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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노원구청 별관 1층 심폐소생술 교육장에서 수강생 20명이 가슴 압박에 대한 이론 강의를 듣고 실습하고 있다.
2012년 구청 별관 1층, 전국 첫 조성
유치원생부터 어르신까지 누적 17만
구민 심폐술 시행률 5년 새 3배 늘어
“찾아가는 체험관 등 교육 강화할 것”
“100%는 완수를, 위아래 방향 화살표는 가슴 압박 속도가 좀 빠르거나 느렸다는 뜻이에요.”
지난 13일 오후 노원구청 별관 1층 심폐소생술(CPR) 교육장에서 강원국 응급구조사가 모니터의 파란색 실습 결과 도표를 보며 설명했다. 이날 수업에는 보육교사 등 20명이 참여했다. 교육생들은 2시간 동안 119 전화 도움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 소아·영유아 심폐소생술, 기도폐쇄 응급처치 등을 차례로 배웠다.
교육생들은 136㎡ 규모의 교육장 바닥에 준비된 성인과 소아 인체 모형으로 실습에 임했다. 앞서 간단한 이론 강의를 들은 뒤 강사가 알려준 대로 자세를 잡고 손깍지를 껴 성인 모형의 가슴 부위를 눌렀다. 신용카드 높이(약 5㎝)의 깊이로, 1분에 100~120번. 시작한 지 1분이 지나자 가쁜 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강사가 2분을 알리자 손을 떼며 ‘어휴’ 하는 탄식이 곳곳에서 나왔다.
박자에 맞춰 적절한 깊이로 누르는 게 쉽지 않아서인지 첫 번째 실습에선 완수자가 3명뿐이었다. 강 구조사의 추가설명을 듣고 진행한 두 번째 실습에선 완수자가 두 배로 늘었다. 두 번째엔 어깨를 두드려 의식을 확인하고, 119에 전화를 걸어 안내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하는 응급처치 전 과정을 해봤다. 이날 수강생 가운데 가장 고품질 소생술을 한 이윤미(46)씨는 “대여섯 번째 실습인데 이제야 조금 자신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박자에 맞춰 적절한 깊이로 누르는 게 쉽지 않아서인지 첫 번째 실습에선 완수자가 3명뿐이었다. 강 구조사의 추가설명을 듣고 진행한 두 번째 실습에선 완수자가 두 배로 늘었다. 두 번째엔 어깨를 두드려 의식을 확인하고, 119에 전화를 걸어 안내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하는 응급처치 전 과정을 해봤다. 이날 수강생 가운데 가장 고품질 소생술을 한 이윤미(46)씨는 “대여섯 번째 실습인데 이제야 조금 자신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수강생 개별 가슴 압박 실습 결과를 보여주는 모니터 화면.
10·29 이태원 참사 뒤 자치구의 심폐소생술 등 안전 교육에 참여자가 늘고 있다. 전국 첫 심폐소생술 상설 교육장을 2012년부터 운영해온 노원구에도 예약률이 평소보다 10배 증가했다. 일반인의 문의 전화도 이어지고 있다. 강 응급구조사는 “이전엔 의무교육 수강생이 다수였는데 요즘은 일반 신규 교육생이 절반 정도 차지한다”며 “주말 교육이 특히 인기라 연말까지 토요반 예약이 다 찼다”고 전했다.
노원구는 늘어난 교육 수요를 반영해 11월부터 확대 운영에 나섰다. 평일 하루 3회 기본에 월 1회 수요 야간반과 월 2회 토요반을 매주 개최로 바꿨다. 수강생 정원도 23명에서 최대 30명으로 늘렸다. 심폐소생술을 익히고 싶은 구민 누구나 언제든 실습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수강생들이 성인 모형으로 인공호흡을 실습하고 있다.
10여년 전 노원구는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곳이었다. 대책 가운데 하나로 구민들의 심폐소생술 교육을 추진했다. 2012년 조례를 만들고 그해 5월 별관 1층에 상설 교육장을 마련했다. 현재 교육장에는 1급 응급구조사 3명, 공공일자리 참여자 2명, 공익요원이 근무하고 있다.
구는 더 많은 구민이 수강할 수 있게 교육 대상을 넓히고 시간을 늘려왔다. 초기엔 성인 대상 평일 주간반만 운영하다 이후 어린이반, 주말반, 야간반을 추가했다. 장애인이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단체를 통해 교육 신청을 받거나 개인 예약으로 활동보조사와 함께 교육받을 수 있게 했다. 청각장애인도 수어 통역사와 함께 예약해 교육받을 수 있다.
올해 연말이면 노원구의 심폐소생술 누적 수강생이 약 1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운영을 중단한 기간을 빼면 한 해 평균 2만 명 정도 교육받았다. 법정 의무교육 대상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일반 구민도 참여했다.
노원구의 심폐소생술 상시 교육은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구민들 심폐소생술 시행률이 5년 새 3배 증가했다. 2015년 10.1%에서 2020년 29%로 높아진 것이다. 실제 교육을 이수한 공무원들이 발 빠른 응급처치로 동료의 생명을 구한 사례도 있었다.
한 수강생이 영아 모형으로 심폐소생술을 연습하고 있다.
이날 교육에서 강원국 응급구조사는 가슴 압박 때 적절한 깊이와 속도, 충분한 심장 이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안 되고 정확한 위치를 알맞은 속도와 깊이로 눌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심폐소생술은 긴급 상황에서 하는 기술로, 주기적으로 실습 교육을 받아 몸에 익혀둬야 한다”고 권했다. 응급의료법에 따라 일반인이 응급처치할 때 생길 수 있는 손상 등의 문제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알렸다.
소아와 영아 심폐소생술에서는 아이들의 신체 특성을 고려해 주의할 점을 알려줬다. 응급처치 첫 단계인 의식 확인 때 성인과 달리 어깨가 아닌 발바닥을 두드려야 한다. 한 손 두 손가락으로 압박하며, 깊이는 성인보다 1센티 정도 적은 4센티 정도가 적당하다. 인공호흡을 병행하는 것이 소생률을 높일 수 있고, 가슴 압박 30회에 인공호흡 2회 진행을 권했다. 인공호흡 때 너무 세게 불어넣으면 폐 손상이 생길 수 있어 주의를 당부했다.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실습은 2인1조로 이뤄졌다. 한 사람은 기기 작동을 준비하고 다른 사람은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기계 뒷면 그림 따라 패드를 위아래에 붙였다. 심전도 자동분석 음성 안내가 나오면 심폐소생술을 멈추고 분석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음성 또는 화면 안내에 따라 전기충격 절차를 다시 시행하는 연습을 했다. 교육생 이윤미씨는 “자동심장충격기 실습을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응급처치 때 활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수강생들이 영아 모형으로 기도폐쇄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이날 수강생들의 교육 만족도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수업이 끝난 뒤 정보무늬(QR코드)를 찍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참여자들은 ‘도움이 됐다’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등의 모든 조사 항목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의무교육 이수를 위해 참여한 최경렬(47) 교사는 “학교나 집에 체격이 작은 아이들이 있어 영유아 소생술 실습이 유익했다”며 “해마다 실습 교육을 받는데도 할 때마다 낯설지만 차츰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것 같다”고 했다.
노원구는 교육장 수업과 더불어 찾아가는 체험관을 수시로 운영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심폐소생술은 응급상황에 처한 내 가족과 이웃을 살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라며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구민들의 응급처치 능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