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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야행이 열리게 될 정동에 선 최창식 중구청장. 정동야행은 축제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세계축제협회에서 상을 받는 등 도심 야간 문화축제로서 명성을 쌓고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중구는 서울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중구의 잠재적 가치는 중구뿐 아니라 서울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자산이라는 것입니다. 중구 주민들과 함께 서울의 생활을 개선하고 도시 경쟁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최창식(64) 중구청장의 목소리는 길가의 나뭇잎을 울긋불긋 물들이는 가을 햇살을 닮았다.
1977년 기술고시에 합격해 관료의 길에 들어선 최 구청장은 버스중앙차로, 청계천 복원,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조성, 지하철 5·6·7·8·9호선 등 서울의 굵직한 인프라 사업을 기획하고 이끌어온 몇 안 되는 도시전문가다.
2008년 행정2 부시장으로 퇴직한 뒤, 2011년 4월 보궐선거에서 중구청장에 당선됐다.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어요. 부시장까지 하고 구청장 선거에 나선다는 게 좀…사실 정치를 해본 적도 없고.” 그는 나경원 의원의 간곡한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본선보다 당내 경선이 더 어렵더라구요.” 법과 원칙, 임기응변이 아닌 치밀한 계획, 눈앞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관료로 살아온 그로서는 표를 얻기 위해 이전투구를 해야 하는 정치인이 자신과 맞지 않다 생각돼 망설였다. 그런데 “몇 차례나 되풀이되는 나 의원의 부탁도 거절하기 어려웠고, 공직자로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봉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최 구청장은 막판에 마음을 바꿨다. 난마 같은 경선에서 이겼고 본선에서도 이겼다. “내가 중구에서도 근무해봤고, 서울시가 사실은 중구잖아요. 그런데도 어려웠어요.” 그는 당선 뒤에 날마다 쏟아지는 청탁을 거절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떠올린다. “일자리 부탁부터…뭐 청탁은 끝이 없었죠. 다 거절했어요. 자치단체장이 먼저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하니까.” 청탁을 거절하는 과정에서 욕도 많이 먹었다고는 하지만,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 그는 재선에 성공했다. 최 구청장은 그 비결을 신뢰와 원칙에서 찾았다.
하루 오가는 시민 350만 명 넘어
인터뷰 내내 최 구청장은 중구의 가치를 강조했다. “한 독지가가 중구청 환경미화원 150명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 있어요. 서울 25개 자치구 환경미화원 가운데 중구 소속 환경미화원이 가장 힘들다고…. 허구한 날 시위죠,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이 있죠, 주민등록이 돼 있는 인구는 13만 명에 지나지 않지만, 오고가는 시민들과 회사원까지 합 하면 350만 명이 넘어요. 거리 청소하느라 힘들지만 자부심을 갖자고, 중구가 깨끗하면 서울이 깨끗해지고, 대한민국이 깨끗해진다고 격려했어요.”
그는 서울을 찾는 사람들의 77%, 대한민국을 찾는 사람들의 61%가 중구를 거친다고 했다. “중구의 역사 자원을 대한민국을 위한 마케팅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에요. 그냥 문화재나 보고 가라고 하면 그건 마케팅이 아니에요. 스토리를 입혀야지요.” 중구는 1동 1특화사업, 서소문 역사공원 조성, 정동길 활성화를 위한 정동야행 연 2회 개최, 한양도성 다산길 예술문화거리 조성, 광화문 문화마을 조성, 명동과 회현동 일대 역사문화 거리 조성 사업 등 중구의 역사 자원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처음 구청장이 되고 과장님들과 동장님들과 함께 정동에 갔어요. 정동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게 많더라구요.” 시민단체 문화유산국민신탁의 도움을 받아 문화해설 프로그램 ‘다 같이 돌자 정동 한 바퀴’를 만들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았다. 여기에 ‘아트마켓’을 더했다. 학계의 도움까지 받아 연 아트마켓이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사람은 오는데, 뭐 왔다갔다만 하고 그냥 가버려요. 이래서는 지역경제에 도움이 안 되잖아요.” 최 구청장의 고민을 풀어준 건 ‘컬처 나이트’였다. “이건 걸어다녀야 하는 거예요. 정동이 그렇잖아요. 그래서 정동의 밤을 열자 생각했죠.” 정동의 문화유적지를 야간에 개장하고, 덕수궁 고궁음악회, 정동제일교회와 성공회서울주교좌 성당에서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고, 구세군의 브라스밴드,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영화 상영 등 정동의 종교단체와 미술관, 대사관까지 참여시키자 정동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2015년 5월 정동야행이 태어난 배경이다. 이화여고 심슨기념관은 첫해 정동야행 기간에 가장 많은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2015년 5월에 시작한 정동야행은 불과 1년 만에 한국상품학회에서 2015 관광 이벤트로 선정했다. 축제 분야의 올림픽이라고 하는 세계축제협회의 피나클어워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정동야행의 성과를 세계가 인정한 셈이다. “올해는 경찰박물관, 배재학당에서 4중주 현악연주도 하고…. 정동의 시설과 기관들이 더 많이 참여합니다. 정동 문화유적지의 야간 개장은 물론이고 주한 캐나다대사관과 영국대사관도 참여합니다. 미국대사관만 참여하면 되는데….” 그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지난해 씨를 뿌려두었기 때문이다. 중구는 작년가을 정동야행을 마치고 에릭 월시 주한 캐나다 대사, 주한 영국대사관 닉 뒤비비에 공보관까지 참여한 간담회를 여는 등 공을 들였다. 네 번째를 맞는 올가을 정동야행은 10월28일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다’란 슬로건을 걸고 열린다. 역사 자원 관광화로 지역 발전 이끌 수 있어 “도시는 흐르는 물과 같아서 늘 변화합니다.” 도시전문가로 꼽히는 최 구청장은 도시는 개발을 하든 안 하든 변화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변화의 방향을 올바른 쪽으로 이끄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구의 정책 방향을 역사 자원을 활용한 문화관광으로 이끌고 싶어하는 듯했다. 동국대 인근에 서애 유성룡의 생가가 있었던 점에 착안해 ‘서애길’을 만들어, 동국대 학생들이 학교 근처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하고, 퇴락한 을지로를 살리기 위해 조명거리를 우리나라 최대의 조명전시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등 최 구청장의 생각은 끝없이 확장되고 있었다. “비싼 을지로 땅에 창고까지 둘 필요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이미 유통환경이 택배시스템으로 바뀌었잖아요. 을지로를 정비해 조명 전시장으로 만들면 관광상품도 되고 비싼 임대료도 줄일 수 있습니다. 창고는 시 외곽에 두고. 그러면 주차 문제도 해결되고요. 일자리도 늘 수 있습니다.” 최 구청장의 이런 생각은 때로는 현실과 충돌하기도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공원화 사업과 다산길 예술문화거리 조성 사업 등에 대해서 그는 “박 대통령을 칭송하자는 게 아닙니다. 현대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는 장소 아닙니까? 5·16 쿠데타를 모의한 장소이니까요. 보존하려면 제대로 하자는 겁니다. 인근을 공원화하면 일대의 부족한 주차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 다산 성곽길 예술문화의 거리 조성 사업의 핵심도 주차장 설치와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보행 편의 제공이라고 설명했다. “저희가 금속활자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민족 아닙니까? 중구에는 ‘주자소’라고 조선시대 활자를 만들던 유적지가 있어요. 이순신 장군 집터도 있고….” 최 구청장은 주자소에 인쇄박물관을 만들고 이순신 생가를 복원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꼭 협조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그는 서울을 찾는 사람들의 77%, 대한민국을 찾는 사람들의 61%가 중구를 거친다고 했다. “중구의 역사 자원을 대한민국을 위한 마케팅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에요. 그냥 문화재나 보고 가라고 하면 그건 마케팅이 아니에요. 스토리를 입혀야지요.” 중구는 1동 1특화사업, 서소문 역사공원 조성, 정동길 활성화를 위한 정동야행 연 2회 개최, 한양도성 다산길 예술문화거리 조성, 광화문 문화마을 조성, 명동과 회현동 일대 역사문화 거리 조성 사업 등 중구의 역사 자원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처음 구청장이 되고 과장님들과 동장님들과 함께 정동에 갔어요. 정동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게 많더라구요.” 시민단체 문화유산국민신탁의 도움을 받아 문화해설 프로그램 ‘다 같이 돌자 정동 한 바퀴’를 만들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았다. 여기에 ‘아트마켓’을 더했다. 학계의 도움까지 받아 연 아트마켓이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사람은 오는데, 뭐 왔다갔다만 하고 그냥 가버려요. 이래서는 지역경제에 도움이 안 되잖아요.” 최 구청장의 고민을 풀어준 건 ‘컬처 나이트’였다. “이건 걸어다녀야 하는 거예요. 정동이 그렇잖아요. 그래서 정동의 밤을 열자 생각했죠.” 정동의 문화유적지를 야간에 개장하고, 덕수궁 고궁음악회, 정동제일교회와 성공회서울주교좌 성당에서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고, 구세군의 브라스밴드,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영화 상영 등 정동의 종교단체와 미술관, 대사관까지 참여시키자 정동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2015년 5월 정동야행이 태어난 배경이다. 이화여고 심슨기념관은 첫해 정동야행 기간에 가장 많은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2015년 5월에 시작한 정동야행은 불과 1년 만에 한국상품학회에서 2015 관광 이벤트로 선정했다. 축제 분야의 올림픽이라고 하는 세계축제협회의 피나클어워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정동야행의 성과를 세계가 인정한 셈이다. “올해는 경찰박물관, 배재학당에서 4중주 현악연주도 하고…. 정동의 시설과 기관들이 더 많이 참여합니다. 정동 문화유적지의 야간 개장은 물론이고 주한 캐나다대사관과 영국대사관도 참여합니다. 미국대사관만 참여하면 되는데….” 그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지난해 씨를 뿌려두었기 때문이다. 중구는 작년가을 정동야행을 마치고 에릭 월시 주한 캐나다 대사, 주한 영국대사관 닉 뒤비비에 공보관까지 참여한 간담회를 여는 등 공을 들였다. 네 번째를 맞는 올가을 정동야행은 10월28일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다’란 슬로건을 걸고 열린다. 역사 자원 관광화로 지역 발전 이끌 수 있어 “도시는 흐르는 물과 같아서 늘 변화합니다.” 도시전문가로 꼽히는 최 구청장은 도시는 개발을 하든 안 하든 변화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변화의 방향을 올바른 쪽으로 이끄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구의 정책 방향을 역사 자원을 활용한 문화관광으로 이끌고 싶어하는 듯했다. 동국대 인근에 서애 유성룡의 생가가 있었던 점에 착안해 ‘서애길’을 만들어, 동국대 학생들이 학교 근처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하고, 퇴락한 을지로를 살리기 위해 조명거리를 우리나라 최대의 조명전시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등 최 구청장의 생각은 끝없이 확장되고 있었다. “비싼 을지로 땅에 창고까지 둘 필요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이미 유통환경이 택배시스템으로 바뀌었잖아요. 을지로를 정비해 조명 전시장으로 만들면 관광상품도 되고 비싼 임대료도 줄일 수 있습니다. 창고는 시 외곽에 두고. 그러면 주차 문제도 해결되고요. 일자리도 늘 수 있습니다.” 최 구청장의 이런 생각은 때로는 현실과 충돌하기도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공원화 사업과 다산길 예술문화거리 조성 사업 등에 대해서 그는 “박 대통령을 칭송하자는 게 아닙니다. 현대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는 장소 아닙니까? 5·16 쿠데타를 모의한 장소이니까요. 보존하려면 제대로 하자는 겁니다. 인근을 공원화하면 일대의 부족한 주차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 다산 성곽길 예술문화의 거리 조성 사업의 핵심도 주차장 설치와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보행 편의 제공이라고 설명했다. “저희가 금속활자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민족 아닙니까? 중구에는 ‘주자소’라고 조선시대 활자를 만들던 유적지가 있어요. 이순신 장군 집터도 있고….” 최 구청장은 주자소에 인쇄박물관을 만들고 이순신 생가를 복원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꼭 협조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