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허름한 싸전거리에 ‘힙’한 카페·식당 빼곡

중구 ‘힙당동’

등록 : 2023-02-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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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당동 아세요?” 독자의 대답이 궁금하다. ‘예스’라면 트민남 트민녀(트렌드에 민감한 남녀)로 등극할 기회이고, ‘노’라면 이번 기회에 알아두자.

‘힙당동’은 요즘 가장 뜨는 동네인 신당역 12번 출구에서 2번 출구까지 이어지는 구역 뒤쪽 퇴계로 81길과 83길을 말한다. 허름한 쌀가게 사이로 ‘힙’한 카페와 식당이 들어서고 20~30대가 이 길을 앞다퉈 찾는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곳을 찾게 될 독자를 위해 ‘힙당동을 이해하는 3가지 키워드’를 적어본다.

첫째, 힙당동에선 스토리가 읽힌다. 1960년대 신당동은 ‘서울의 쌀 창고’로 통했다. 공장으로, 떡집으로, 소매점으로 서울에서 소비되는 80%의 쌀이 200m 남짓한 이 골목에서 거래됐다.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도 여기서 그의 첫 사업체인 쌀 가게를 운영했다. 카페 심세정과 아포테케리는 이 스토리를 고스란히 녹여냈다. 두 가게 모두 쌀 창고를 개조해 만들었는데, 주요 골조를 그대로 살려 독특한 공간미를 느낄 수 있다.

칵테일바 주신당도 마찬가지다. 신당동 인근엔 광희문이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주검을 성 밖으로 나르던 문이었다. 자연스레 무당들이 근처로 모여들었고 당시 이곳을 무당집이라는 의미의 신당(神堂)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발음이 같은 신당(新堂)으로 바꿔 부른다. 주신당은 이 역사에 주목했다. 그리고 가게 외관을 무당집처럼 꾸몄다. 목재 단상에 올려진 신상과 촛불, 빨간 천을 꼬아 만든 새끼줄 장식이 점집을 연상하게 한다. 모두 지역의 스토리가 브랜드이자 경쟁력이 된 사례다.

둘째, 힙당동에선 전통시장이 살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 보인다. 서울 중앙시장은 몇 년 전만 해도 평범한 시장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식가의 성지로 불리며 ‘핫플레이스’로 급부상 중이다. 중앙시장의 부흥에서 놀라운 점은 신구의 조화다. 젊은 창업자가 전통시장에 자리잡는 경우도 드물지만, 오래된 점포가 함께 살아난 경우는 더욱 드물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바람직한 성장이 가능했을까? 여기서 세 번째 키워드가 등장한다. 힙당동의 시작과 미래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상인의 노력과 구청의 묵묵한 뒷받침이다.

2017년 중구는 ‘지역상권 활성화 추진반’을 꾸렸다. 추진반의 임무는 잠재력 있는 골목상권을 발굴하는 것. 구는 신당동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임대인과 상인, 젊은 예비 창업자를 모아 ‘싸전거리 발전협의회’를 만들었다. 지금의 심세정, 아포테케리 점주가 창업을 준비하던 시절 이곳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들은 싸전거리의 미래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기존 상인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기꺼이 예비 창업자를 도왔고, 젊은 창업자들은 상인들이 쌓아온 역사와 전통을 토대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구청 또한 협의회 결성과 운영부터 노후환경 개선까지 전 과정에서 싸전거리의 변화에 함께했다. 그렇게 힙당동의 주춧돌이 놓였다. 중앙시장도 마찬가지다. 그간 구는 시장 청소·안전·디자인 개선에 힘써왔다. 구청에서 마중물을 부으니 젊은 감각의 가게가 하나둘 들어섰고, 원래 그 자리를 지키던 상점들도 함께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직 신당동의 정점은 오지 않았다. 구는 지금 신당동의 새로운 내일을 그린다. 다산로 고밀 복합 개발을 통해서다. 앞으로 상업 인프라가 두텁게 다져지면 힙당동은 다시 한 번 새롭게 도약할 것이다. 이번 주말 지금 가장 ‘핫'하고 ‘힙'한 동네 신당동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박혜정 중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중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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