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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잠실2동 잠실엘스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7월부터 아이들이 만든 그림으로 아파트 에티켓 포스터를 만들어 붙이는 ‘엘티켓 캠페인’을 펼쳤다. 손영자 엘티켓 포스터 제작 모임 회장(오른쪽)과 캠페인에 참여한 강정은씨(왼쪽)와 딸 박예나양이 11일 잠실엘스아파트에서 엘티켓 포스터를 들어 보였다.
잠일초와 유치원 학생 등 적극 참여해
층간소음 등 주민들 갈등요소 8가지
그림으로 그린 뒤 포스터로 제작·배포
“가족과 에티켓 토론하고 이웃도 배려”
“층간소음과 담배 냄새가 가장 민원이 많아요. 더욱이 실내나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면 환풍기를 타고 다른 집으로 옮겨가죠.”
공동주택에 살면 주민들 사이에 생기는 문제로 서로 불편한 경우가 많다. 늘 층간소음에 시달린다. 주차선에 제대로 차를 세우지 않거나 통로에 세워놓은 차들을 보면 짜증도 난다. 어디선가 나는 담배 냄새를 맡으면 ‘폭발’한다. 심지어 사소한 다툼이 험한 사건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송파구 잠실2동 잠실엘스아파트 주민들이 7월부터 ‘잠실엘스 엘티켓 포스터 제작 모임’을 만들어 공동주택 배려 문화 캠페인 ‘엘티켓’ 활동을 했다.
엘티켓은 ‘엘스아파트 에티켓’을 뜻하는 말이다. 손영자(55) 잠실엘스 엘티켓 포스터 제작모임 대표는 11일 “아파트 온라인 주민 게시판에 올라온 다양한 불만 게시글을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어떻게 하면 좀 더 평화로운 이웃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주민은 손 대표만 있는게 아니었다. 지난해 만든 주민공동체 모임 ‘엘스 마중물’ 대표였던 서미원씨가 공동주택 주민이 지켜야 할 에티켓을 게시판에 올렸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하기, 층간소음 없애기, 저녁 시간대 세탁기 등 소음 안 내기, 쓰레기 올바르게 버리기, 실내 흡연 안 하기, 주차구역에 반듯하게 주차하기, 반려견 목줄 착용하기와 배설물 수거하기, 창밖으로 음식물과 쓰레기 던지지 않기 등 8가지다. 좋은 의견이라는 댓글이 달렸지만, 더는 주민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4월께 사진 한 장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한 아이가 엘리베이터에 붙인 그림을 찍은 사진이 게시판에 올라왔어요.” 그림을 보는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이들 그림이라면 어른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다 싶었죠. 층간소음 등 불만 내용을 아이들 그림으로 순화해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손 대표는 “단순히 이것 하지 마시오라는 글귀를 써 붙이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 같았다”고 했다.
엘티켓은 ‘엘스아파트 에티켓’을 뜻하는 말이다. 손영자(55) 잠실엘스 엘티켓 포스터 제작모임 대표는 11일 “아파트 온라인 주민 게시판에 올라온 다양한 불만 게시글을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어떻게 하면 좀 더 평화로운 이웃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주민은 손 대표만 있는게 아니었다. 지난해 만든 주민공동체 모임 ‘엘스 마중물’ 대표였던 서미원씨가 공동주택 주민이 지켜야 할 에티켓을 게시판에 올렸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하기, 층간소음 없애기, 저녁 시간대 세탁기 등 소음 안 내기, 쓰레기 올바르게 버리기, 실내 흡연 안 하기, 주차구역에 반듯하게 주차하기, 반려견 목줄 착용하기와 배설물 수거하기, 창밖으로 음식물과 쓰레기 던지지 않기 등 8가지다. 좋은 의견이라는 댓글이 달렸지만, 더는 주민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4월께 사진 한 장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한 아이가 엘리베이터에 붙인 그림을 찍은 사진이 게시판에 올라왔어요.” 그림을 보는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이들 그림이라면 어른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다 싶었죠. 층간소음 등 불만 내용을 아이들 그림으로 순화해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손 대표는 “단순히 이것 하지 마시오라는 글귀를 써 붙이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 같았다”고 했다.
“송파구 이웃만들기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이 없었다면 엘티켓은 없었겠죠.” 손씨는 7월 서미원·이혜란·이내연씨와 함께 송파구 이웃만들기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에 엘티켓을 응모해 선정됐다. 주민들은 아이들 그림으로 공동주택 에티켓을 알리는 ‘잠실엘스 엘티켓 포스터 제작 모임’을 만들었다.
9월에 엘티켓 포스터 그림 공모전을 열기로 하고 주민 참여를 독려했다. “딱 보면 척 알 수 있는 그림과 문구를 보내주세요.” 주민 관심을 끌기 위해 이행시를 게시판에 올리면 수제품 수세미를 주는 경품 행사도 진행했다.
“공동주택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가요? 이웃을 성토하는 자리가 아니라 간접흡연을 막아 이웃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죠.” ‘금연’으로 이행시를 만들어달라는 글에 몇몇 주민이 호응했다. “금쪽같은 우리 엘스 주민, 연기 나는 흡연은 정말 싫어.” “금방 끊을 수 있어요. 연습만 하지 말고 금연하세요.”
엘티켓 포스터 제작 주민모임은 아파트 단지 내 잠일초 병설유치원과 부리도어린이집을 찾아 아이들에게 직접 엘티켓 취지와 의미를 설명해 아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웃집 아이가 그린 그림이라면 많은 주민이 캠페인에 동참해줄 것으로 생각했죠.”
엘티켓 캠페인에 참여해 그림을 그린 잠실엘스아파트 내 부리도어린이집 아이들이 11일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어 보
였다.
9월17일, 아이들과 주민들은 회의실에 모여 엘티켓 포스터 그리기 행사를 열었다. 주민들에게 공동주택 에티켓을 왜 지켜야 하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 엘티켓 8개 항목에 대한 퀴즈와 상황극을 준비했다. 어떻게 하면 더불어 살 수 있을까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다.
엘스아파트 주민 강정은(41)씨는 딸 등 가족 6명이 함께 모임에 참여했다.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아래층에 예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강씨는 “우리 아이들이 뛰어 연락이 오면 미안하기도 하지만 불쾌하기도 하다”며 “우리도 위층 소음으로 늘 괴롭다”고 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강씨의 딸 박예나(잠일초 2)양은 엘티켓 그림 그리기 행사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창밖으로 던지지 말자는 내용을 담은 그림을 그렸다. “창밖으로 음식물이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요.” 박양은 “그런 행동은 나쁜 행동”이라며“제 그림을 보고 그런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주민모임은 10월1일 주제에 맞는 그림 8개를 선정했고 아파트 각 동 엘리베이터 앞에 엘티켓 포스터를 붙였다. 온라인 주민 게시판에 민원 글이 올라올 때마다 상황에 맞는 그림을 답글로 올리기도 한다.
엘티켓 그림 그리기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 반응은 좋았다. “우리 아파트에 관심도 갖고 에티켓도 배울 수 있어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더 활성화돼 엘스 전통행사로 자리잡길 바랍니다.” “엘스 에티켓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고 퀴즈 맞히기가 재밌었어요. 아이들도 즐겁게 잘 참여했습니다.” 손 대표는 “모임 뒤 퀴즈와 상황극으로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강정은씨와 딸 박예나양이 11일 잠실엘스아파트 엘리베이터 입구에 엘티켓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그림 그리기 모임에 대한 호응은 높았지만 코로나19로 직접 참여한 주민은 많지 않았죠.” 손 대표는 주민들이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 관심이 많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손 대표는 “캠페인이 끝난 뒤 미처 참여하지 못한 아이들이 그림을 보내줘 고마웠다”며 “포스터를 잘 보이는 곳으로 옮겨 붙이면 안 되냐는 주민 요청도 있었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공동주택 에티켓에 대해 토론하고 이웃에 대한 배려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손 대표는 “앞으로 계속 그림을 바꿔가며 포스터를 만들어 붙일 계획”이라며 “주민 모두 엘티켓을 잘 지켜 행복한 아파트가 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글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