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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준청’, 홀로서기 청년의 버팀목 되다!

은평자립준비청년청 담당하는 김미선·문호정 아동보호팀 주무관

등록 : 2022-11-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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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아동보호팀의 김미선(왼쪽)·문호정 주무관이 지난 7일 오후 진관동 은평자립준비청년청(자준청) 앞에서 안내 자료를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

전국 첫 상시 교육·상담·멘토링 공간

문, 새내기 첫 업무로 맞춤 시설 조성

김, 2년차 전담요원·프로그램 추진

“심리·정서 지원, 실질적 도움 주고파”

“자준청이 홀로서기 하는 아이들에게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7일 오후 진관동 은평자립준비청년청(자준청)에서 만난 김미선(46)·문호정(26) 은평구 아동보호팀 주무관이 입 모아 말했다. 은평자준청은 지난 9월 은평구가 정식으로 문을 연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교육·상담·멘토링 공간이다. 전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자준청 명칭은 시민청처럼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해 지어졌다. 공간과 시설 마련은 문 주무관이, 프로그램 운영은 김 주무관이 맡았다. 김 주무관은 “아이들은 손을 먼저 내밀지는 않지만, (도움의 손길을) 건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손을 꼭 잡는다”고 했다.


자립준비청년은 18살(연장하면 24살)에 아동보호시설을 나온 이들을 일컫는다. 지난해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방안 발표 뒤 바뀐 명칭이다. 해마다 약 250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사회로 나오고 있다.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등의 정부 지원에도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이 적잖다. 연락을 끊고 은둔해 있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은평구에는 아동보육시설이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아 자립준비청년도 그만큼 많은 편이다. 지난 5년 동안 약 500명이 퇴소했고, 이 가운데 179명이 은평구에 살고 있다. 5명 중 2명이 진학이나 취업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

은평구는 지역 자립준비청년의 ‘비빌 언덕’이 돼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구의회는 지난해 지역의 보호종료아동 전체를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했고 올해 은평자준청을 개소했다. 운영은 4월부터 기쁨나눔재단이 수탁해 시범으로 해왔고, 내년부터 정식으로 진행한다. 기쁨나눔재단은 ‘시립 꿈나무마을’ 등 은평구에서 아동보육시설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자준청은 진관동 청년주택 이룸채 상가 1층에 자리 잡았다. 우리동네키움센터와 노동자종합지원센터도 나란히 붙어 있다. 75㎡(23평) 규모에 교육실, 상담실, 사무실로 이뤄졌다. 오픈형 교육실은 초록색 벽에 밝은 회색 바닥재, 원목 집기들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방음시설을 갖춘 상담실은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졌다.

문 주무관은 올해 임용된 새내기 공무원이다. 첫 업무로 은평자준청 리모델링을 맡아 진행했다. 환경배움터였던 공간을 청년들의 취향에 최대한 맞게 꾸미려 조명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회계 문제 등 정해진 절차와 틀이 있다 보니 신입이라 부담이 컸다”면서도 “자립준비청년들이 보육시설을 퇴소한 뒤에도 기댈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좋아해줘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은평자준청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홍보물.

지난 6개월 동안 시범 운영에서는 심리지원에 중점을 뒀고 멘토링 사업을 같이 하고 있다. 은둔 청년을 찾아내 또래 멘토나 시설 전담 선생님들을 붙여준다. 멘토링 심리상담은 그동안 100여 회 진행했다. 금융·경제 교육 등 실질적인 자립을 돕는 과정도 열었다. 김 주무관은 “대체로 소통 경험이 적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껴보는 프로그램을 주로 운영해왔다”고 했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나 자신과 상대방의 마음과 입장에 대해서 알게 돼 좋았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참여자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퇴소 뒤 외롭고 심적으로 힘들어 심리정서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는 김 주무관은 2년차 아동보호전담요원으로 임기제 공무원이다. 대학 졸업 뒤 영어강사를 하면서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을 만나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회복지사가 되어 지역아동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청소년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과 사업을 해보고 싶어 자치구로 이직했다.

현재 자준청을 이용하는 아이는 20여 명이다. 은둔해 있거나 연락이 끊긴 아이들을 찾아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오게 하는 것이 자준청의 큰 과제이다. 김 주무관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과 청년들에게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은둔형 청년을 발굴해 돌봄을 연결하고, 청년들이 관계망을 형성하도록 돕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했다.

은평구는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을 더 늘려갈 계획이다. 내년에 자립체험주택 4곳을 마련해 운영한다. 보호시설을 떠나기 전 혼자 사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자립수당을 받는 모든 아이를 실비보험에 가입시켜 의료비 부담을 덜어줄 예정이다. 문 주무관은 “자립준비청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피드백을 받는 데도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주무관은 “자준청이 홀로서기 길에 선 아이들에게 등불이 되어 밝게 비춰주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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