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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의 고선주 관장이 공덕동 캠퍼스에서 ‘50대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라고 말하며 웃고 있다.
인구지표 가운데 ‘기대여명’이라는 게 있다. 특정한 나이까지 생존한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더 살 것인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통계청의 지난해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50살 남성의 기대여명은 30.8년이었다. 50살까지 살았다면 평균적으로 80.8살까지는 산다는 얘기다. 50살 여성의 기대여명은 36.4년으로, 86.4살까지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치가 이러니, ‘100세 인생'이 그야말로 허튼소리가 아닌 셈이다.
그렇지만 남은 세월을 떠올리면 가슴이 막막해지는 50대들이 너무나 많다. 당장 먹고살기가 빠듯해 ‘노후'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갑작스레 직장이 없어지거나 ‘은퇴'라는 이름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이들에게 고선주(52) 서울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 관장은 “50대는 아직 할 수 있는 게 많은 나이”라고 조언한다. 다음 달 6일 캠퍼스 개관을 앞두고 분주한 고 관장을 마포구 백범로의 캠퍼스에서 만났다. 중부캠퍼스는 옛 한국산업인력공단 별관을 리모델링한 서울복지타운의 지하 1층~지상 4층에 자리하고 있다.
- 50플러스재단과 캠퍼스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서울시는 50~64살 시민들의 인생 전환기를 다양하게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50플러스재단을 세웠다. 캠퍼스는 50플러스재단의 산하기관으로, 50대들의 ‘인생 포매팅'을 위한 ‘배움학교'다. 컴퓨터를 사면 포매팅을 하는 것처럼 50대는 인생 전환을 위해 포매팅이 필요하다. 지난해 6월 은평구에 서부캠퍼스가 생겼고, 중부캠퍼스가 두 번째다.”
- 왜 50대에게 포매팅과 ‘배움학교'가 필요한가? “지난해 서울의 50+세대(50~64살)는 219만 명으로 서울시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했다. 평균 퇴직연령은 53살이었다. 이들을 설문조사해보니 세 가지 고민이 확인됐다. 불안하다, 일하고 싶다, 갈 곳이 없다. 이들에겐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성찰하고 답을 찾아가는 중간학교 과정이 필요하다. 축구 경기의 하프 타임처럼. 이 15분의 휴식시간에 선수들은 전략을 새롭게 하고 후반전을 맞는다. 그래야 전반전에 실패했더라도 만회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캠퍼스 강의의 주요 개념은? “전환, 이행, 변화가 열쇳말이다. 삶을 대하는 관점과 생각을 바꾸는 것이 ‘전환'이고, 체계적인 인생 후반을 설계하고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모색하는 것이 ‘이행'이다. 배움과 여가, 일과 삶이 조화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배우는 것이 ‘변화'다.” - 구체적으로 어떤 강좌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인생재설계학부, 커리어모색학부, 일상기술학부 3개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40개의 세부 프로그램이 있는데 자신의 관심이나 경험, 지향하는 가치 등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대체로 3주에서 12주에 이르는 과정이다. 참여를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별로 1회당 5000원 정도의 참가비를 받는다.” 중부캠퍼스는 올해 1학기에 모두 1502명의 ‘학생'을 모집한다. 지난 1일부터 모집을 시작했는데, 제법 입소문을 타서 15일까지 1353명이 결제를 완료했다고 한다. - 특별히 신경을 쓰는 강좌가 있다면? “마침 중부캠퍼스 바로 옆 건물에서 5월에 서울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서울창업허브'가 문을 연다. 이곳과 연계할 수 있는 창업이나 시니어 비즈니스, 마을미디어 분야 등에 관심이 있는 50대라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 캠퍼스 건물 1층에 있는 ‘50+의 서재'와 ‘모두의 부엌'이 눈길을 끈다. “중부캠퍼스의 지향점을 상징하는 야심 찬 공간이다. 하하. 서재는 성찰을, 부엌은 일상을 뜻한다. 두 공간 모두 50대 이후의 삶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재와 부엌의 통합, 달리 말해 일과 쉼의 통합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느끼는 곳이다. 모두의 부엌에선 남성들을 위한 요리 강좌를 많이 열 계획이다. 50대 이상의 남성이라면 배우자가 가정에서 해온 일과 삶을 이해하고 함께해야만 인생 후반기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고 관장은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가족·가정 전문가다. 2003~2009년에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서 정책개발실장과 경영지원실장을 지냈고, 2011~2013년에는 여성가족부 산하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초대 원장으로 일했다.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대표도 했다. 지난해 공모를 통해 중부캠퍼스 관장에 취임하고 캠퍼스 개관을 준비 중이다. 어느샌가 자신도 50대가 됐다는 고 관장은 50대를 ‘아직 할 수 있는 게 많은 나이’일뿐더러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한마디. “50대의 고민을 캠퍼스가 모두 풀어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자신을 성찰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조그만 문을 여는 데는 도움을 드릴 수 있지요. 그것도 혼자가 아닌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함께.” 글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사진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 왜 50대에게 포매팅과 ‘배움학교'가 필요한가? “지난해 서울의 50+세대(50~64살)는 219만 명으로 서울시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했다. 평균 퇴직연령은 53살이었다. 이들을 설문조사해보니 세 가지 고민이 확인됐다. 불안하다, 일하고 싶다, 갈 곳이 없다. 이들에겐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성찰하고 답을 찾아가는 중간학교 과정이 필요하다. 축구 경기의 하프 타임처럼. 이 15분의 휴식시간에 선수들은 전략을 새롭게 하고 후반전을 맞는다. 그래야 전반전에 실패했더라도 만회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캠퍼스 강의의 주요 개념은? “전환, 이행, 변화가 열쇳말이다. 삶을 대하는 관점과 생각을 바꾸는 것이 ‘전환'이고, 체계적인 인생 후반을 설계하고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모색하는 것이 ‘이행'이다. 배움과 여가, 일과 삶이 조화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배우는 것이 ‘변화'다.” - 구체적으로 어떤 강좌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인생재설계학부, 커리어모색학부, 일상기술학부 3개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40개의 세부 프로그램이 있는데 자신의 관심이나 경험, 지향하는 가치 등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대체로 3주에서 12주에 이르는 과정이다. 참여를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별로 1회당 5000원 정도의 참가비를 받는다.” 중부캠퍼스는 올해 1학기에 모두 1502명의 ‘학생'을 모집한다. 지난 1일부터 모집을 시작했는데, 제법 입소문을 타서 15일까지 1353명이 결제를 완료했다고 한다. - 특별히 신경을 쓰는 강좌가 있다면? “마침 중부캠퍼스 바로 옆 건물에서 5월에 서울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서울창업허브'가 문을 연다. 이곳과 연계할 수 있는 창업이나 시니어 비즈니스, 마을미디어 분야 등에 관심이 있는 50대라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 캠퍼스 건물 1층에 있는 ‘50+의 서재'와 ‘모두의 부엌'이 눈길을 끈다. “중부캠퍼스의 지향점을 상징하는 야심 찬 공간이다. 하하. 서재는 성찰을, 부엌은 일상을 뜻한다. 두 공간 모두 50대 이후의 삶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재와 부엌의 통합, 달리 말해 일과 쉼의 통합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느끼는 곳이다. 모두의 부엌에선 남성들을 위한 요리 강좌를 많이 열 계획이다. 50대 이상의 남성이라면 배우자가 가정에서 해온 일과 삶을 이해하고 함께해야만 인생 후반기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고 관장은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가족·가정 전문가다. 2003~2009년에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서 정책개발실장과 경영지원실장을 지냈고, 2011~2013년에는 여성가족부 산하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초대 원장으로 일했다.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대표도 했다. 지난해 공모를 통해 중부캠퍼스 관장에 취임하고 캠퍼스 개관을 준비 중이다. 어느샌가 자신도 50대가 됐다는 고 관장은 50대를 ‘아직 할 수 있는 게 많은 나이’일뿐더러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한마디. “50대의 고민을 캠퍼스가 모두 풀어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자신을 성찰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조그만 문을 여는 데는 도움을 드릴 수 있지요. 그것도 혼자가 아닌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함께.” 글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사진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