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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청년 업체 150곳 참여해 1인가구 취약계층 1800명 지원
청년 소상공인은 매출 증가 ‘웃음’
취약계층은 따뜻한 한 끼에 ‘기쁨’
“더불어 함께 사는 데 일조합니다”
관악구는 6월부터 9월까지 청년 소상공인 도시락 지원 사업을 펼친다. 청년 소상공인의 매출을 높이고, 1인가구 취약계층에는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달 26일 관악구 신림동 도시락 전문 구름계란덮밥 신림점에서 서유리 대표가 배달을 맡은 김명환 목사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3시께,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구름계란덮밥 신림점’ 안은 음식 만드는 열기로 뜨거웠다. 도시락에 들어갈 고기 굽는 냄새를 맡으니 점심때가 지났지만 다시 식욕이 돋는 듯했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지역 사회에 받은 만큼 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성민복지관에서 청년 소상공인 도시락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연락을 받고 좋은 기회라 생각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구름계란덮밥 신림점을 운영하는 서유리(37) 대표는 올해 관악구 청년 소상공인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 서 대표는 지난 6월부터 7월 첫째 주까지 매주 금요일 도시락 70개를 만들었다. 메뉴는 매콤숯불제육, 돈불고기, 더블함박치즈 등으로 가격은 1만~1만1천원이다.
“누가 먹는지 모르는 도시락 음식에 정성을 쏟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청결하고 맛있게 만들려고 노력하죠.” 서 대표는 “이번에 참여한 청년 소상공인 도시락 지원 사업 또한 맛있게 드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도시락을 만들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환경에서 가게를 유지하며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어르신들께 식사를 매주 챙겨드릴 수 있어서 기쁘죠.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데 보람도 느낍니다.”
“누가 먹는지 모르는 도시락 음식에 정성을 쏟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청결하고 맛있게 만들려고 노력하죠.” 서 대표는 “이번에 참여한 청년 소상공인 도시락 지원 사업 또한 맛있게 드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도시락을 만들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환경에서 가게를 유지하며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어르신들께 식사를 매주 챙겨드릴 수 있어서 기쁘죠.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데 보람도 느낍니다.”
서유리 대표와 직원들이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구름계란덮밥 신림점은 청년 소상공인 지원 사업에 참여한 금요일에는 일반 주문을 받지 않았다. 서 대표는 “일반 주문까지 받으면 제시간에 도시락을 보내는 게 어려울 것 같았다”며 “주변을 다시 되돌아볼 좋은 기회였고, 보람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어렵게 가게를 운영하는 청년 사장님들이 많이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좋은 취지의 나눔 지원 사업이 많이 생겨서 사장님들과 어렵게 고생하는 분들이 서로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서 대표는 앞으로 이렇게 서로를 돕는 사업이 활성화하기를 바랐다.
서 대표는 정성껏 만든 도시락을 배달을 맡은 김명한(52) 신림성결교회 목사에게 전달했다. 애초 미취업 청년이 배달하도록 계획했으나, 청년만으로 배달원을 채우기 어려웠다. 그래서 청년뿐만 아니라 체육관 사범, 교회 목사, 한부모가정 엄마도 배달원으로 나섰다.
“한정된 시간에 많은 도시락을 배달하려면 차량이 필요한데, 차를 가진 청년이 많지 않아서 도시락 봉사를 하는 저에게 연락을 주셨죠. 그래서 주위에 알고 지내는 목사 2명과 함께 참여하게 됐습니다.”
김 목사는 2017년부터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해오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남을 위해 봉사하라고 말만 했지 나는 안 하는 것 같았죠. 그래서 근처 복지관에 가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완성된 도시락 모습.
김 목사는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 외에 코로나19를 계기로 교회에서 매주 죽을 만들어 홀몸노인들에게 배달한다.
“그분들에게 도시락만 드리는 게 아니라 건강도 챙겨드리고 같이 얘기도 나누고 하죠. 이런 봉사활동을 목사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하게 됐습니다.”
김 목사는 “교회는 당연히 교인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배달 봉사를 하고 난 뒤로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소외된 삶이 없는지 살피고 돌보게 됐다”고 했다.
구름계란덮밥 신림점에서 도시락을 기다리는 김문덕(60)씨 집까지는 차로 10분 정도 걸렸다. 김 목사가 문을 두드리자 김씨가 나와서 반갑게 맞았다. 김 목사가 “도시락 가져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라며 도시락을 건넸다.
김씨는 도시락을 받아 들더니 “없는 사람 도와주고 이렇게 매번 도시락을 가져다줘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약을 안 먹으면 하루 두 끼만 먹겠는데, 약을 먹어야 해서 하루 세끼를 먹어요.”
시각 장애가 있는 김씨는 건강이 좋지 않다. 여러 약을 하루 세 번씩 먹으려면 귀찮아도 꼬박꼬박 세끼를 챙겨 먹어야 한다. 김씨는 청년 소상공인 도시락 지원 사업 덕분에 잠시마나 저녁밥을 지어 먹는 수고를 덜었다.
김명환 목사가 차량으로 10분 정도 이동해 김문덕씨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식사를 친절하게 잘 챙겨줘서 참 고맙습니다. 매일 여러 가지 메뉴가 달랐어요. 맛있게 먹었습니다. 반찬 구성도 좋고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잘 준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기가 맛있었지만 당뇨 때문에 많이 먹지는 못했어요.”
김씨가 말을 마친 뒤 김 목사가 “계속 도시락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죠”라고 묻자 김씨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있으니 나만 욕심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관악구가 2020년부터 4년째 ‘관악 청년 소상공인 도시락 지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구 내 청년이 운영하는 도시락 업체에서 만든 도시락을 청년 배달원이 1인가구 취약계층에게 전달하는 사업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어느덧 지역 내 사회 안전망 역할까지 하는 든든한 ‘안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관악 청년 소상공인 도시락 지원 사업은 효과도 다양하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소상공인에게 매출 증가 기회를 만들어주고, 1인가구 취약계층에는 따뜻한 한끼를 제공한다. 게다가 청년 배달원이 배달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나아가 지역의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관악구는 올해까지 4년 동안 150여 업체, 1800여 명이 청년 소상공인 도시락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성과를 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 소상공인들이 매출 증대로 자생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청년 등에게는 배달원으로 나서 소득을 높이는 기회가 됐다. 1인가구 취약계층에는 결식 예방으로 건강을 지키고, 사회적 단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줬다.
청년 소상공인 업체 수원갈비에서 1인가구 취약계층에 배달할 도시락 음식을 포장하고 있다. 관악구 제공
구는 올해도 구 내 종합사회복지관 5곳을 사업수행기관으로 선정해 운영을 맡겼다. 복지관 5곳은 청년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업체 30곳을 선정해 1인가구 사회취약계층 400가구에 도시락을 지원한다. 올해는 사업수행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데, 6월부터 9월 사이에 도시락을 배달한다. 1인 1식으로 주 5회, 점심이나 저녁을 제공한다. 도시락 제공 업체가 30곳이 넘어 메뉴도 다양하다.
“함께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누구 하나를 온전히 돕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돕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죠.”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우리 구는 청년 인구 비율이 41%에 달하며 소상공인이 지역경제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며 “앞으로도 청년과 소상공인, 이웃 주민 등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상생하며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