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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가 지난 14일 시흥3동 마을이음센터에서 공공 목욕탕인 ‘동네방네목욕탕’ 운영을 두고 주민 공론장을
열었다.
공공 목욕탕-민간 목욕탕 입장 엇갈려
관계자들 4시간 넘게 열띤 토론 이어가
민간 목욕탕과 상생하는 방안도 내놔
주민참여단, 최종 결과 구청장에게 전달
지난 14일 오후 1시, 금천구 시흥3동 마을이음센터 3층 대강당으로 주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공공 목욕탕인 ‘동네방네목욕탕’을 앞으로 어찌할지 결정하는 공론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상임대표가 총괄진행을 맡았다. 동네방네목욕탕 관계자, 민간 목욕탕 대표, 시흥3동 주민이 차례로 발제와 토론을 이어갔다. 이를 지켜본 41명의 주민참여단이 6개 조로 나뉘어 조별토론을 거쳐 결과를 발표했다. 동네방네목욕탕을 계속 운영할지에 대한 판단, 계속 운영한다면 어떻게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을 높일지에 대한 방안, 민간 목욕탕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이다. 열띤 토론으로 1시부터 시작된 발제와 토론은 5시를 넘겨서야 결과가 나왔다.
먼저 김성구 금천구 자치행정과장이 동네방네목욕탕을 만들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서울시가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던 남부도로사업소를 2012년 4월 금천구 시흥3동으로 이전하기로 잠정 결정하자 주민들이 환경 문제를 들어 반대했다. 하지만 이전 계획 자체를 취소할 수 없게 되자 주민자치회는 편의시설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남부도로사업소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이 중 1~3층에 주민 편의시설을 만들었다. 2020년 11월 개관한 마을이음센터에는 동네방네목욕탕과 함께 작은도서관, 보건지소, 다목적 체육관이 들어섰다.
이어 심영보 시흥3동 주민자치회장 겸 동네방네 마을이음센터 센터장이 동네방네목욕탕 운영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코로나19로 2022년 7월 뒤늦게 개관한 동네방네목욕탕은 505.41㎡ 규모다. 같은 시간대 이용가능 인원은 남탕 10명, 여탕 20명 정도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매주 화요일과 일요일은 휴관한다. 이용 요금은 개관 당시 민간 목욕탕 요금 7천원에 맞췄다. 금천구 주민이면서 장애인과 보호자, 65살 이상 주민, 한부모가정, 국가유공자, 미취학 아동은 5천원이다. 현재 시흥3동에는 민간 목욕탕 2곳이 있는데, 지난해 한 차례 요금을 올려 9천원을 받고 있다. 동네방네목욕탕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전체 수입 5100만원, 지출 2억6400만원으로 월평균 1775만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심 센터장은 “적자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1년이 지난 시점에 솔직하게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다시 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심 센터장의 발제가 끝나자 이아무개 박미여성사우나 대표가 발제를 이어갔다. “당시 주민자치회 절충안은 두 민간 목욕탕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동네방네목욕탕은 너무 방만한 운영으로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민간 목욕탕에 가기 힘든 장애인이나 기초수급자가 이용하는 목욕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동네방네목욕탕을 계속 유지할 경우, “감면대상 나이를 65살에서 75살로 상향 조정하고, 일반 요금을 민간 목욕탕 수준인 9천원으로 올리라”고 요구했다. 또한 “바우처제도를 도입해 75살 이상 주민이 금천구 내 민간 목욕탕을 이용하면 이용 요금을 전액 지원하거나 일부(4천~5천원)를 지원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동네방네목욕탕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발제가 끝나자 또 다른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나서 의견을 밝혔다. “하루 평균 60명이던 손님이 코로나19로 30명 이하로 줄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동네방네목욕탕이 영업을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원통하고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이강우 유통사우나 대표는 “동네방네목욕탕과 마찬가지로 우리 손님도 연세가 많은 분들인데, 이용료 5천원과 9천원은 경쟁이 안 된다”며 “그만둬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아이들 생각하면 생활비는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목욕탕 영업 마치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새벽까지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민 설명회 때도 목욕탕은 적자가 날테니 다른 시설을 만드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꺼냈다가 어르신들이 왜 안 할 생각만 하느냐, 우리는 목욕탕 외 다른 것은 필요 없다고 거세게 항의해 더는 얘기를 꺼내지 못했습니다.” 김명자 시흥3동 주민자치회 고문은 “어르신들에게 목욕탕은 씻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휴식도 하고 건강 관리도 하고 대화도 나누는 공간”이라며 “보건지소가 있어 위생과 건강을 함께 관리하기 좋고, 작은 도서관이 있어 손주를 돌보는 어르신들이 오기에도 편하다”고 주장했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서비스는 ‘얼마를 벌었냐’로 효과가 있다 없다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주민 박채분씨는 “민간 목욕탕은 시설이나 서비스 개선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어 경쟁력이 없는 것이다”라며 “시설 개선 의향이 있으면 구에서 시설비 일부라도 지원해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 서로 상생하는 방법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우리 목욕탕은 어르신 복지 차원에서 만들어 탕이 배꼽 아래 정도로 낮습니다.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이용하기에 아주 적당합니다.” 동네방네목욕탕에서 근무하는 고영태씨는 “지금 일하는 분들은 모두 금천구 주민”이라며 “인건비 지출이 곧 지역 일자리 창출에 사용하는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제와 토론을 지켜본 주민참여단은 먼저 동네방네목욕탕 운영 여부에 대해 조별토론을 거쳐 투표했다. 투표 결과 ‘현 상태로 운영한다’ 9.8%, ‘개선 후 계속 운영해야 한다’ 78%, ‘운영하지 않는다’ 12.2%가 나왔다. 주민참여단은 동네방네목욕탕이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지금 상태보다는 개선한 뒤 계속 운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주민참여단은 이어 어떤 부분을 개선할지를 토론하고 아이디어와 의견을 냈다. 최종 정리된 안건에 대해 순위를 정하는 투표결과, ‘휴일을 줄이고 일일 이용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42%로 가장 많았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27%), ‘목욕탕 내부 이용 자리(수도꼭지 수)를 늘려야 한다’(13.5%), ‘자원봉사자를 늘려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12%), 다른 지역 취약 계층을 위해 휴업일에 개방해야 한다(5.5%) 순으로 정리됐다. 민간 목욕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나왔다. 먼저 민간 목욕탕 대표들이 위생 관리 등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27%로 가장 높게 나왔다. 다음으로 ‘민간 목욕탕도 할인해주고 그 비용을 지자체가 지원’ ‘구에서 공중위생업 시설 개선 지원사업 운영’ ‘동네방네목욕탕 할인 대상자 연령 상향 조정’ ‘목욕바우처 발행’ 등의 대안이 나왔다. 주민참여단은 이날 최종 정리된 결과를 유성훈 금천구청장에게 전달했다. 유 구청장은 “주민의 뜻을 받아 성실하게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글·사진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어 심영보 시흥3동 주민자치회장 겸 동네방네 마을이음센터 센터장이 동네방네목욕탕 운영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코로나19로 2022년 7월 뒤늦게 개관한 동네방네목욕탕은 505.41㎡ 규모다. 같은 시간대 이용가능 인원은 남탕 10명, 여탕 20명 정도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매주 화요일과 일요일은 휴관한다. 이용 요금은 개관 당시 민간 목욕탕 요금 7천원에 맞췄다. 금천구 주민이면서 장애인과 보호자, 65살 이상 주민, 한부모가정, 국가유공자, 미취학 아동은 5천원이다. 현재 시흥3동에는 민간 목욕탕 2곳이 있는데, 지난해 한 차례 요금을 올려 9천원을 받고 있다. 동네방네목욕탕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전체 수입 5100만원, 지출 2억6400만원으로 월평균 1775만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심 센터장은 “적자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1년이 지난 시점에 솔직하게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다시 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심 센터장의 발제가 끝나자 이아무개 박미여성사우나 대표가 발제를 이어갔다. “당시 주민자치회 절충안은 두 민간 목욕탕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동네방네목욕탕은 너무 방만한 운영으로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민간 목욕탕에 가기 힘든 장애인이나 기초수급자가 이용하는 목욕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동네방네목욕탕을 계속 유지할 경우, “감면대상 나이를 65살에서 75살로 상향 조정하고, 일반 요금을 민간 목욕탕 수준인 9천원으로 올리라”고 요구했다. 또한 “바우처제도를 도입해 75살 이상 주민이 금천구 내 민간 목욕탕을 이용하면 이용 요금을 전액 지원하거나 일부(4천~5천원)를 지원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동네방네목욕탕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발제가 끝나자 또 다른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나서 의견을 밝혔다. “하루 평균 60명이던 손님이 코로나19로 30명 이하로 줄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동네방네목욕탕이 영업을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원통하고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이강우 유통사우나 대표는 “동네방네목욕탕과 마찬가지로 우리 손님도 연세가 많은 분들인데, 이용료 5천원과 9천원은 경쟁이 안 된다”며 “그만둬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아이들 생각하면 생활비는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목욕탕 영업 마치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새벽까지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민 설명회 때도 목욕탕은 적자가 날테니 다른 시설을 만드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꺼냈다가 어르신들이 왜 안 할 생각만 하느냐, 우리는 목욕탕 외 다른 것은 필요 없다고 거세게 항의해 더는 얘기를 꺼내지 못했습니다.” 김명자 시흥3동 주민자치회 고문은 “어르신들에게 목욕탕은 씻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휴식도 하고 건강 관리도 하고 대화도 나누는 공간”이라며 “보건지소가 있어 위생과 건강을 함께 관리하기 좋고, 작은 도서관이 있어 손주를 돌보는 어르신들이 오기에도 편하다”고 주장했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서비스는 ‘얼마를 벌었냐’로 효과가 있다 없다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주민 박채분씨는 “민간 목욕탕은 시설이나 서비스 개선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어 경쟁력이 없는 것이다”라며 “시설 개선 의향이 있으면 구에서 시설비 일부라도 지원해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 서로 상생하는 방법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우리 목욕탕은 어르신 복지 차원에서 만들어 탕이 배꼽 아래 정도로 낮습니다.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이용하기에 아주 적당합니다.” 동네방네목욕탕에서 근무하는 고영태씨는 “지금 일하는 분들은 모두 금천구 주민”이라며 “인건비 지출이 곧 지역 일자리 창출에 사용하는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제와 토론을 지켜본 주민참여단은 먼저 동네방네목욕탕 운영 여부에 대해 조별토론을 거쳐 투표했다. 투표 결과 ‘현 상태로 운영한다’ 9.8%, ‘개선 후 계속 운영해야 한다’ 78%, ‘운영하지 않는다’ 12.2%가 나왔다. 주민참여단은 동네방네목욕탕이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지금 상태보다는 개선한 뒤 계속 운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주민참여단은 이어 어떤 부분을 개선할지를 토론하고 아이디어와 의견을 냈다. 최종 정리된 안건에 대해 순위를 정하는 투표결과, ‘휴일을 줄이고 일일 이용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42%로 가장 많았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27%), ‘목욕탕 내부 이용 자리(수도꼭지 수)를 늘려야 한다’(13.5%), ‘자원봉사자를 늘려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12%), 다른 지역 취약 계층을 위해 휴업일에 개방해야 한다(5.5%) 순으로 정리됐다. 민간 목욕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나왔다. 먼저 민간 목욕탕 대표들이 위생 관리 등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27%로 가장 높게 나왔다. 다음으로 ‘민간 목욕탕도 할인해주고 그 비용을 지자체가 지원’ ‘구에서 공중위생업 시설 개선 지원사업 운영’ ‘동네방네목욕탕 할인 대상자 연령 상향 조정’ ‘목욕바우처 발행’ 등의 대안이 나왔다. 주민참여단은 이날 최종 정리된 결과를 유성훈 금천구청장에게 전달했다. 유 구청장은 “주민의 뜻을 받아 성실하게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글·사진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