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장소만 찾아 삼만리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장소 섭외 담당자들이다. 연출, 미술팀과 상의해 드라마 분위기에 맞는 장소를 찾아 전국을 누빈다. 대본이 나오면 매 장면을 확인해 인터넷 검색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 등 적합한 장소를 찾아나선다. 무작정 차를 따고 전국팔도를 떠돌기도 한다. 한 달에 수만㎞는 기본. 헌팅, 사전 답사, 촬영 등으로 한 장소를 세 번 정도는 찾는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있지만, 과거에는 일일이 손으로 지도를 그려 제작진과 출연진한테 복사해 돌렸다.
드라마에 나온다고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 장소 대여를 거절하는 이들도 있다. 카페나 레스토랑 등 영업하는 곳은 시간당 30만~100만원을 준다. 한국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역할은 재벌. 극 중에서 그들이 사는 고급 주택 섭외가 가장 힘들다. 주로 입구나 마당을 섭외한다. 내부는 세트다. 돈으로도 안 되고, 유명 연예인이 온다고 해도 별 관심 없다. 그럴 땐 정기적으로 찾아가 설득 작업도 해야 한다. ‘저승길’ 등 현실에 없는 장소나, 연출자가 그리는 추상적인 이미지에 맞는 공간을 찾는 것도 머리가 아프다.
팔리지 않던 아파트가 드라마에 나온 뒤 분양 완료되는 등 홍보 효과도 크다. 그래서 장소 섭외 담당자들은 늘 유혹에 시달린다. 우리 가게에서 촬영해달라는 연락도 종종 받는다. 돈을 주겠다는 식으로 로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프로. 그렇게 유혹하는 곳은 절대 섭외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저기 한번 가봐야지.’ 드라마 속 장소는 시청자들을 떠나게 한다. 정작 전국팔도 누비는 게 일인 그들은 맘 놓고 떠나지 못한다. 드라마 두어 달 전부터 돌아다니고, 작품이 끝날 때까지 붙어 있어야 한다. 종영하면 다음 작품을 위해 사전 답사 하는 일정이 반복된다. 그래서 가족들과 제대로 된 여행 한번 못 가는, 외로운 직업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로, 한국 드라마는 아시아의 중심이 됐다. 좋은 곳 찾아 발품 파는 이들이 있어, 우리는 오늘도 주문진에 간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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