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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당산3가 ‘인생 100반’에서 일하는 고금자(왼쪽)씨와 민정순씨가 지난 16일 주방에서 계란말이를 만들기 위해 계란을 깨고 있다.
노인 일자리와 동행식당이 한곳에
내년 무료급식 대기 수요 해소 기대
거동 불편 노인 위해 무료 배달 준비
밑반찬·도시락·죽 사업도 계획해
지난 16일 영등포구 당산3가 ‘인생 100반’에 갔다. 15평 정도 되는 작은 한식당 내부는 깔끔하고 깨끗했다. 낮 12시를 조금 지났는데,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날 오전부터 비가 내려 밖으로 나오기 싫은 심리가 작용한 듯했다. “12시 전에 손님들이 한 차례 왔다 갔어요. 비가 와서 그런지 손님이 적네요.” 담당 직원이 친절하게 알려줬다.
영등포구는 10월30일 노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 인생 100반을 개업했다.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직원 모두 60살 이상 노인이다. 6명이 한 조가 되어 일주일에 돌아가며 2~3회 정도 근무한다. 운영 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다. 메뉴는 비빔밥, 제육정식, 된장찌개, 만둣국 등이다. 제육볶음이 8천원으로 이웃 가게들보다 2천원 정도 저렴하다. 65살 이상 노인에게는 모든 메뉴 가격을 1천원 할인해준다.
인생 100반은 서울시 민간형 ‘노노케어정책’에 힘입어 만들었다. 노인 일자리 참여자가 만든 음식을 노인이 먹는다. 서울시는 ‘쪽방촌’ 노인의 식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민간 식당을 동행식당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에게 동행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루 8천원짜리 식권을 제공한다. 영등포구에는 영등포역 근처에 쪽방촌 거주 노인이 이용할 수 있는 동행식당이 있다. 이번에 만든 동행식당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쪽방촌 노인이 아닌 65살 이상 취약계층 노인을 위한 무료급식과 일반인에게 판매하기 위해 만들었다. 올해는 준비 과정으로, 내년부터 취약계층을 위한 동행식당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최윤정 영등포구 어르신복지과 재가복지팀 주무관은 “노인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만든 것으로, 내년 1월부터 동행식당으로 지정받아 운영하면 무료급식지원사업 대기 수요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생 100반에서 일하는 고금자(64·대림1동)씨와 민정순(71·당산2동)씨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한다. 음식 만드는 모습이 이웃 아줌마나 할머니로 느껴질 정도로 친근해 보였다. “음식은 엄마 손맛이지. 집밥처럼 해요.” 인생 100반 음식은 계량화된 일정한 맛을 내지는 않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음식을 만드는 주방장 손맛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했다. 기자도 제육볶음을 시켜 먹었더니, 일반 음식점에서는 먹어볼 수 없는 맛이 났다. 자극적인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맛이 순하고 부드러웠다. 두 사람은 4~5년 전부터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일하기 전에는 살림 살았죠.” 두 사람은 이렇게 나와서 음식을 만드는 일이 좋다고 했다. “식당에 가는 날이 기다려져요.” 민씨는 “식당에서 일하는 게 무척 재밌다”고 했다. “일전에, ‘아침에 따뜻한 밥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라고 쓴 편지를 주더라고요.” 고씨는 “아침 일찍 나오는 건 부담스럽지만 손님한테 그런 편지를 받고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쪽방촌 노인이 아닌 65살 이상 취약계층 노인을 위한 무료급식과 일반인에게 판매하기 위해 만들었다. 올해는 준비 과정으로, 내년부터 취약계층을 위한 동행식당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최윤정 영등포구 어르신복지과 재가복지팀 주무관은 “노인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만든 것으로, 내년 1월부터 동행식당으로 지정받아 운영하면 무료급식지원사업 대기 수요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생 100반에서 일하는 고금자(64·대림1동)씨와 민정순(71·당산2동)씨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한다. 음식 만드는 모습이 이웃 아줌마나 할머니로 느껴질 정도로 친근해 보였다. “음식은 엄마 손맛이지. 집밥처럼 해요.” 인생 100반 음식은 계량화된 일정한 맛을 내지는 않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음식을 만드는 주방장 손맛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했다. 기자도 제육볶음을 시켜 먹었더니, 일반 음식점에서는 먹어볼 수 없는 맛이 났다. 자극적인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맛이 순하고 부드러웠다. 두 사람은 4~5년 전부터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일하기 전에는 살림 살았죠.” 두 사람은 이렇게 나와서 음식을 만드는 일이 좋다고 했다. “식당에 가는 날이 기다려져요.” 민씨는 “식당에서 일하는 게 무척 재밌다”고 했다. “일전에, ‘아침에 따뜻한 밥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라고 쓴 편지를 주더라고요.” 고씨는 “아침 일찍 나오는 건 부담스럽지만 손님한테 그런 편지를 받고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민정순(왼쪽)씨와 고금자씨가 ‘인생 100반’ 앞에서 웃고 있다.
“식당 일을 안 해봤죠. 손님이 한꺼번에 많이 몰리면 음식 만드느라 정신없어요. 여러 음식을 시간에 맞춰 내는 게 어려워요.” 두 사람은 식당 일을 해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아직 잘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민씨는 “그래도 손님이 많이 오면 기쁘다”고 했다.
주방에서는 고씨가 주로 불을 사용해 음식을 조리하는 일을 맡고, 민씨가 나물 무치기라든지 비빔밥 재료를 만드는 일을 한다. “서로 잘하는 걸 해야 능률이 오르죠.” 처음부터 누구는 이 일 하고, 누구는 저 일 하라고 정한 것은 없다. 그저 주방에서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할 뿐이다.
“남자는 나이 들면 들어오고, 여자는 나이 들면 나간다고 하잖아요.” 고씨는 집에서 하도 남편이 잔소리해서 나와버렸다며 웃었다. 민씨는 건강 삼아 다닌다고 했다. “집에 있으면 잠만 자고 살만 찌죠. 이렇게 나오면 건강에도 좋아요.”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고씨는 내년 2월께 친구들과 함께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국내는 거의 다 돌았죠. 이제 외국만 가면 돼요. 월급 모아서 해외여행 가야죠.” 민씨는 “캐나다, 타이, 필리핀을 가봤지만 우리나라가 좋더라”며 “손주에게 용돈을 주고 싶다”고 했다.
“구청에서 이렇게 일자리 사업을 하니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도움이 많이 되죠.” 두 사람은 “어르신들한테 음식을 싸게 팔고, 우리는 일자리를 얻어 행복하다”며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고 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너무 많죠. 음식도 다 사 먹잖아요.” 고씨는 “인생 100반이 각 동에 하나씩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씨의 말을 들은 민씨가 “시니어들 고용하면 인건비도 많이 안 나온다”며 맞장구쳤다.
“일주일에 두 번씩 할 일이 있어 살아 있다는 게 느껴져요.”(고금자씨) “이 나이에 하루종일 일할 수는 없지만 갈 곳이 있어 살아가는 데 활력소가 돼요.”(민정순씨) 두 사람 모두 식당 일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팀워크만 좋으면 오래 일할 생각이다. 두 사람은 근무 일수를 주 3회 정도로 늘려주기를 바랐다. 인생 100반은 현재 점심때만 영업하고 저녁 영업은 하지 않고 있다. “밤 장사를 해야지.” 민씨는 “건물 임대료를 내려면 저녁까지 영업해야 할 텐데…”라며 아직 그렇지 못한 상황을 걱정했다.
인생 100반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무료 배달도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안부 확인을 하고 소식지 등 생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도 동시에 할 수 있다. 또한 밑반찬 판매, 도시락 배달, 노인들 입맛에 맞는 죽 등도 만들어 팔 계획이다. 자연히 노인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주무관은 “올해는 일반인을 상대로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형 노인 일자리나 동행식당과 연계한 사업이 인생 100반을 통해 잘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