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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의 첫 ‘우리동네 건강주치의’ 남성문 베스트의원 원장이 지난 7일 병원 상담실 벽면의 지도를 보며 방문
진료 의료활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마천동에서 20여년 의원 운영하며
중증장애인 등 방문진료 사업 참여
지난해 동 주민센터와 손잡고 활동
“만성질환 관리에 방문진료 꼭 필요
의사에게도 ‘제2의 개업의’ 인생 선물”
송파구 마천동 마천시장 입구에 있는 베스트의원의 상담실 양쪽 벽면에는 여느 병원에서는 보기 어려운 지도들이 눈에 띈다. 지도 곳곳에는 분홍색과 하늘색 포스트잇 200여 개가 붙어 있다. 오른쪽은 마천동 관내 지도, 왼쪽은 서울 전역 지도로 포스트잇에는 환자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다.
“분홍색은 주치의를 맡은 장애인 집, 하늘색은 일차 의료 방문진료 환자들 집 위치예요.” 지난 7일 오후 베스트의원 상담실에서 만난 남성문(61) 원장은 포스트잇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하루 5~10가구를 방문해 진료해야 해 동선을 잘 짜는 게 무척 중요하다”며 “동네 지리도 잘 알아야 해 운전은 직접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방문진료 초기에는 전기자전거로 골목을 누볐는데 빠른 속도 탓에 안전사고 위험이 있어, 중고차를 장만해 활용하고 있다. 흰색 베르나 차량에는 방문진료 표시판(사인보드)도 붙였다.
남 원장은 송파구 첫 ‘동네 주치의’다. 지난해 7월 ‘찾아가는 우리동네 건강주치의 사업’을 위해 마천1동과 업무협약을 맺고 중증 장애, 만성질환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방문진료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앞서 2021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주치의 사업, 지난해 ‘1차 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해 방문진료를 이어왔다. 그는 “마천동에서 20년 넘게 의원을 운영하며, 병원에 와서 진료받기 어려운 환자를 찾아가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정부의 방문진료 사업들과 연계해 동 주민센터와 함께 적극적으로 진행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방문진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외래진료를 마친 뒤 오후 6시~9시30분 이뤄진다. 목요일 하루는 쉰다. 간호사와 동행하며, 중증 장애인 초진 땐 행정 부원장도 함께 간다. 기본 검사와 복용약, 고혈압·당뇨·고지혈증·통증 등 만성질환 상태 등을 확인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허락하면 냉장고를 열어봐 식사 상황도 살펴본다. 집 안 상태를 봐서 치매가 의심되는 환자를 치매지원센터로 연결해준 적도 있다. 그는 “실제 현장을 다녀보니 만성질환 관리에는 생활 습관을 파악할 수 있는 방문진료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남 원장은 송파구 첫 ‘동네 주치의’다. 지난해 7월 ‘찾아가는 우리동네 건강주치의 사업’을 위해 마천1동과 업무협약을 맺고 중증 장애, 만성질환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방문진료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앞서 2021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주치의 사업, 지난해 ‘1차 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해 방문진료를 이어왔다. 그는 “마천동에서 20년 넘게 의원을 운영하며, 병원에 와서 진료받기 어려운 환자를 찾아가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정부의 방문진료 사업들과 연계해 동 주민센터와 함께 적극적으로 진행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방문진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외래진료를 마친 뒤 오후 6시~9시30분 이뤄진다. 목요일 하루는 쉰다. 간호사와 동행하며, 중증 장애인 초진 땐 행정 부원장도 함께 간다. 기본 검사와 복용약, 고혈압·당뇨·고지혈증·통증 등 만성질환 상태 등을 확인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허락하면 냉장고를 열어봐 식사 상황도 살펴본다. 집 안 상태를 봐서 치매가 의심되는 환자를 치매지원센터로 연결해준 적도 있다. 그는 “실제 현장을 다녀보니 만성질환 관리에는 생활 습관을 파악할 수 있는 방문진료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남성문 원장이 방문진료 때 이용하는 차량을 보여주고 있다.
남 원장은 “환자 집을 방문해 진료하면서 제2의 개업의 인생을 살게 됐다”고 말한다. 일반외과 전문의인 그는 지방공사 의료원 외과 과장 등을 지낸 뒤 40살에 개업에 나섰다. 기존 병원이 없는 곳으로 마천동을 추천받아 개원했다. 당시 마천동은 ‘서울 속 지방’이라 여겨질 정도로 공동체 정서가 있었다. 남 원장도 환자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동네 의사’로 지냈다. 시간이 흐르고, 10여 년 전 큰길 쪽으로 병원을 옮겨 오면서 점점 환자를 사무적으로 대하게 되는 것 같아 빚을 진 듯 마음이 무거웠다.
방문진료를 하면서 그동안 소식이 끊어졌던 환자를 만나기도 하고, 노모가 장애인 아들을 돌보는 가정에 가서는 활동지원사 서비스 활용을 권하기도 한다. “든든하다” “큰 도움이 된다”는 환자와 보호자의 인사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는 “의료취약계층의 환자와 보호자에게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기댈 수 있는 비빌 언덕이 돼주는 것 같아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표창장도 두 번 받았다. 9월에는 송파구가 유공 구민에게 주는 상을, 12월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장애인건강 주치의 시범사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 상을 그에게 줬다.
일하는 시간이 1.5배 정도 늘어나면서 남 원장은 체력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아침마다 검도를 하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진료실 안 뒤쪽에 있는 3중 슬라이딩 책장 사이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1시간 정도 낮잠을 잔다. “그간 모은 7천여 권의 책 속에서 눕자마자 곯아떨어져 푹 잘 잔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장 반응을 반영해 방문진료 관련 제도나 사업이 개선돼야 할 필요성도 느낀다. 장애인 주치의 제도에서는 1년 계약으로 관리 의사를 선택해 약간의 본인 부담금을 내고 꾸준히 진료받을 수 있다. 하지만 1차 의료 방문진료 환자는 진료비의 30%를 부담해야 하다 보니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잖다. 그는 “만성질환자도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본인 부담률 등으로 생기는 문제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환자 중심으로 시대가 변하고 있기에 방문진료는 앞으로 더 확대될 거라고 본다. 하반기 장기요양 재택방문 시범사업 추가 모집에도 지원해볼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방문진료 경험을 더 많이 쌓아 개업의의 방문진료 모델도 만들어보고 싶어 한다. 다방면의 자료를 모아 정리해 나누는 게 취미이자 특기인 그는 “방문진료 자료와 경험도 관심 있는 동료 의사들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