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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해 가을 승진해 한 부서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40대 초반 남성입니다. 승진 직후에는 마냥 기뻤는데, 요즘 새로운 고민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름 아닌 제가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부서에 여성들이 적지 않은데,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할지 선뜻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남성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소주잔도 나누면서 솔직히 의견을 피력하는 편인데, 여성 직원들에게는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필요한 업무적 용건 외에 사적으로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남성 위주로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는 오해도 들려오고, 어딘지 팀플레이가 잘 이뤄지지 않는 듯합니다. 이성 직원들과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좋을지 궁금해 문을 두드려봅니다.
A) 리더십과 소통에 관한 충고는 넘치고 또 넘칩니다. 경영학의 대가, 소통의 달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론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복싱 선수였던 마이크 타이슨이 던졌던 말이 매우 적절한 듯싶습니다. “모두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얼굴에 펀치를 맞기 전까지는.”
책에서 읽은 이론이 막상 현장에서는 딴판으로 진행된다는 얘깁니다. 저도 대표이사라는 자리에 올랐더니 모든 게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예상치 않았던 변수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타이슨이 말하는 펀치를 직장 내의 리더에게 적용하면, 직원들의 반응과 상향평가를 의미합니다.
어디서나 직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암묵적인 비토 분위기가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디지털 경영혁신가인 발라 아프샤르는 조직문화와 관리자와의 함수관계를 매우 재치 있게 정의했습니다.
“관리자가 사무실을 비웠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가, 그것이 가장 간단한 직장문화의 정의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겁니다. 관리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때와 그 자리를 비웠을 때는 대부분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직장마다 진짜 여론이 형성되는 곳이 있습니다. 학연, 지연, 혈연도 있지만, 이보다 더 강한 ‘제4의 연’이 담배를 함께 피우는 ‘흡연’이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흡연 장소는 정보 교류와 여론이 형성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합니다. 삼삼오오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점기회’(점심 기획회의), 혹은 퇴근 뒤 술자리를 갖는 ‘회걱모’(회사를 걱정하는 모임)에서도 단골 메뉴는 상사에 관한 것이지요. 경영학에 ‘피터의 법칙’, 더 나아가 ‘피터의 저주’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일을 잘해서 승진시켰더니 막상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조직의 문제아가 되어버린다는 뜻입니다. 실무자와 관리자, 리더는 다른 역할이며 그만큼 어렵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피터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제 경험에 비추어 현실적인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리더가 남성이고 ‘팔로어’가 대분분 여성들일 경우 ‘불가근불가원’(가깝지도 않게 멀지도 않게) 원칙을 적용해보실 것을 권유합니다. 이 표현은 언론인과 취재원의 관계를 말할 때 쓰는 것이지만, 직장의 상하 관계, 특히 이성 부하 직원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싶습니다. 너무 가까이해서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해서도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너무 가까이 가면 불편해하거나 이에 따라 불미스런 일이 생길 소지가 큽니다. 반면에 너무 멀리하면 소통에 큰 문제가 생기고, 남녀 직원들 사이에 편견이나 차별 시비가 일어날 여지가 많습니다. 두 번째, 직원들의 말뜻을 잘 해석해야 합니다. 리더와 팔로어 사이는 언제나 긴장이 있습니다. 보고할 때나 회의석상에서 매우 조심하기 때문에 돌려 말할 때가 많습니다. 더욱이 남자와 여자는 사용하는 언어의 뜻이 가끔 다릅니다. 말하고자 하는 진의를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경청 능력이란 그냥 들리는 대로 듣는 게 아니고 잘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세 번째, 남직원하고 어울렸다면 여직원들과도 자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평합니다. 다만 술자리보다는 취미나 커피 마시는 자리를 함께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녀가 있는 경우 육아 문제를 공통 화제로 삼아 대화를 이끌어간다면 긴장이 잘 풀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여성들로만 이뤄진 조직을 탁월하게 잘 이끈 남성 팀장이 있었습니다. 매우 ‘터프하게’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는 여성들과 소통하는 데 남다른 자질을 보였습니다. 그의 부서 회의 첫마디는 이러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저를 아줌마로 대해주세요!” 선입견과 달리 여성들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겠다는 감성적인 의사 표현이었습니다. 경영학의 ‘구루’(최고 스승)라고 하는 피터 드러커가 일찍이 강조한 ‘리더는 권위를 버리고 리드해야 한다’란 말을 잘 적용한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네 번째는 ‘리액션’의 힘입니다. 방송의 리액션이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 화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면, 상하 관계에서 리액션은 직원의 보고나 업무 수행에 일정한 피드백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불분명하게 업무 지시하고 나중에 다른 소리 하는 상사처럼 힘든 사람 없습니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안다는 말은 조직생활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일일수록 분명하고 또박또박, 그것도 여러 번 강조해야 합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칭찬이나 감탄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칫 어설픈 칭찬은 큰 독이 됩니다. 여성 직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행이 가장 나쁜 것임은 이제 상식입니다. 다섯 번째는 ‘팀 정신’입니다. 리더가 모든 해답을 갖고 있지 않음을 인정하고 직원들에게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분산시켜주면 좋아합니다. 팀의 잠재력도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진정한 소통은 무엇보다 정직해지는 것이니까요. 글 손관승 세한대학교 교수·전 iMBC 대표이사·MBC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관리자가 사무실을 비웠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가, 그것이 가장 간단한 직장문화의 정의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겁니다. 관리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때와 그 자리를 비웠을 때는 대부분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직장마다 진짜 여론이 형성되는 곳이 있습니다. 학연, 지연, 혈연도 있지만, 이보다 더 강한 ‘제4의 연’이 담배를 함께 피우는 ‘흡연’이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흡연 장소는 정보 교류와 여론이 형성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합니다. 삼삼오오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점기회’(점심 기획회의), 혹은 퇴근 뒤 술자리를 갖는 ‘회걱모’(회사를 걱정하는 모임)에서도 단골 메뉴는 상사에 관한 것이지요. 경영학에 ‘피터의 법칙’, 더 나아가 ‘피터의 저주’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일을 잘해서 승진시켰더니 막상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조직의 문제아가 되어버린다는 뜻입니다. 실무자와 관리자, 리더는 다른 역할이며 그만큼 어렵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피터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제 경험에 비추어 현실적인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리더가 남성이고 ‘팔로어’가 대분분 여성들일 경우 ‘불가근불가원’(가깝지도 않게 멀지도 않게) 원칙을 적용해보실 것을 권유합니다. 이 표현은 언론인과 취재원의 관계를 말할 때 쓰는 것이지만, 직장의 상하 관계, 특히 이성 부하 직원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싶습니다. 너무 가까이해서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해서도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너무 가까이 가면 불편해하거나 이에 따라 불미스런 일이 생길 소지가 큽니다. 반면에 너무 멀리하면 소통에 큰 문제가 생기고, 남녀 직원들 사이에 편견이나 차별 시비가 일어날 여지가 많습니다. 두 번째, 직원들의 말뜻을 잘 해석해야 합니다. 리더와 팔로어 사이는 언제나 긴장이 있습니다. 보고할 때나 회의석상에서 매우 조심하기 때문에 돌려 말할 때가 많습니다. 더욱이 남자와 여자는 사용하는 언어의 뜻이 가끔 다릅니다. 말하고자 하는 진의를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경청 능력이란 그냥 들리는 대로 듣는 게 아니고 잘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세 번째, 남직원하고 어울렸다면 여직원들과도 자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평합니다. 다만 술자리보다는 취미나 커피 마시는 자리를 함께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녀가 있는 경우 육아 문제를 공통 화제로 삼아 대화를 이끌어간다면 긴장이 잘 풀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여성들로만 이뤄진 조직을 탁월하게 잘 이끈 남성 팀장이 있었습니다. 매우 ‘터프하게’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는 여성들과 소통하는 데 남다른 자질을 보였습니다. 그의 부서 회의 첫마디는 이러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저를 아줌마로 대해주세요!” 선입견과 달리 여성들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겠다는 감성적인 의사 표현이었습니다. 경영학의 ‘구루’(최고 스승)라고 하는 피터 드러커가 일찍이 강조한 ‘리더는 권위를 버리고 리드해야 한다’란 말을 잘 적용한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네 번째는 ‘리액션’의 힘입니다. 방송의 리액션이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 화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면, 상하 관계에서 리액션은 직원의 보고나 업무 수행에 일정한 피드백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불분명하게 업무 지시하고 나중에 다른 소리 하는 상사처럼 힘든 사람 없습니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안다는 말은 조직생활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일일수록 분명하고 또박또박, 그것도 여러 번 강조해야 합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칭찬이나 감탄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칫 어설픈 칭찬은 큰 독이 됩니다. 여성 직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행이 가장 나쁜 것임은 이제 상식입니다. 다섯 번째는 ‘팀 정신’입니다. 리더가 모든 해답을 갖고 있지 않음을 인정하고 직원들에게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분산시켜주면 좋아합니다. 팀의 잠재력도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진정한 소통은 무엇보다 정직해지는 것이니까요. 글 손관승 세한대학교 교수·전 iMBC 대표이사·MBC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