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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나학교는 위기에 처한 여성 청소년들을 돕는 소규모 생활형 대안학교이다. 신임 지서운 교장 수녀는 교직원, 후원자, 봉사자 등과 함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안전하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려 한다. 3월28일 지
서운(가운데) 교장이 자오나학교를 찾은 지역 주민 봉사자들인 이정연(왼쪽부터)·김은미·이지현·하지원씨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미혼모·학교밖 여성 청소년에게
숙식과 교육, 양육 등을 지원해와
대상 넓히고 운영방식은 유연하게
“‘안전한 보금자리’ 새 10년 비전”
성북구 정릉3동 북악산 숲 바로 옆 고즈넉한 주택가에 자리한 정릉수녀원에는 위기에 처한 여성 청소년(14~24살)을 위한 ‘자오나학교’가 있다. 천주교 ‘원죄없으신 마리아 교육선교 수녀회’가 2014년부터 운영해온 소규모 생활형 대안학교다. 가정폭력 등으로 위험에 놓인 학교밖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고, 임신으로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이 출산 뒤 아기를 키우면서 공부하며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동안 50여 명의 청소년이 짧게는 한두 해, 길게는 사오 년씩 머무르다 떠났다.
지서운(61, 크리스티나) 수녀는 지난 2월 자오나학교의 네 번째 교장으로 부임했다. 3월28일 오전 학교에서 만난 지 교장은 지역 30~40대 봉사자 4명과 차담을 나누고 있었다. 봉사자들은 2년 전부터 물품 기부를 해왔고, 이날은 청소 봉사를 했다. 지 교장은 “후원자와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자오나학교가 지난 10년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1988년 수녀원에 입회해 20여 년 동안 영유아 교육 사도직을 맡아왔다. 그에게 자오나학교 교장직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전 소임지에서 임기가 2년 남아 있었는데 갑자기 이동하게 됐다. 그는 “생각지 못한 임명이라 걱정도 되고 두려움도 있지만, 하느님의 뜻으로 받들어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했다.
부임한 뒤 그는 새로운 시작의 밑거름을 마련할 비전을 만드는 일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동안 함께했던 교장, 교사, 직원 8명을 초대해 3월23일 워크숍을 열었다. 현재 근무하는 7명까지 합쳐 모두 15명이 머리를 맞댔다. 그는 “도시락 점심을 하면서 5시간 넘게 그간의 10년을 되짚어보며 당면한 문제를 점검하고, 앞으로 10년을 또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고 전했다. 워크숍에서는 시설에 입소하기를 원하는 위기 청소년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했다. 위기에 처한 청소년은 늘고 연령대는 더 낮아지고 있는데, 이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분석이 있었다. 쉼터나 보호시설 등에서의 공동생활을 꺼리고 간섭받기를 싫어하며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성향이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바꿔보자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 도움을 주는 대상의 범위도 넓히고, 아이들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우선 제공하면서 만남의 폭을 확대하는 방식을 추진해보기로 한 것이다. 운영의 변화는 운영위원회 통과 등의 절차를 거쳐 진행한다. 기존 운영의 세 축(교육, 양육, 진로)은 유지하되 아이들의 상황과 특성을 살펴 개별적인 필요에 대응하는 방식을 강화해갈 계획이다. 지 교장은 “힘든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몇 달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기에 뭔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날 때까지 기다려 줄 생각이다”라고 했다. 취임 50일 남짓의 시간에 그는 후원자, 봉사자, 부모, 교사들, 보호시설, 쉼터, 구청, 학교 관계자 등이 한 명의 아이라도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함께하며 애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위기에 처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가 함께하는지 알게 됐다”며 “지금은 우리가 돕지만 나중에는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또 다른 어려운 이들을 돕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실제 자오나학교 졸업생 한 명이 취업 뒤 흰 봉투에 기부금 100만원을 넣어 학교를 방문해서 모두에게 감동을 준 이야기가 오랫동안 회자해왔다. 이 학생은 “막 살고 있었는데 자오나에서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살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며 20살 되면서부터 자오나에 기부하고 매달 후원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10주년 기념행사로 6월에는 자오나학교를 거쳐 간 모든 이들과 자녀들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한 자리다. 봉사자들도 같이 가 자녀들을 돌봐주며 엄마들이 편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0월 개교일에는 서강대 곤자가홀에서 후원자의 밤 행사를 열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는 “현재 2천여 명의 후원자가 있어 큰 재정 부담 없이 아이들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다“며 “특히 100여 명의 후원자는 개교 때부터 10년째 함께해줘 든든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발로 뛰는 교장이 되려 한다. 도움이 필요한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이들을 찾아 나설 생각이다. 매달 두세 번은 보호시설 등 관련 기관을 방문하고, 아이들을 아낌없이 도울 수 있게 후원자도 늘려갈 계획이다. 그는 “마음 둘 곳 없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가 되고 싶다”며 “위기 청소년들을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곳으로 힘들어도 끝까지 동행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부임한 뒤 그는 새로운 시작의 밑거름을 마련할 비전을 만드는 일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동안 함께했던 교장, 교사, 직원 8명을 초대해 3월23일 워크숍을 열었다. 현재 근무하는 7명까지 합쳐 모두 15명이 머리를 맞댔다. 그는 “도시락 점심을 하면서 5시간 넘게 그간의 10년을 되짚어보며 당면한 문제를 점검하고, 앞으로 10년을 또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고 전했다. 워크숍에서는 시설에 입소하기를 원하는 위기 청소년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했다. 위기에 처한 청소년은 늘고 연령대는 더 낮아지고 있는데, 이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분석이 있었다. 쉼터나 보호시설 등에서의 공동생활을 꺼리고 간섭받기를 싫어하며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성향이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바꿔보자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 도움을 주는 대상의 범위도 넓히고, 아이들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우선 제공하면서 만남의 폭을 확대하는 방식을 추진해보기로 한 것이다. 운영의 변화는 운영위원회 통과 등의 절차를 거쳐 진행한다. 기존 운영의 세 축(교육, 양육, 진로)은 유지하되 아이들의 상황과 특성을 살펴 개별적인 필요에 대응하는 방식을 강화해갈 계획이다. 지 교장은 “힘든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몇 달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기에 뭔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날 때까지 기다려 줄 생각이다”라고 했다. 취임 50일 남짓의 시간에 그는 후원자, 봉사자, 부모, 교사들, 보호시설, 쉼터, 구청, 학교 관계자 등이 한 명의 아이라도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함께하며 애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위기에 처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가 함께하는지 알게 됐다”며 “지금은 우리가 돕지만 나중에는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또 다른 어려운 이들을 돕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실제 자오나학교 졸업생 한 명이 취업 뒤 흰 봉투에 기부금 100만원을 넣어 학교를 방문해서 모두에게 감동을 준 이야기가 오랫동안 회자해왔다. 이 학생은 “막 살고 있었는데 자오나에서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살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며 20살 되면서부터 자오나에 기부하고 매달 후원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10주년 기념행사로 6월에는 자오나학교를 거쳐 간 모든 이들과 자녀들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한 자리다. 봉사자들도 같이 가 자녀들을 돌봐주며 엄마들이 편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0월 개교일에는 서강대 곤자가홀에서 후원자의 밤 행사를 열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는 “현재 2천여 명의 후원자가 있어 큰 재정 부담 없이 아이들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다“며 “특히 100여 명의 후원자는 개교 때부터 10년째 함께해줘 든든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발로 뛰는 교장이 되려 한다. 도움이 필요한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이들을 찾아 나설 생각이다. 매달 두세 번은 보호시설 등 관련 기관을 방문하고, 아이들을 아낌없이 도울 수 있게 후원자도 늘려갈 계획이다. 그는 “마음 둘 곳 없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가 되고 싶다”며 “위기 청소년들을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곳으로 힘들어도 끝까지 동행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