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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금문제 골치? 마을세무사에 맡겨보세요

김지환 강서구 마을세무사

등록 : 2017-02-0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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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화곡3동 마을세무사로 일하는 김지환 세무사가 지난달 12일 오후 등촌동 사무실에서 주민들이 많이 묻는 양도소득세 등 세무 문의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살다보면 별일 아닌 것 같아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세금과 관련해 상의하고 싶어도 어디서 누구한테 어느 선까지 이야기하는 게 좋을지 몰라 망설여진다. 이럴 때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마을세무사’에 연락해보면 어떨까? 2014년, 복잡한 세무행정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시민들에게 같은 지역 내 전담 세무사가 재능기부 방식으로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서울지역 25개 자치구마다 마련돼 있으며, 호응이 좋아 확대되는 추세다.

강서구에서 화곡3동 전담 마을세무사로 1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김지환(34) 세무사도 마을세무사의 정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서구는 올해부터 마을세무사를 20개 전동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강서구에 따르면 김 세무사는 지난해 한 달 평균 10건 이상 상담해, 한 해 총 153건의 무료 세무 상담으로 강서구에 위촉된 9개 동 마을세무사 중 가장 많은 상담 건수를 기록했다. 지난달 12일 김 세무사 사무실에서 만나 마을세무사로서 보람과 과제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마을세무사의 상담 내용은 주로 어떤 것인가.

“양도소득세 관련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증여세와 개인사업자의 부가세와 소득세가 차지한다. 제가 맡고 있는 지역이 마곡개발지구라서 그런지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세무 상담도 많다. 화곡3동 담당이지만 강서구 전체에서 상담 전화가 오고, 심지어 부천·인천 등지에서 전화가 온다.”

- 다른 지역 상담 전화가 오면 어떻게 하나.


“그래도 상담은 해드리고 있다. 우리 업무가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종 아닌가?(웃음). 전화가 오면 짧게는 5분에서 길면 30분 정도까지 상담이 이어진다. 대부분 전화 상담으로 마무리되는데, 가끔은 대면 상담을 원하는 분도 있어 면담을 하기도 한다.”

- 기본적으로 돈 관련 상담이어서 민감한 부분이 없지 않을 것 같다.

“무료 세무 상담 취지가 영세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비용 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므로, 되도록 아는 한도에서 성심껏 응해주려고 한다. 상담 잘못하면 욕을 먹을 수도 있잖은가? 대개 원하는 답을 즉각 내놓기를 요구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어 부담스럽기도 하다. 단지 비용을 아끼려고 여기저기 전화해서 상담한 뒤, ‘똑같네’라고 말하는 상담자를 볼 때는 솔직히 허탈하기도 하다.”

- 그러나 김 세무사는 “마을세무사 위촉 기간이 2년으로 올해 말까지인데, 활동을 종료한 뒤에도 계속할 계획”이라 한다. 무료 세무 상담에 흠뻑 빠져 있는 것이다. 상담 전용 유선전화까지 등록해놓은 김 세무사는 “기회비용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랬다면 아예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에서 활동할 때도 국세청 영세 납세 지원단 활동을 했으며, 지금도 마을세무사와는 별도로 강서세무서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2014년 말 모집 공고를 보고 마을세무사에 자연스럽게 지원했다고 한다.

- 마을세무사로서 언제 보람을 느끼는가.

“마을세무사라는 게 나에게 경제적 이득은 전무하지만, ‘너무 고맙다, 이용 잘했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 상담자들은 대개 세금 문제를 어떻게 풀지 모른다. 복잡한 경우는 사실상 세무사도 손을 쓸 수가 없다. 이런 때는 대부분 체납액이 많고 파산 상태인 경우가 많은데, 그 이전에 상담을 받아야 한다.”

- 기억에 남는 상담은?

“남편이 죽은 상담자가 전화를 걸어와 상속세를 얼마나 많이 내야 하는지 걱정을 많이 했다. 상담해보니 보험금도 부인 이름으로 돼 있고 상속세를 낼 게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괜히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난다.”

- 마을세무사 제도 자체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아직까지는 마을세무사 제도가 홍보가 덜 된 것 같다. 상담 건수가 더 많아야 한다. 일부 마을세무사의 경우 한 달에 단 한 건의 상담 전화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일부 마을세무사들은 “동 주민센터마다 마을세무사 명함을 제작해서 비치해 달라.” “교통비 등 실비 차원의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 게 아니냐”고 요구하기도 한다.

세무 제도 자체에서 바뀌어야 할 점이 있다면?

“나라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세금을 카드로 낼 때는 수수료 부담을 납세자에게 지우고 있다. 4대 보험료도 카드로 내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 탈세하는 것도 아니고 세금을 내겠다는 사람에게 수수료를 물리는 것은 바뀌어야 한다.”

2012년 10월 경제학과 휴학 중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그는 아버지도 국세청 출신이고, 부인도 국세청에 다니는 세무 가족이다. 그는 세법이 매년 개정돼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돈에 얽힌 문제라 상담할 때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세무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절세 방법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세법을 잘 활용하는 것만큼 좋은 절세 방법이 없습니다. 합법적으로 하는 게 가장 확실하죠.”

글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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