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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보건소는 지난해 동북권 자치구 보건소 가운데 첫 번째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받아 상담과 등록 업무를 하고 있다. 강북구보건소 사전연명 료의향서 상담실 모습.
지난해 동북권 보건소 첫 등록기관
약 500명, 60~70대가 70% 이상 차지
그림 카드 활용해 상담, 정보 전달
방문 어려운 주민 돕는 방안 검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어요.”
강북구에 사는 박소미(가명·50대)씨는 부모님과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했다. 지난해 70대 후반인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쓰러져 병원 중환자실과 병실에서 한동안 지냈던 게 계기였다. 고령의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심폐소생술을 받는 것을 보면서, 가족들은 자연스레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을지 고민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다는 마음에 병원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 창구를 찾아 서명하고 등록했다.
박씨처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고 등록한 사람이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의향서는 2018년 2월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따라 인공호흡기 착용이나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혈액투석, 수혈 등 치료 효과 없이 생명을 연장하는 의료행위를 받을지에 대해 미리 자기 뜻을 밝혀놓는 문서다. 19살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다. 본인이 신분증을 갖고 등록기관을 직접 찾아가 상담받고 서명한 뒤, 상담자가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에 등록해줘야 법적 효력이 생긴다.
등록기관은 전국의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있으며, 680여 곳(서울 90여 곳,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월 말까지 상담·등록 업무 휴업 중이어서 현재는 439곳)에 이른다. 시행 첫해 50여 곳에서 시작해 6년 만에 10배 넘게 늘었다. 건강보험공단 지사, 상급병원, 시립노인종합복지관, 비영리법인, 보건소 등에서 등록할 수 있다. 등록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누리집(www.lst.go.kr)에서 검색해볼 수 있다. 기초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건소들은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등록기관 참여가 어려웠다. 코로나19 대응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지난해 강북구보건소, 서대문구보건소, 송파구보건소 등이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았다. 현재 서울 자치구 보건소 가운데 7곳(강북·강서·금천·서대문·송파·은평·중구)이 등록 업무를 하고 있다.
등록기관은 전국의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있으며, 680여 곳(서울 90여 곳,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월 말까지 상담·등록 업무 휴업 중이어서 현재는 439곳)에 이른다. 시행 첫해 50여 곳에서 시작해 6년 만에 10배 넘게 늘었다. 건강보험공단 지사, 상급병원, 시립노인종합복지관, 비영리법인, 보건소 등에서 등록할 수 있다. 등록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누리집(www.lst.go.kr)에서 검색해볼 수 있다. 기초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건소들은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등록기관 참여가 어려웠다. 코로나19 대응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지난해 강북구보건소, 서대문구보건소, 송파구보건소 등이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았다. 현재 서울 자치구 보건소 가운데 7곳(강북·강서·금천·서대문·송파·은평·중구)이 등록 업무를 하고 있다.
국립연명의료기관의 제도 이용 안내 자료.
강북구보건소가 동북권 보건소 가운데 첫 의향서 등록기관으로 나선 데는 어르신들의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영향을 줬다. 강북구에는 65살 이상 인구가 약 24%(지난해 연말 기준)를 차지할 만큼 고령자가 많다. 그동안 고령자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보건소에서 의향서를 등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민 제안이나 민원이 있었다.
지난해 5월 강북구보건소는 보건복지부의 등록기관 지정을 받고, 담당자들 상담 교육을 마친 뒤 6월부터 등록 업무를 했다. 7월 한 달 약 90명이 등록했다. 예상보다 신청자가 많아 8월부터는 예약제로 바꿔 운영해오고 있다. 이현주 의무팀장은 “팀원 3명이 겸업으로 상담과 등록을 하다 보니 상시 운영은 역부족이라, 예약을 받아 진행한다”고 했다.
현재까지(2월2일 기준) 의향서 등록자는 약 500명이다. 60~70대가 70% 이상 차지하고, 열에 일곱은 여성이다. 의향서 등록을 위한 상담은 신청자 눈높이에 맞춰 30분 정도 진행한다. 그림 카드를 활용해 알기 쉽게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설명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대상과 방법, 등록과 효력 발생, 변경과 철회, 가족 열람 등에 대해 알려준다. 상담 뒤 의향서 양식에 서명하는 거로 마무리된다. 등록기관의 상담자가 시스템에 등록해주고, 원하는 사람은 국립연명의료기관에서 등록증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수령까지는 대략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한다.
상담 때 잘못 아는 정보를 바로잡아주기도 한다. 대부분이 의향서를 등록하면 모든 의료기관에서 적용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 연명의료중단 결정 이행은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등록한 의료기관에서만 할 수 있다. 해당 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누리집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의료기관은 약 430곳이다. 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에서도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라는 의사 두 명의 판단이 있어야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다. 이현주 팀장은 “동북권 의료기관 5곳(북서울요양병원, 한일병원, 을지병원, 원자력병원, 백병원)에서 연명의료 중단 결정 이행을 할 수 있다”며 “제도 취지에 맞게 어르신들이 삶의 마지막을 맞는 요양병원 등에 설치율이 더 높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상담사가 그림 카드를 활용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설명하고 의향서 작성 방법을 안내한다.
간혹 치매 배우자를 데리고 와서 함께 의향서를 쓰겠다는 어르신도 있다. 의향서는 본인 의사로 작성해야 하기에 스스로 의사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할 수 없다. 의향서를 쓰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물·산소 공급 등의 치료는 이어진다. 이승미 의무팀 주무관은 “의향서를 쓰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어떤 치료도 하지 않는 거로 오해하는 사람이 적잖다”며 “대부분이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의향서를 쓰는데, 자신의 삶을 잘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강북구보건소는 올해 거동이 불편하거나 여건이 여의치 않아 보건소 방문이 어려운 주민들의 등록을 돕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현주 팀장은 “의향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등록하고 싶어 하는 고령 주민도 늘어나고 있다”며 “기존 등록기관도 접근 편의성이 높아지도록 지원이 이뤄지고, 호스피스 이용이 이어질 수 있게 의료기관과 어르신들의 이용도가 높은 복지관, 요양원 등에서도 등록할 수 있게 보완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연명의료결정제도의 발전을 위해 제2차 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년) 수립을 앞두고 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