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박현진 성북문화재단 지역문화팀장이 지난 5일 미아리고개 고가 하부 문화공간 ‘미인도’에서 열리고 있는 동네예술광부전 작품을 배경으로 앉아 있다. 박 팀장은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버리는 행위를 되돌아보는 문화를 만들어간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쓰레기집하장 옆 문화공간 ‘미인도’서
새활용 전시 ‘동네예술광부전’ 3년째
축제장엔 분리수거 부스 만들어 운영
“매개자 역할, 변화 위해 노력 이어가”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1번 출구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독특한 문화공간이 있다. 미아리고개 고가도로 아래 116평 규모의 ‘미인도’에서는 정기적으로 전시와 마을장터, 꼬마극장이 열린다. 로비가 쓰레기 집하장으로 쓰이는 매일 오전 시간을 빼고, 나머지 시간에 이뤄진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일상의 풍경이 준 영감에서 기획된 새활용 전시 ‘동네예술광부전’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6일 열린 올해 전시 10여일 동안 약 500명이 찾았다.
첫 번째 전시에서는 예술가들이 ‘동네예술광부’가 되어 폐비닐의 쓸모를 찾았다. 라면 봉지가 파우치가 되고. 쌀 봉지가 가방이 되는 작업을 했다. 두 번째 전시는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쓸모에 대한 고민을 각자의 재료에 담았다. 충격 완충 비닐(뽁뽁이)이 패딩이 되고, 달걀 껍데기가 반짝이는 비트코인으로, 일회용 컵이 텀블러로 새로운 쓸모와 가치를 담아 진행됐다.
“쓰레기가 모이는 공간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졌어요.” 지난 5일 미인도 전시장에서 만난 성북문화재단의 박현진(50) 지역문화팀장이 말했다. 성북문화재단은 협동조합 고개엔마을과 미인도를 공동 운영하면서 전시기획도 함께 한다. 박 팀장은 “예술가들이 쓰레기에서 보물을 캐내는 작업을 하듯 누구든 버리지 않고 새롭게 활용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동네예술광부전은 버려지는 것의 쓸모를 찾는 실험으로 2021년 시작했다. 전시회에서는 ‘보여주기 위해 만드는 것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지켜지고 있다. 그동안 동네예술광부전 작품 제작에 쓰인 비닐, 일회용품, 책 등은 모두 서너 달씩 걸려 직접 모은 버려진 것들이었다. 올해 모인 9명의 지역 예술가는 버려지는 책에 주목했다. 종이는 재활용된다는 생각에 책은 부담 없이 버려지기도 한다. 버려진다는 것의 쓸쓸함을 작가들의 영감을 거쳐 새롭게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는 작품으로 전시장을 채웠다. 폐사전으로 만든 문갑의 문짝, 태워지는 책더미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조각상 등이다. 전시장 입구엔 버려지는 책을 엮어 만든 작은 의자, 탁상시계 등 새활용 상품이 전시돼 있다. 박 팀장은 지역에서 환경에 ‘진심’인 문화기획자로 불린다. 그가 기획·운영에 참여해온 여러 지역 축제에서도 쓰레기를 줄여나가고 있다. 성북 세계음식 축제 ‘누리마실’에서 분리수거를 손쉽게 할 수 있게 2017년부터 행사장 곳곳에 부스를 설치해놓는다. “하루짜리 행사에 쓰레기가 2.5t 차 5대 분량으로 엄청났다”며 “우선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 분리부터 잘되게 부스를 설치하고 교육도 했더니 쓰레기가 2대 분량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는 축제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를 추진하고 있다. 다회용 컵과 용기를 사용하도록 부스 운영 기관을 대상으로 사전교육을 한다. 그는 “첫해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올해는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박 팀장이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건 코이카에서 국제협력단원으로 일했을 때부터이다. 2005년부터 6년간 스리랑카에서 있으며 제3세계에 떠넘겨진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마주했다. 귀국해서 공동체형 중고마켓으로 공동창업을 해 2년간 일했다. 문화운동으로 확장하고 싶은 마음에 활동가로 나섰다. 성북구에서 예술가들, 기획자들과 활동하며 지역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했다. 성북문화재단에는 2017년에 합류했다. 재단에서 지역문화팀장을 맡아 지역 커뮤니티 네트워크와 거버넌스(협치) 사업을 진행했다. 그는 지역 예술가들이 지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싶어 한다. 예술가들이 일상에서 겪는 지역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퍼뜨려 나가길 기대한다. “재단은 공공재로 매개자 역할을 해나가려 한다”며 “작은 활동들이 모여 문화 민주주의가 만들어진다”고 그는 말했다. 지역의 문화행사를 기획하면서 박 팀장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에 중점을 둬왔다. 그래야 오래오래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예술광부전에 참여하는 작가는 연초에 기획부터 함께 하고, 주제에 대해 정기적으로 모여 토론했다. 개인 작품뿐만 아니라 서로 어울려 공동 작업도 해야 한다. 작가들이 하나의 팀이 될 수 있게 운영해 전시가 끝난 뒤에도 커뮤니티 활동이 이어지게 된다. 축제 운영 기관들도 네트워크를 꾸려 조형물이나 비품 등을 재활용, 재사용하는 방안을 협의해오고 있다. 축제의 정체성이 다르다보니 의견을 모으는 데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박 팀장은 “실행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거로 보인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변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미인도를 공동운영하는 재단과 협동조합은 동네예술광부전을 지역 예술가들의 지속가능한 활동 플랫폼이 되도록 이어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골목에 버려진 가구들을 모아 쓸모를 고민해볼 예정이다. 더 많은 사람이 전시를 볼 수 있게 미인도를 벗어나 전시 장소도 넓혀갈 계획이다. 박 팀장은 “버리는 행위에 대해 되돌아보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게 키워가고 싶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동네예술광부전은 버려지는 것의 쓸모를 찾는 실험으로 2021년 시작했다. 전시회에서는 ‘보여주기 위해 만드는 것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지켜지고 있다. 그동안 동네예술광부전 작품 제작에 쓰인 비닐, 일회용품, 책 등은 모두 서너 달씩 걸려 직접 모은 버려진 것들이었다. 올해 모인 9명의 지역 예술가는 버려지는 책에 주목했다. 종이는 재활용된다는 생각에 책은 부담 없이 버려지기도 한다. 버려진다는 것의 쓸쓸함을 작가들의 영감을 거쳐 새롭게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는 작품으로 전시장을 채웠다. 폐사전으로 만든 문갑의 문짝, 태워지는 책더미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조각상 등이다. 전시장 입구엔 버려지는 책을 엮어 만든 작은 의자, 탁상시계 등 새활용 상품이 전시돼 있다. 박 팀장은 지역에서 환경에 ‘진심’인 문화기획자로 불린다. 그가 기획·운영에 참여해온 여러 지역 축제에서도 쓰레기를 줄여나가고 있다. 성북 세계음식 축제 ‘누리마실’에서 분리수거를 손쉽게 할 수 있게 2017년부터 행사장 곳곳에 부스를 설치해놓는다. “하루짜리 행사에 쓰레기가 2.5t 차 5대 분량으로 엄청났다”며 “우선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 분리부터 잘되게 부스를 설치하고 교육도 했더니 쓰레기가 2대 분량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는 축제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를 추진하고 있다. 다회용 컵과 용기를 사용하도록 부스 운영 기관을 대상으로 사전교육을 한다. 그는 “첫해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올해는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박 팀장이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건 코이카에서 국제협력단원으로 일했을 때부터이다. 2005년부터 6년간 스리랑카에서 있으며 제3세계에 떠넘겨진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마주했다. 귀국해서 공동체형 중고마켓으로 공동창업을 해 2년간 일했다. 문화운동으로 확장하고 싶은 마음에 활동가로 나섰다. 성북구에서 예술가들, 기획자들과 활동하며 지역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했다. 성북문화재단에는 2017년에 합류했다. 재단에서 지역문화팀장을 맡아 지역 커뮤니티 네트워크와 거버넌스(협치) 사업을 진행했다. 그는 지역 예술가들이 지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싶어 한다. 예술가들이 일상에서 겪는 지역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퍼뜨려 나가길 기대한다. “재단은 공공재로 매개자 역할을 해나가려 한다”며 “작은 활동들이 모여 문화 민주주의가 만들어진다”고 그는 말했다. 지역의 문화행사를 기획하면서 박 팀장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에 중점을 둬왔다. 그래야 오래오래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예술광부전에 참여하는 작가는 연초에 기획부터 함께 하고, 주제에 대해 정기적으로 모여 토론했다. 개인 작품뿐만 아니라 서로 어울려 공동 작업도 해야 한다. 작가들이 하나의 팀이 될 수 있게 운영해 전시가 끝난 뒤에도 커뮤니티 활동이 이어지게 된다. 축제 운영 기관들도 네트워크를 꾸려 조형물이나 비품 등을 재활용, 재사용하는 방안을 협의해오고 있다. 축제의 정체성이 다르다보니 의견을 모으는 데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박 팀장은 “실행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거로 보인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변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미인도를 공동운영하는 재단과 협동조합은 동네예술광부전을 지역 예술가들의 지속가능한 활동 플랫폼이 되도록 이어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골목에 버려진 가구들을 모아 쓸모를 고민해볼 예정이다. 더 많은 사람이 전시를 볼 수 있게 미인도를 벗어나 전시 장소도 넓혀갈 계획이다. 박 팀장은 “버리는 행위에 대해 되돌아보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게 키워가고 싶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