출량 점검표를 써보니 내다 버리는 일주일 쓰레기양이 평균 2.7㎏ 정도였다. 종이 1.2㎏, 투명 페트병과 신선식품 플라스틱 통 등 플라스틱류 500g, 일반 쓰레기 500g, 비닐류 300g, 기타 200g 등을 배출했다. ‘식구 두 명이 매주 이렇게 적잖은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쓰레기 다이어트 활동으로 투명 페트병 배출을 30% 정도 줄였다. 여름철이라 2ℓ 생수를 일주일에 서너 개 마셨는데, 대신 보리차를 끓여 먹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생수 사용을 병행하니 감량 효과가 크지 않았다. 생수를 최대한 덜 사면서 보리차를 이용하니 6~7주차에 눈에 띄게 투명 페트병 배출량이 줄었다.
쓰레기 다이어트 프로젝트 / 자치구 탄소중립 2050 시민실천단 342명이 참가해 7~9월 매주 배출 쓰레기양을 측정해 점검표에 기록.
재활용률을 높이는 시도도 해봤다.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는 ‘비헹분섞’을 최대한 해보려 애썼다. 평소 우유와 두유 등 종이팩을 나름 깨끗이 씻어 버렸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일주일씩 모아 보니 때론 남은 음료가 떨어지기도 했다. 종이팩 위쪽을 가위로 잘라 속을 완전히 비우고 헹궈 말렸다. 두유 배송 포장 상자에서 종이팩 수거 프로젝트를 알게 돼 100장을 모아 보내보려 했다. 막상 해보니 관리가 힘들어 중간에 포기했지만, 잘 씻어 말려 버리는 건 이어갔다.
개인이 쓰레기를 줄일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느꼈다. 식구가 산 밀키트 식품은 아이스박스에 종이와 플라스틱 상자, 비닐포장까지 너무 많았다. 밀키트에서 나온 쓰레기로 직전 주보다 쓰레기양이 더 늘었다. 쓰레기를 줄이려면 제조사나 유통업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포장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쓰레기 다이어트 프로젝트 / 자치구 탄소중립 2050 시민실천단 342명이 참가해 7~9월 매주 배출 쓰레기양을 측정해 점검표에 기록.
시민실천단원들의 쓰레기 다이어트 활동도 마지막 3~4주 동안 추석의 영향으로 감량 효과가 많이 줄었다. 서아른 녹소연 부장은 “스티로폼, 플라스틱, 종이 등의 쓰레기 배출량이 다시 늘었다”며 “기업들이 명절 선물 등에서 과대포장을 줄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번 쓰레기 다이어트 실천 캠페인에서는 쓰레기 줄이기에 묘수는 없다는 걸 확인했다. 새롭고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올바른 재활용 쓰레기 배출로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 이 ‘평범한’ 두 가지의 꾸준한 실천이 현실적이고 확산하는 방법임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이번 쓰레기 다이어트 활동 결과는 녹색서울시민위원회 네이버 카페(cafe.naver.com/ecoseoulpeople)에 게재될 예정이다. 김정지현 자원순환분과위원장은 “쓰레기 다이어트에 참여한 자치구 시민실천단원들이 지역의 환경 리더로 쓰레기 줄이기 실천을 확산해나가길 기대한다”며 “서울시가 녹색제품 지원과 제로웨이스트 매장 확대 등 쓰레기 원천 감량 정책과 사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고 했다.
쓰레기 다이어트 실천 캠페인 참여자들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재사용·재활용 노력을 했다. 투명 페트병을 쌀·콩 등 곡물류를 담는 통(왼쪽 사진)과 화분으로 재활용한 모습.
서울시는 향후 1인가구, 청년, 일반 시민대상으로 쓰레기 다이어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정선 서울시 기후환경정책과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회용품 쓰레기가 크게 늘어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활동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쓰레기 다이어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들이 생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