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소상공인 ‘1% 기부’에 지역 복지 ‘더 촘촘’

서대문구 지역 소상공인 ‘서대문 나눔 1% 기적’ 기부 시작

등록 : 2023-12-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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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나눔 1%의 기적’에 참여한 최언열 지비(GB)유통 대표(왼쪽부터), 이재합 갤러리 카페 오리재 대표, 최규득 포콤방범시스템 회장, 전희재 이촌세무법인 서대문 지점장이 14일 서대문구 홍제동 오리재 앞에서 손하트를 그려 보이고 있다.

주민 제안받고 구청장이 지원 약속

기부하면 ‘인증 가게’ 현판, 세제 혜택

올해 10호점, 내년 100호점 목표

장학금과 무료급식에 사용할 계획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는데, 주위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죠. ‘나눔 1%의 기적’ 기부 인증 가게가 100호점, 1000호점까지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비록 1%지만, 모이고 모이면 지역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홍제동 갤러리 카페 오리재는 ‘서대문 나눔 1%의 기적’ 인증 가게 1호점이다. 이재합(68) 대표는 올해 2월 오리재를 개점했는데, 전시할 수 있는 공간 겸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다. 이 대표는 작가들에게 미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카페 공간을 무료로 내준다. 자신도 미술을 전공해 비싼 대관료를 내며 작품을 전시해야 하는 작가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홍제동 쪽에 어려운 분들이 많으니 카페 매출 1%를 나눠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눔 1% 기적 기부를 만들면 좋겠다 싶었죠.”


14일 오리재에서 만난 이 대표는 “구청에 얘기했더니 구청장님이 적극적으로 서대문 소상공인들이 참여하는 기부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말을 하셨다고 들었다”고 했다.

서대문 나눔 1% 기적은 서대문구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수익금 일부를 기부해 소외 계층을 위한 복지사업을 만들어 사회에 다시 되돌려주는 사회공헌사업이다. 민간 재원을 확보해 공공복지 자원의 한계를 보완하고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지난 6월께 이 대표가 제안한 서대문 나눔 1% 기적은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의 적극 지원과 지역 소상공인들의 참여로 5호점까지 늘었다. 지난 10월27일 1호점 갤러리 카페 오리재를 시작으로 2호점 포콤방범시스템, 3호점 지비(GB)유통, 4호점 맘스터치 홍제역점, 5호점 이촌세무법인 서대문지점이 ‘인증 가게’가 됐다. 서대문구는 기부 약정을 하면 협약식을 하고 ‘나눔 1% 기적’ 인증 현판을 점포 앞에 붙여준다. 현판 글씨는 서예가 이완씨가 동참해 재능 기부했다.

김세정 서대문구 인생케어과 복지자원팀장은 “1%는 상징적 의미이고, 희망하는 금액을 자발적으로 후원할 수 있다”며 “겨울에는 일회성 후원자가 많이 생기지만 지속적이지 않았는데, 나눔 1% 기적 후원자는 지속적으로 참여해 의미가 더 크다”고 했다.

오리재에 전시돼 있는 미술 작품 모습. 판매금액의 10%를 서대문 나눔 1%의 기적에 기부한다.

서울상공회의소 서대문구상공회 회장을 맡은 최규득(71) 포콤방범시스템 회장은 “‘나눔 1%’라는 게 주는 의미가 크고 느낌도 참 좋은 것 같다”고 한다. 최 회장은 “수익금 중 1%를 내서 형편이 어려운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인증 가게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 회장은 서대문구 ‘행복 100% 동행’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벌써 50년 넘게 꾸준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행복 100% 동행 사업은 서대문구가 2011년부터 펼치고 있는 사업이다. 서대문구는 이 사업을 통해 형편이 어렵지만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한 사각지대 주민들을 맞춤 지원해왔다. 후원자와 1 대 1로 연결해 지원하는데, 현재 791호까지 총 후원액이 45억원 정도 된다.

이촌세무법인 서대문지점은 나눔 1% 기적 인증 가게 5호점이다. 전희재(68) 이촌세무법인 서대문지점장은 서대문 상공인들을 위해 무료 세무 상담도 해준다. 전 지점장은 “서대문구와 인연이 많아 서대문구 전체를 위해 기여해보자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세금으로 내는 것보다 이렇게 기부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국가 전체에서 이런 게 많이 늘어나야 합니다.”

전 지점장은 “국가에 세금을 내면 사실 어디에 사용하는지 세세하게 알기 어렵고, 어떻게 보면 빼앗기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며 “자발적인 기부는 목적과 대상이 정해져 있고 투명하니 많은 사람이 기부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권했다.

오리재 입구에 붙어 있는 ‘나눔 1%의 기적’ 현판 모습.

나눔 1% 기적 인증 가게 1호점이 된 오리재는 11월30일부터 내년 1월14일까지 나눔 1% 기적에 동참하는 전시회도 열고 있다. 미술 작가 10명이 참여해 작품 60여 점을 오리재에 전시하고 있는데, 판매 금액 10%를 기부한다. 이 대표는 “작가들에게 얘기했더니 흔쾌히 수락했다”며 “작품 판매 가격도 저렴하게 ‘착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넓게 보면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내는 것이죠. 결국은 고객들이 나눔 1% 기적 기부에 동참하는 겁니다”라며 “이런 기부 문화가 전국으로 확산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자치구 차원에서 소상공인이 지속적으로 기부하는 것은 서울시에서 서대문구가 유일하다. 서대문구는 기금을 모아 구 내 지역에 따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권역별로 나눠 맞춤형 복지 지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권역별로 맞춤형 저소득 지원사업을 만들기 위해 공론장도 개최한다. 나눔 1% 기적은 서대문구에 사업장을 두고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여 소상공인은 세제 혜택도 받는다.

서대문구는 올해 1월 복지정책과를 인생 전반을 ‘돌보겠다’는 차원에서 인생케어과로 명칭을 바꿨다. 내년 말쯤 나눔 1% 기적 기부금으로 장학재단 설립과 무료급식을 시작할 계획이다. 올해 연말까지 7~10호점, 내년까지 100호점을 만드는 게 목표다. 김 팀장은 “구청장님이 6월부터 각 동을 돌면서 지역 사회의 동참을 이끌어 내고 있다”며 “하나가 모여서 전체를 만들 듯, 열 사람의 한 걸음이 1%의 기적을 이루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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