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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답십리동 ‘촬영소 고개’라 불리는 곳을 걷다 보면 영화 제목, 감독, 배우, 스태프 이름이 새겨진 보도블록을 만날 수 있다. 엄앵란, 남궁원, 최불암 등 한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핸드프린팅과 1960년대부터 제작된 한국 영화 명대사·명장면이 담긴 옹벽 등으로 조성된 ‘영화의 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를 마주하게 된다.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의 전신은 1960년대 한국영화 촬영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답십리종합영화촬영소다. 답십리촬영소의 정식 명칭은 ‘대한연합영화주식회사’로, 홍상수 감독의 부모인 육군 중령 출신 영화제작자 홍의선씨와 한국 최초 여성 영화제작자인 전옥순씨가 영화산업 육성을 목표로 설립한 곳이다.
1970년 철거된 답십리종합영화촬영소는 김진규·김보애 주연의 <부부전쟁>(1964년작)을 시작으로 이만희 감독의 <기적>(1967년작), 최무룡 감독의 <나운규 일생>(1966년작) 등 89편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답십리종합영화촬영소의 예술적·문화적 가치와 상징성을 이어받아 지난해 6월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dsnfilmart.or.kr)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센터에 들어서면 답십리촬영소의 역사뿐 아니라 한국영화 100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이 나타난다. 상설전시관에서는 과거 영화 제작에 사용됐던 장비와 소품들을 만날 수 있다. 1층에는 기획 전시관과 영화상영관인 ‘답십리 시네마’도 있는데, 고전영화, 애니메이션, 독립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감상하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2층은 센터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영화제작소인 답십리촬영소를 계승한 만큼 영화의 한 장면을 직접 촬영할 수 있는 시네마 스튜디오와 크로마키 스크린이 설치된 가상 스튜디오를 조성해 제2의 봉준호를 꿈꾸는 예비 영화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3층은 영화, 문화예술, 인문 도서를 열람할 수 있는 시네마 라이브러리와 1인 미디어실, 라디오 스튜디오, 교육공간으로 조성돼 미디어·영상 관련 교육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하 1층은 편집실, 녹음실 등 직접 제작한 영상을 편집하고 완성할 수 있는 공간과 대규모 회의나 교육, 세미나 등을 개최할 수 있는 시청각 교육실이 있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는 이처럼 전문적인 시설·장비를 활용해 촬영 기법 강좌는 물론이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챗지피티(GPT)’를 활용한 영상 제작,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방법, 효과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운영 방법 등 미래의 영화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부터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주말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다양성도 확대되고 있다.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는 단순한 영화제작소가 아닌 주민들의 소통광장이자 문화, 교육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추억이 된 곳, 답십리 촬영소. 1960년대 한국 고전영화 촬영의 중심지였던 이곳에 다시 세워진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에 또 다른 추억이 쌓이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이곳에서 새로 쓰일 역사를 기대해본다.
김재원 동대문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동대문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