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 농사짓자

닭은 여름, 꿩은 겨울에 즐기는 이유

텃밭보감

등록 : 2017-02-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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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닭띠해입니다. 선유동 맹추네 도시농부들은 지난해도 닭과 함께 먹거리를 일궜습니다. 맹추네가 땅을 파고 김을 매고 수확을 할 때면, 닭장에서 나온 닭들은 어김없이 맹추들 곁에서 흙을 헤집으며 먹거리를 찾았습니다.

날개가 있는 날짐승은 하늘에 속하기에 머리에 벼슬을 두고 있습니다. 닭도 예외가 아니어서 벼슬도 있고 날개도 있습니다. 새는 일반적으로 벼슬이 작고 날개가 큽니다. 기운을 날개에 모으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나 닭은 다른 새보다 벼슬이 월등히 큽니다. 대신 날개는 작습니다. 화(火)의 기운을 벼슬로 끌어올려 집중시켰습니다. 기운이 날개 대신 벼슬에 모여 있기에 잘 날지 못합니다.

옛사람들은 화를 하늘의 화, 땅의 화로 나눴습니다. 하늘의 화는 태양에서 나오는 화로 사방으로 퍼집니다. 하늘의 화는 뜨겁고 유동성이 심한 성질을 갖습니다. 반면 땅의 화는 안정적이고 균일합니다. 퍼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모여서 올라가는 화입니다.

어렸을 적, 어른들은 ‘세코날’(수면제)을 넣은 콩을 들판에 뿌려 꿩을 잡곤 했습니다. 가끔은 잔인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잡은 꿩으로 만든 만두는 참 맛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꿩을 잡아도 꼭 서리 내린 뒤에 잡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날짐승에게 벼슬의 화는 땅의 화이고, 날개의 화는 하늘의 화입니다. 땅의 화는 위로 오르는 약한 내부 화이고 하늘의 화는 옆으로 뻗는 발산의 외부 화입니다. 밖으로 드러난 꿩과 닭의 차이는, 꿩은 잘 날고 닭은 잘 날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꿩은 ‘꿩꿩’ 소리를 지른 뒤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르지만, 닭은 먼저 날갯죽지를 후두둑 턴 뒤 ‘꼬끼오’ 하고 웁니다.

화의 진행 방향이 다른 데서 오는 차이입니다. 꿩은 태양의 화를 받았기에 날개를 펼쳐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르지만, 땅의 화를 벼슬에 집중시킨 닭은 날갯죽지만 한바탕 흔든 뒤 날개를 접는 것입니다.

꿩과 닭에게서 화의 오르고 내림이 다르듯이, 사람에게도 봄여름과 가을겨울의 화의 오르고 내림이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신체 안과 밖의 항상성입니다. 가을겨울의 신체는 내화외수라 겉은 차갑고 속은 뜨겁습니다. 밖의 차가운 기운을 물리쳐야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봄여름의 신체는 외화내수라 하여 겉은 뜨겁고 속은 차갑습니다. 안의 차가운 기운을 떨쳐내야 합니다.


겨울철 꿩을 잡아서 먹는 건 꿩의 밖으로 발산하는 외부 화를 섭취하려는 것입니다. 반면 무더위 속에서는 삼계탕을 보양식으로 삼는 것은 닭의 안으로 응축되는 내부 화를 섭취하려는 겁니다. 닭은 인체 안의 화를 돋워 따뜻하게 하고 꿩은 외부의 한기를 떨쳐 버려, 몸의 항상성을 유지해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한열’이라는 자연의 변화 속에서 적응하려는 인간 생명의 자연스런 선택입니다

자연은 계절에 따라 끊임없이 순환합니다. 순환의 핵심은 한열의 교차입니다. 여름엔 외부의 더위 속에서 인체 내부는 차가워지고, 겨울엔 외부의 추위 속에서 인체 내부는 더워집니다. 여름에 차가워진 내부는 덥혀야 하고, 겨울에 더워진 내부는 식혀야 합니다. 여름에 차가운 속을 따뜻하게 만드는 삼계탕, 겨울엔 더워진 속을 차게 하는 냉면과 만두가 나온 것은 이런 까닭일 겁니다.

닭과 꿩에게 그러하듯이 삼라만상에는 사시에 따른 흐름이 있습니다. 그 흐름을 알아야만 제 몸에 맞는 것들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흐름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질문인 동시에 답변입니다. 애써 답을 찾기보다는 우선 흐름에 따르는 것이 순리의 삶일 것입니다.

시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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