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강동구는 ‘강동 도시갤러리’ 거리 조성사업에 소셜벤처 ‘키뮤스튜디오’의 발달장애인 협업 작품을 활용해 장애인식 개선의 사회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천호근린공원 인근 공사장 가설 울타리.
소셜벤처 ‘키뮤스튜디오’와 손잡고
공사장 울타리·한전 기기 가리개에
발달장애-비장애인 협업작품 입혀
미국 ‘굿 디자인 어워드’ 본상 수상
천호로데오거리 정비에 확대 계획
‘밝은 색감에 동물과 식물 그리고 가구까지하나로 어우러진 독특한 그림.’ 강동구 천호근린공원 인근 공사장 가설 울타리에 그려진 그림은 보는 이들의 기분을 절로 좋아지게 한다. ‘강동 도시갤러리’라는 이름으로 꾸며진 가설 울타리에는 돼지, 종달새, 음식, 식기류 등을 형상화한 작품 10여 점이 정겨운 그림체와 아기자기한 색감으로 눈길을 끈다. 팝아트적인 색채와 분위기도 돋보인다.
강동 도시갤러리는 시야를 가리고 삭막한 느낌을 줬던 공사장 가설 울타리를 캔버스 삼아 야외 갤러리로 탈바꿈시키는 거리조성 사업이다. 2022년엔 지역 신진·중견작가 작품으로, 지난해엔 발달장애·비장애 디자이너 협업작품으로 넓혀 20여 곳에 적용했다. 구는 디자인 매뉴얼을 자체 개발해 건축허가 때 공사장 규모 등을 고려해 추진했다.
협업작품의 원화를 그린 작가의 이야기를 알려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킨다. 가설 울타리 한편에는 ‘특별한 디자이너’로 불리는 발달장애인들이 함께했다는 글이 적혀 있다. 서울시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 ‘위업 프로젝트’(We Up Project)에 참여한 키뮤스튜디오는 재능 있는 발달장애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교육해 전문 디자이너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소셜벤처 기업이다. ‘키뮤’는 키덜트 뮤지엄(kidult museum)의 줄인 말로, 몸은 성인이지만 아이의 감성을 가진 발달장애인의 특성이 담겼다. 강동구는 키뮤스튜디오와 2022년 업무협약을 맺고 작품들을 활용하고 있다. 신용혁 키뮤스튜디오 디렉터는 “더 많은 사람이 발달장애 작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저작권료 없이 참여했다”며 “공공디자인과의 접목으로 특별한 디자이너들의 작품 영역이 넓어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협업작품의 원화를 그린 작가의 이야기를 알려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킨다. 가설 울타리 한편에는 ‘특별한 디자이너’로 불리는 발달장애인들이 함께했다는 글이 적혀 있다. 서울시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 ‘위업 프로젝트’(We Up Project)에 참여한 키뮤스튜디오는 재능 있는 발달장애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교육해 전문 디자이너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소셜벤처 기업이다. ‘키뮤’는 키덜트 뮤지엄(kidult museum)의 줄인 말로, 몸은 성인이지만 아이의 감성을 가진 발달장애인의 특성이 담겼다. 강동구는 키뮤스튜디오와 2022년 업무협약을 맺고 작품들을 활용하고 있다. 신용혁 키뮤스튜디오 디렉터는 “더 많은 사람이 발달장애 작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저작권료 없이 참여했다”며 “공공디자인과의 접목으로 특별한 디자이너들의 작품 영역이 넓어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정화진 도시경관팀장(오른쪽)과 신용혁 키뮤스튜디오 디렉터.
사실 공공디자인에 대해 주민들의 호불호는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좋은 뜻을 지닌 작품이라도 작품의 수준이 따르지 않으면 활용하기 어렵다. 이런 고민을 키뮤스튜디오의 작품들은 많이 해결해줬다. 정화진 도시경관팀장은 “경관을 저해하는 공공시설물에 장애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등의 사회적 가치를 담고 품격도 높여주는 예술 작품을 입히고 싶었다”며 “키뮤스튜디오의 작품들이 이런 욕구를 잘 충족시켜줬다”고 했다.
키뮤스튜디오는 협업 시스템을 통해 작품의 질을 높이고 있다. 20~30대 발달장애인 디자이너 10여 명이 자신들의 특수성과 장점을 살려 원화를 그리면, 비장애 디자이너들이 수정·보완하는 제작 방식이다. 하나의 작품에 최소 디자이너 2명 이상이 같이 한다. 때론 예닐곱 명이 함께 하기도 한다. 아트워크 과정에서 제목과 시는 비장애인 디자이너가 작품에 어울리게 쓴다. 신용혁 디렉터는 “발달장애인 디자이너들의 재능이 완성된 결과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다”고 했다.
키뮤스튜디오 작품은 한국전력공사(한전) 지상기기함 가리개 디자인에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지상기기함은 변압기와 개폐기 등 전력 공급을 위한 필수 장치이지만, 불법 광고물이 덕지덕지 붙여져 있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시설물 중 하나다. 구는 2022년 한전 강동송파지사와 지상기기함 활용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고 표준형 공공디자인을 적용했다. 지난해 한 걸음 더 나가 발달장애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처럼 꾸몄다. 갤러리의 작품 설명처럼 그림에 곁들여진 시도 붙였다.
천호대로의 한전 지상기기함 가리개.
강동구는 한전 지상기기함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작업도 진행했다. 전기시설물 정비를 고려해 여닫기 편리하게 디자인하고 긴급상황에서 신속하게 해체할 수 있게 조립식으로 만들었다. 발열을 고려해 통풍이 잘 이뤄지게 설계하고 불법 광고물 부착을 방지하는 특수시트와 쓰레기 투척을 방지하는 망사를 설치했다. 대당 500만원 정도 설치비가 들었다. 정화진 팀장은 “5년 이상 유지할 수 있게 특수 도료를 사용하는 등 최대한 관리가 용이하게 설치했다”고 했다.
키뮤스튜디오 작품을 활용한 공공디자인에 대한 반응은 좋다. ‘산뜻하다’ ‘보기 좋다’는 주민이 많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받는 등 외국의 명망 있는 디자인 공모전에서 인정도 받았다. 발달장애인 디자이너와 비장애인 디자이너가 협업한 아트워크를 공공시설물에 입혀 감성적이고 의미 있는 스토리를 더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상에 대해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생활 속 공공시설물의 디자인에 가치를 더해 경관을 개선하는 사업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구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도시로 세심하게 가꿔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강동구는 올해 추진하는 천호동 로데오거리 정비사업에서 거리 시설물을 최소화해 보도와 가로등, 한전 지상기기함만 남길 예정이다. 키뮤스튜디오의 기존 작품 활용과 더불어 새로운 디자인을 의뢰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화진 팀장은 “20여 개 한전지상기기함 일부는 벤치 기능도 할 수 있게 디자인을 협의해볼 생각”이라며 “키뮤의 작품들이 주민들의 눈에 많이 띄게 되면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강동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