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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에서 범죄예방디자인을 담당하는 남은미 주무관이 5일 해 질 무렵, 여성들이 안전하게 밤길을 다닐 수 있게 디자인한 신대방1동 골목길을 설명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디자인으로 범죄를 막을 수 있을까. 범죄예방디자인(CPTED)은 환경을 바꾸면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많은 지방정부가 범죄예방디자인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범죄예방디자인에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는 지방정부는 동작구다. 2014년 9월 전국 최초의 범죄예방디자인 전담팀을 꾸리고 같은 해 12월 서울시 최초로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2015년 2월에는 공공디자인 전문가를 영입해 범죄예방디자인에 전문성을 강화했다. 동작구의 범죄예방디자인 담당자인 남은미(33) 주무관을 지난 5일 신대방1동 다누리 안심마을에서 만났다.
“동작구는 다른 자치구보다 주거지 비율이 높고 다가구 주택이 많아요. 절도나 성범죄 같은 생활 밀접형 범죄가 잦은 환경이지요. 동작구가 범죄예방디자인을 열심히 하는 이유예요.”
여성의 감수성이 더 필요한 범죄예방디자인
동작구가 지금까지 범죄예방디자인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안전마을은 신대방1동, 노량진 1·2동을 비롯해 모두 9곳이다. 이 중 남 주무관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남 주무관은 범죄예방디자인팀의 초창기부터 안전마을의 기본 계획과 설계를 맡아왔다.
9곳 가운데도 신대방1동의 다누리 안심마을은 남 주무관이 가장 애착을 갖는 곳이다. “법무부 공모를 통해 현물을 2억원쯤 지원받았고, 2015년 봄 공모를 준비해서 완성되기까지 꼬박 8개월이 걸렸어요. 게다가 공모 시작할 때 임신 초기였는데, 완공 무렵에는 만삭이 되었거든요. 그런데도 정말 열심히 했던 곳이에요.”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남 주무관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졌다.
남 주무관은 “차가 오가지 못하는 좁은 골목길과 가파른 계단을 100번도 넘게 오르내렸어요. 한 번 갔을 때는 안 보이던 것들이 두 번 가면 보이고, 세 번 가면 또 다른 것들이 보이니까 계속 가게 되더라구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남 주무관이 안내하는 안심마을은 골목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1.2㎞의 골목길은 곳곳이 막다른 길이었다. 초행이라면 몇 번이나 되돌아 나와야 하는 그 길을 남 주무관은 손금 보듯 환히 알았다. 8개월에 걸쳐 구석구석 누비고 다닌 덕이었다.
“놀라지 마세요. 이 집 마당에 큰 개가 있어요.” “이 골목은 생활소음이 심한 곳이었어요” 하고 일러주는 남 주무관. 골목뿐 아니라 주민들의 어려운 문제도 꼼꼼히 챙겼음을 엿볼 수 있었다.
오후 5시30분, 짧은 겨울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골목길은 어느새 어둑해졌다. 아직 가로등이 켜지지 않아 일행과 함께 있는데도 맞은편에서 누군가 걸어오면 무서움이 일었다. 혼자 오면 진짜 무섭겠다는 기자의 호들갑에 남 주무관은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혼자 못 왔어요. 범죄예방디자인을 하면서 어두운 골목에 엘이디(LED) 조명으로 가로등 조도를 높이고, 막다른 골목길에 반사경을 설치하고 나니 무서움이 사그라졌어요.” 범죄예방디자인은 사무실 책상에서 뚝딱 만들어질 수 없다. 무엇보다 현장이 중요하다. 어둡고 좁은 골목을 누벼야 했던 남 주무관에게 일의 성격상 여성이어서 힘들지 않았나 물어보았다. “오히려 여성이라 주민들의 무서움에 더 잘 공감할 수 있었어요. 혼자 귀가하는 여성들은 누군가 따라올 것 같은 무서움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잖아요. 골목이 복잡해 신고할 때도 장소를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몰라 당황할 수밖에 없구요.” 남 주무관은 자신이 여성인 탓에 오히려 여성안심디자인이 가능했다고 한다. 막다른 골목에 설치한 거울 시트나 반사경, 위급 상황이 생길 경우 바로 신고할 수 있는 위치 표시, 감시카메라(CCTV)에 통합관제센터로 연결되는 비상벨을 눈에 잘 띄도록 표시한 것 등이 남 주무관이 여성이기에 할 수 있었던 일들이다. 지역 특성 고려해야 성과 높일 수 있어 남 주무관은 “범죄예방디자인에 정답은 없다”고 한다. 신대방동에서 효과를 본 디자인이 사당동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지역마다 환경도 다르고 주민들의 생활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대방1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중국 교포의 유입이 많은 곳이지요. 쓰레기 배출 등 한국의 생활 정보를 잘 몰라 내국인과 마찰이 잦아요.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절도 범죄가 잦고….” 남 주무관은 이런 지역 특성에 맞춰 문단속과 생활예절을 상기시키는 중국어 병기 표지판을 곳곳에 설치했다. 사소한 듯 보이지만 이 지역의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 문제라고 생각한 까닭이다. 그 결과 다누리 안심마을은 조성 전과 비교해 절도, 폭행, 성범죄 등 6대 범죄 발생 건수가 35.7%나 줄었다. 112 신고 건수도 31.6% 줄어드는 효과를 보았다. 동작구 전체로도 지난 1분기 주요 범죄 발생률이 전년 동기 대비 28% 줄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감소율이다. 이런 결과에 힘입어 동작구는 지난 5일 ‘제1회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공모사업에서 공공부문 대상에 선정되었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오후 5시30분, 짧은 겨울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골목길은 어느새 어둑해졌다. 아직 가로등이 켜지지 않아 일행과 함께 있는데도 맞은편에서 누군가 걸어오면 무서움이 일었다. 혼자 오면 진짜 무섭겠다는 기자의 호들갑에 남 주무관은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혼자 못 왔어요. 범죄예방디자인을 하면서 어두운 골목에 엘이디(LED) 조명으로 가로등 조도를 높이고, 막다른 골목길에 반사경을 설치하고 나니 무서움이 사그라졌어요.” 범죄예방디자인은 사무실 책상에서 뚝딱 만들어질 수 없다. 무엇보다 현장이 중요하다. 어둡고 좁은 골목을 누벼야 했던 남 주무관에게 일의 성격상 여성이어서 힘들지 않았나 물어보았다. “오히려 여성이라 주민들의 무서움에 더 잘 공감할 수 있었어요. 혼자 귀가하는 여성들은 누군가 따라올 것 같은 무서움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잖아요. 골목이 복잡해 신고할 때도 장소를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몰라 당황할 수밖에 없구요.” 남 주무관은 자신이 여성인 탓에 오히려 여성안심디자인이 가능했다고 한다. 막다른 골목에 설치한 거울 시트나 반사경, 위급 상황이 생길 경우 바로 신고할 수 있는 위치 표시, 감시카메라(CCTV)에 통합관제센터로 연결되는 비상벨을 눈에 잘 띄도록 표시한 것 등이 남 주무관이 여성이기에 할 수 있었던 일들이다. 지역 특성 고려해야 성과 높일 수 있어 남 주무관은 “범죄예방디자인에 정답은 없다”고 한다. 신대방동에서 효과를 본 디자인이 사당동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지역마다 환경도 다르고 주민들의 생활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대방1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중국 교포의 유입이 많은 곳이지요. 쓰레기 배출 등 한국의 생활 정보를 잘 몰라 내국인과 마찰이 잦아요.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절도 범죄가 잦고….” 남 주무관은 이런 지역 특성에 맞춰 문단속과 생활예절을 상기시키는 중국어 병기 표지판을 곳곳에 설치했다. 사소한 듯 보이지만 이 지역의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 문제라고 생각한 까닭이다. 그 결과 다누리 안심마을은 조성 전과 비교해 절도, 폭행, 성범죄 등 6대 범죄 발생 건수가 35.7%나 줄었다. 112 신고 건수도 31.6% 줄어드는 효과를 보았다. 동작구 전체로도 지난 1분기 주요 범죄 발생률이 전년 동기 대비 28% 줄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감소율이다. 이런 결과에 힘입어 동작구는 지난 5일 ‘제1회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공모사업에서 공공부문 대상에 선정되었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