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 농사짓자

텃밭농사의 결산, 김장

등록 : 2016-11-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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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김장은 농사지은 만큼 한다. 소출이 많으면 많게, 적으면 적게. 작년에는 소출이 많아 친구 세 집 김장을 함께 했다. 올해는 냉해로 수확량이 줄어 우리 집 김장만 했다. 다행인 것은 볕 좋은 날이 많아 고춧가루 소출이 많았다. 양념은 자급할 수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가.

텃밭농사의 마무리는 김장이다. 배추·무·갓·고추·마늘·생강 등 텃밭의 거의 모든 텃밭 작물이 김장에 쓰인다. 김장만 넉넉하면 먹거리 걱정이 반은 줄어든다. 알타리김치, 배추김치, 갓김치, 동치미, 깍두기 항아리만 봐도 배가 부르다.

시중에서 산 일반 배추는 대부분 화학비료로 키워 조직이 무르다. 이런 배추는 소금물에 절이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반면 텃밭의 유기농 배추는 단단하고 질겨 보통 10시간 정도 절여야 한다. 절인 배추는 세 번쯤 씻어 소금물을 뺀다.

배춧속 만드는 법은 집집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찹쌀풀 쑤는 데 공을 들인다. 다시마, 양파, 무, 대파 뿌리, 황태 등을 넣고 푹 끓여 내용물을 건진다. 그 육수에 미리 개어놓은 찹쌀가루를 넣고 다시 푹 끓여 찹쌀풀을 만든다.

썰어놓은 무채에 찹쌀풀을 넣은 뒤 고춧가루를 붓는다. 고춧가루를 먼저 넣으면 고춧가루가 엉킨다. 거기에 액젓이나 새우젓,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부재료를 넣는다. 우리는 생강을 많이 쓴다. 김치가 빨리 쉬는 것을 막아주고, 감기 예방에도 좋다.

생강이 남으면 생강고를 만든다. 몸을 덥히는 데 특효다. 깨끗이 씻어 다듬은 생강을 갈아 보자기로 꼭 짠다. 생강 물을 설탕과 섞어 2~3시간 정도 달이면 조청처럼 되는데, 이것이 생강고다. 차는 물론 요리에 넣어도 좋다. 주스를 만드는 압착기로 짜도 되는데, 생강즙은 워낙 적으니, 물을 섞어서 짜도 좋다. 김장을 했다면, 이제 음력 정월에 담글 장에 쓸 메주만 쑤면 된다.

중국 의서 <황제내경>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겨울은 모든 문을 닫고 집 안에 틀어박히는 계절이다. 저녁에 일찍 자고 해가 뜬 뒤에 일어난다. … 마음을 안정시켜 무엇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누르고, 조용한 마음가짐으로 늘 만족하고 있어야 한다.” 푹 자고 푹 쉬라는 것이다.


글·사진 유광숙 도시농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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