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매주 목요일 주민센터엔 ‘분리수거 뒤 종량제 봉투 교환’ 긴 줄
투명 페트병과 종이팩·건전지 등 다양
주민 참여율 20%, 다른 구보다 높아
“내년에 이동형 재활용 정거장 운영”
25일 오후 4시께 중구 신당동 주민센터 앞으로 주민들이 무색 페트병, 폐건전지, 종이팩을 가지고 와 쓰레기 종량제 봉투로 바꿔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센터 앞에는 무색 페트병이 점점 높이 쌓였다.
25일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중구 신당동 주민센터 앞에 무색 페트병을 가득 담은 비닐봉지를 든 주민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한 명씩 접수대에서 이름과 전화번호, 무색 페트병 개수를 말하고 대신 10ℓ들이 종량제 봉투를 받아 돌아갔다. 자세히 보니 무색 페트병뿐만 아니라 종이팩(우유팩)과 건전지를 내는 주민도 있었다.
“쓰레기봉투를 받고 안 받고를 떠나 이걸 분리 배출해야죠. 비닐은 비닐대로 페트병은 페트병대로 알뜰하게 모아야죠.” 이날 ‘1번’으로 접수대에 이름을 올린 민정희(82)씨는 무색 페트병 80개를 모아 왔다. 민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항상 딸과 함께 산책을 겸해 나왔지만, 오늘은 도우미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나왔다”고 했다. 이번 달만 세 번째 나왔다는 장무승(83)씨는 페트병 100개를 가져왔다. 장씨는 “심심하니 소일거리로 한다”며 “여기저기 주위에 굴러다니는 것을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서 주워 온다”고 했다.
이날 신당동 주민센터 앞에는 손수레, 오토바이, 자동차에 무색 페트병이나 건전지, 종이팩을 싣고 온 주민이 줄을 이었다.
“아이들이 슬러시를 많이 먹잖아요. 페트병을 모아놨다가 가져와요.” 43년째 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하는 유길선(67)씨는 오토바이에 슬러시 페트병을 가득 싣고 왔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유씨는 종이상자를 버릴 때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 종이상자에 테이프가 붙어 있는 상태로 버리잖아요. 저는 테이프를 모두 뜯어서 버려요. 종이 상자를 재활용하려면 결국 누가 떼어도 떼어야 하는 거잖아요.” 유씨는 “쓰레기로 환경 문제가 심각한데,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재활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슬러시를 많이 먹잖아요. 페트병을 모아놨다가 가져와요.” 43년째 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하는 유길선(67)씨는 오토바이에 슬러시 페트병을 가득 싣고 왔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유씨는 종이상자를 버릴 때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 종이상자에 테이프가 붙어 있는 상태로 버리잖아요. 저는 테이프를 모두 뜯어서 버려요. 종이 상자를 재활용하려면 결국 누가 떼어도 떼어야 하는 거잖아요.” 유씨는 “쓰레기로 환경 문제가 심각한데,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재활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주민들이 손수레나 전동휠체어에 무색 페트병을 싣고 왔다.
오후 4시40분께 상명옥(73)씨가 건전지가 가득 든 가방을 힘겹게 접수대 위에 올렸다. 가방을 올려놓은 상씨는 힘에 부치는 듯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상씨가 가져온 가방에는 시(C) 규격 건전지 100개가 들어 있었다. 심재희(42)씨는 종이팩(우유팩) 3㎏을 가지고 왔다. 카페를 운영하는 심씨는 우유팩을 모아뒀다가 1~2주에 한 번꼴로 가져온다고 했다. “2주에 3㎏ 조금 더 나오거나 많이 나오면 1주일에 2㎏ 정도 나와요.” 심씨는 “마음 같으면 모두 분리해서 버리면 좋겠지만, 업소에는 그런 게 없어서 이곳으로 가져온다”며 “어쨌든 분리해서 버리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심씨는 “이렇게 교환한 종량제 봉투는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고 했다.
이날 신당동 주민 128명이 무색 페트병 8260개, 종이팩 5㎏, 폐건전지 1540개를 가져와 종량제 봉투 573장을 교환해 갔다. 신당동 주민센터는 올해 4월까지 주민 2277명이 참여해 페트병 13만9964개, 종이팩 146㎏(8061장), 폐건전지 2만8805개를 수거하고, 종량제 봉투 1만152장을 교환해줬다.
차민철 신당동 주민센터 주무관은 “신당동은 중구에서 종량제 봉투 교환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며 “주민 반응이 너무 좋아 15개 동으로 확대했다”고 했다.
주민들이 손수레나 전동휠체어에 무색 페트병을 싣고 왔다.
중구는 서울 자치구 중 2020년부터 3년 연속 생활쓰레기 감량 1위를 달성했다. 또한 ‘2022년 기준 생활쓰레기 반입량관리제 평가’에서 최우수구로 선정돼 보상금(인센티브)으로 3억4천만원을 받았다. 2018년부터 시행한 ‘반입량관리제’는 수도권 매립지의 반입총량제와 연계해 자치구마다 공공처리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생활쓰레기 한도량을 매년 설정해 쓰레기를 감축하는 제도이다. 감축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을 받지만, 반입량을 초과하면 벌칙을 받는다.
지난해 마포자원회수시설과 수도권 매립지에 들어갈 수 있는 중구의 생활쓰레기 반입 한도량은 6만4360t이었지만, 실제로 반입된 양은 4만7905t으로 1만6455t을 줄여 한도량보다 26%를 감량하는 성과를 냈다. 또한 2021년도 중구 생활쓰레기 반입량이 5만7155t인 것과 견주면, 1년 새 9250t이나 더 감축했다.
중구는 25개 자치구 중 면적과 인구가 가장 적은 데 비해 생활쓰레기양은 2019년까지 연평균 약 6만8천t으로 강남과 송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공공처리시설 반입량이 초과해 벌칙을 받기도 했다.
무색 페트병이 든 비닐봉지를 손에 든 한 주민이 동 주민센터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중구는 ‘쓰레기 다이어트’로 생활폐기물 배출은 줄이고, 재활용품 수거율은 높여 자원순환을 확산시키는 정책을 착실하게 추진했다. ‘종량제 봉투 교환 사업’이 대표적이다. 중구는 2021년 10월부터 ‘주민과 함께하는 재활용품 종량제 봉투 교환사업’을 시작했다. 목요일마다 무색 페트병, 종이팩, 폐건전지를 15개 동 주민센터로 가져오면 10ℓ들이 종량제 봉투로 바꿔준다. 무색 페트병은 20개에 종량제 봉투 1장, 종이팩은 1kg마다 1장, 폐건전지는 10개에 1장으로 교환해준다.
2021년에는 10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동안 4410명이 참여해 종량제 봉투 1만4852장을 교환했다. 2022년에는 2만9849명이 참여해 10만5111장, 올해는 4월까지 1만956명이 참여해 3만9172장을 교환했다. 이상준 중구 청소행정과장은 “중구는 다른 자치구에 비해 인구는 적지만 참여 주민이 20% 정도나 될 만큼 호응이 뜨겁다”며 “주민 참여가 높을수록 자원 순환율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했다.
중구는 올해 대상 품목을 캔과 유리병으로 확대했다. 6월부터 캔이나 유리병 20개를 종량제 봉투 1장으로 교환해준다. 또한 지금까지 폐건전지 10개를 종량제 봉투 1장으로 바꿔주던 것을 20개로 바꿨다.
한 주민이 무색 페트병을 담을 비닐봉지를 살피고 있다.
중구는 재활용 쓰레기를 줄일 다양한 방법을 실천한다. 고품질 재생원료로 중요성이 커지는 투명 페트병을 매일 분리 배출할 수 있도록 중구민이 가장 많이 사는 신당동 지역에 투명 페트병 스마트 수거함도 설치했다. 음식 배달과 택배를 이용하면 발생하는 아이스팩도 다시 사용한다. 구청도 청사 1층 카페에 다회용컵 무인반납기를 설치하고 일회용컵의 구청 반입을 금지해 일회용컵 사용 줄이기에 나섰다.
구는 행사나 축제 때마다 무분별하게 배출되는 쓰레기 처리를 위해 행사 주최 쪽에 폐기물 담당자를 지정하도록 하고, 이동식 재활용 분리수거대를 지원해 재활용품을 분리 수거하도록 했다. 분리 배출하지 않고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쓰레기 분리배출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했다. 또한 생활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일부 주민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고자 무단투기 6686건을 단속해 3억2600여 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중구는 지난 3월 광희동 쓰레기연구소 ‘새롬’을 재개관해 주민들의 자원 순환 인식을 높이고 있다. 2021년 10월 개관한 새롬은 일상생활 속에서 쓰레기 분리배출과 관련한 교육, 체험, 전시 등을 하는 곳이다. 재개관에 맞춰 분리배출 체험장, 전시·교육 공간, 주민쉼터 등을 새롭게 바꿨다. 이와 함께 새롬은 자원순환 주민활동가 양성, 찾아가는 자원순환 교육, 주민 참여 종량제 봉투 교환 사업, 전시와 체험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이 청소행정과장은 “내년에는 재활용 자원 회수율이 낮은 주거지역에 ‘이동형 재활용 정거장’을 시범 설치해 자원 순환율을 더 높이겠다”며 “앞으로도 쾌적한 중구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