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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손목닥터가 시민들 생활 습관 바꿔
전 한국방송 피디 함길주씨 “남편과 나란히 걸으며 노후 얘기 즐거워” ‘손닥’과 함께 백혈병 극복한 양은정씨 “헬스장 못 간 코로나 때 손닥이 운동 벗” 10년 젊게 사는 60대 후반 박원규씨 “손닥 이용 5개월, 몸매가 60대→ 50대”
전 한국방송 피디 함길주씨 “남편과 나란히 걸으며 노후 얘기 즐거워” ‘손닥’과 함께 백혈병 극복한 양은정씨 “헬스장 못 간 코로나 때 손닥이 운동 벗” 10년 젊게 사는 60대 후반 박원규씨 “손닥 이용 5개월, 몸매가 60대→ 50대”
서울시는 서울시민 모두가 99살까지 88(팔팔)하게 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손목닥터 9988’ 참여 활성화를 위해 다달이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11월18일 성동구 서울숲에서 열린 ‘9988 하는 날’ 모습. 참가 시민들이 ‘손목닥터 9988 걷기 챌린지’ 출발에 앞서 자신의 ‘손목닥터 9988 워치’를 점검하고 있다.
정년을 6개월 앞둔 직장인 이두림(59)씨는 다음주 월요일인 12월18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씨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일종의 스마트워치인 ‘손목닥터 9988 워치’를 본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6월부터 개발해오던 ‘손목닥터 9988 전용앱’을 이날 구글플레이 등을 통해 공개한다. 서울시민 모두가 99살까지 88(팔팔)하게 산다는 의미를 담은 ‘손목닥터 9988’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사업으로, 모바일 앱과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시민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비대면 통합서비스이다. 19~75살(1948년 1월1일~2004년 12월31일 출생자)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고, 서울 소재 직장인과 대학생, 자영업자도 참여할 수 있다. 이씨는 11월 중순 신문을 보다가 “11월27일 오전 10시부터 손목닥터 9988 누리집(onhealth.seoul.go.kr)을 통해 손목닥터 9988 사업 참여자 5만 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에 이씨는 당일 10시 정각에 누리집에 접속해서 참가 신청을 했다. 다행히 이씨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접수에 성공했고, 지난 13일에 손목닥터 9988을 집으로 배송받았다. 2021년 시범사업으로 출발해 계속 확대돼온 손목닥터 9988 사업의 핵심은 손목닥터 9988 워치를 차고 ‘8천 보 이상 걷기’ 등 걷기를 생활화하면 6개월 동안 최대 10만 포인트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손목닥터 참여자에게는 걷기만 해도 하루에 200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주 3회 이상 꾸준히 걸으면 추가로 500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등 건강활동으로 최대 8만8200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또한 홈트레이닝, 명상 등 서비스 참여로 1만1800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서울페이 머니’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1포인트가 1원꼴이니 총 10만원을 병원·편의점 등 서울 시내 11만여 곳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6월11일 잠수교에서 열린 ‘손목닥터 9988 하는 날’ 모습. 이날 참가자들은 잠수교 남단에서 출발한 뒤 잠수교 북단 14번 교각을 돌아 다시 잠수교 남단으로 돌아오는 1.6㎞를 함께 걸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매월 오프라인 ‘9988 하는 날’과 걷기 챌린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 이벤트, ‘손닥이 이모티콘 이벤트’ 등 재미와 건강을 함께 얻을 수 있는 내용으로 시민의 건강관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매월 야외에서 진행하는 걷기 대회인 ‘9988 하는 날’은 지난 4월 서울대공원에서 시작해 서래섬, 잠수교, 여의도, 광화문에서 개최됐으며, 매회 3천 명 넘는 시민이 걷기 대회와 행사에 참여했다.
지난 10월에는 서울광장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가을 건강운동회’를 열어 ‘손목닥터 9988 참여 우수 수기’ 시상, ‘가을 하늘 아래 9988 하는 날’ 행사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스트레칭으로 발목 건강 챙기기’ ‘안전한 겨울 산행 꿀팁’ 등 다양한 건강정보도 제공한다.
그러나 18일 새로운 전용앱이 공개되면 기존의 손목닥터 9988이 제공했던 ‘재미와 건강 지킴이 기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부터 구글플레이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전용앱을 통하면 바로 손목닥터 9988 신청이 가능해진다. 그 이전에는 누리집(홈페이지)에서만 신청이 가능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관심을 더 끄는 것은 ‘커뮤니티’라는 새로운 서비스 기능이다. ‘커뮤니티’ 기능은 혼자 운동하기 어려워했던 참여자들이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커뮤니티로 함께 모여 활동할 수 있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손목닥터 9988의 새로운 참여자인 이씨도 “사실 가장 기대하는 것은 커뮤니티 서비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을 가진 것은 이씨뿐만이 아니다. 지난 11월27일 이씨와 함께 손목닥터 9988 워치를 받은 5만 명의 시민은 물론, 그 이전에 손목닥터 9988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38만여 명도 역시 ‘커뮤니티’ 활동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건강 지키기’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더욱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 6월11일 잠수교에서 열린 ‘손목닥터 9988 하는 날’ 모습. 참가자들에게는 시원한 음료와 2천 포인트의 특별포인트가 지급됐다.
지난 10월에 발표된 ‘손목닥터9988 참여 우수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함길주(63)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피디인 함씨는 2021년 시범사업 때부터 참여했다. 2020년 말 정년을 함께 맞는 한국방송 동료들과 “누죽걸산”(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등의 얘기를 나누면서 걷기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던 게 한 계기가 됐다.
함 전 피디는 이렇게 정년 이후 건강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면서 역시 한국방송을 정년퇴직한 피디인 남편에게도 손목닥터 9988 참가를 권유해 현재 함께 참여하고 있다.
두 사람은 정말 많이 걸었다고 한다. 함씨는 “시간 부자이니 점심을 먹으러 가도 멀리 있는 곳으로 정해서 걸어서 다녀온다”고 한다. 또한 외국에 나갈 때도 손목닥터 9988 워치를 차고 걸었다. 워치가 연동돼 스페인과 포르투갈, 동남아 등 외국에서 걸은 것도 기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대부분을 남편과 함께 걸었다는 것이다. 함씨는 “남편과 나란히 걸으면서 노후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그동안 직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한다”며 “건강도 건강이지만 그렇게 남편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렇게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참여하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바로 ‘손목닥터 9988 커뮤니티’ 서비스 덕분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서 여러 사람이 정보도 교환하고 때에 따라서는 함께 걸을 뜻 맞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손목닥터 9988 홍보 포스터.
또한 12월18일 이후에는 손목닥터 9988 참여자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는 점도 서비스 참가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서울시가 12월18일 10시부터 개인 스마트워치 또는 휴대전화(스마트폰)로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 2만 명을 모집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개인 스마트폰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서울시에서 제공한 스마트워치나 개인 스마트워치 등 ‘스마트워치를 가진 사람만’ 참여가 가능했다. 하지만 전용앱이 개발되면서 개인 스마트폰으로 참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면 엠제트(MZ)세대 등으로 참여자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이런 변화에 맞춰 앞으로 보급되는 손목닥터 9988 워치는 출산모, 대사증후군, 어르신 등 “건강관리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시민에게 한정해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 취약계층에 워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손목닥터 9988 참여 우수 수기 공모전’의 또 다른 최우수상 수상자인 양은정(39)씨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씨는 ‘빡빡머리가 단발머리까지, 함께해준 손목닥터 고마워요’라는 글에서 백혈병으로 골수이식 수술을 받은 뒤 어떻게 손목닥터의 도움을 받았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양씨는 2020년 10월 골수이식을 받고 퇴원했을 때가 마침 코로나19 시기라 헬스장 등을 이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체력과 면역력이 극도로 약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양씨는 병실에서 가까이 있는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양씨는 이런 상황에서 2021년 1월부터 손목닥터를 이용해 하루하루 차근차근 걷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3년 가까이 된 지금은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체력을 회복했다. 양씨는 11월 중순에는 괌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양씨는 “만약 손목닥터 9988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손목닥터가 주는 포인트가 자극됐고, 또 관리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고 한다.
지난 10월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가을운동회 모습. 이날 운동회에서는 ‘손목닥터 9988 참여 우수 수기’ 시상, ‘가을 하늘 아래 9988 하는 날’ 행사가 진행됐다.
손목닥터 참여자들은 “손목닥터 이용이 확대될수록 서울이 젊어지고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손목닥터를 이용하면서 “10년 전 체형으로 돌아갔다”는 박원규(66)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박씨는 일반적인 정년을 훨씬 넘은 나이임에도 50플러스재단의 보람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충청남도 사회적경제 네트워크의 경영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 구로시설관리공단의 시니어 컨설턴트도 맡고 있다.
박 컨설턴트가 이렇게 계속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은 체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박 컨설턴트는 체력 유지에 손목닥터의 도움이 컸다고 말한다. 박 컨설턴트는 “올해 1월 초부터 손목닥터를 차고 1만 보 이상을 걸었다”며 “손목닥터 이용 5개월이 지나면서 60대의 몸매에서 50대의 몸매로 변신했다”고 말한다. 물론 박 컨설턴트는 손목닥터를 이용하면서 추가로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병행했다. 하지만 그 출발점이 된 것은 손목닥터다. 그는 “걷기운동과 함께 근력운동을 한 것이 체형 변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도 “손목닥터 9988에 참여했기에 다른 운동을 연계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내년에도 손목닥터 프로그램을 더욱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내년 상반기 중에는 지피에스(GPS) 기반 걷기, 주요 관광·명소 ‘방문 인증 챌린지’ 등 손목닥터 9988의 주요 테마인 걷기와 재미 요소를 결합한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손목닥터 9988 전용 앱으로 시민이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층 향상된 손목닥터 9988을 추진하겠다”며 “서울시는 앞으로 보다 나은 손목닥터 9988 서비스로 시민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