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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걷고 싶은 길 야경
열심히 걷는 사람들. 황톳길이 시작하는 지점에 다다르자 천천히 신발과 양말을 벗는다. 경건한 사원을 맨발로 걷듯, 내려앉는 햇볕을 받으며 천천히 소요한다. 중랑천에서만큼은 누구나 맨발의 순례자가 될 수 있다.
건강한 운동을 위해 좋은 신발을 사던 때는 끝난 것 같다. 땅과 우리 몸을 연결한다는 접지(接地), 영어로는 어싱(earthing)이라니, 발에서 뿌리라도 자랄 듯한 이 말은, 요즘 맨발걷기의 열풍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래도 아직은 길에서 양말을 훌렁 벗기 꺼림칙한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 맨발 전용 보도 ‘도봉구 중랑천 걷고 싶은 길’을 말이다.
4월 말께, 도봉구 중랑천에 맨발길이 새로 열렸다 해서 찾았다. 벌써 많은 사람이 걷고 있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맨발로 걷다보니 사람들의 시선도 덜 의식됐다. 땅이 주는 언어가 발바닥을 타고 전신을 기분 좋게 휘감았다. 맞다. 나도 지구의 일부분이었지.
중랑천 걷고 싶은 길
잘 정비된 중랑천의 맨발길은 벌써 주민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하다. 도봉구는 주민들이 삶 가까이에서 힐링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자 노원교부터 창도초등학교까지 중랑천 제방길 약 1.7㎞ 구간을 맨발길로 조성했다.
맨발길은 두 가지 토질로 나뉘는데, 전반부는 마사토길, 후반부 약 600m는 황톳길이다. 마사토길은 자연 마사토를 포설한 뒤 다짐하는 방식으로 포장됐으며, 황톳길은 황토와 마사토를 6 대 4 비율로 섞어 만든 건식 방법으로 포장됐다. 마사토길은 발바닥이 얼얼한 자극을 느낄 수 있다면, 황톳길은 황토 본연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각자 밟는 취향(?)에 따라 선택해 걸으면 된다.
황톳길은 도봉 서원아파트 104동부터 시작된다. 이후 제방길을 따라 약 600m 이어진다. 시작과 끝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이 마련돼 있고 중간중간에는 걷다 힘든 이들을 위한 앉음벽의자, 평상쉼터가 갖춰져 있다.
맨발로 길 위에 선 사람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철마다 풍경을 달리하는 다양한 꽃과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벌개미취, 꽃양귀비 등의 꽃부터 왕벚나무, 산딸나무, 청단풍, 화살나무 등의 나무가 중랑천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잘 어우러져 있다.
계절마다 변하는 낮 풍경만큼이나 야경도 아름답다. 51개의 줄지은 빛 터널, 나무를 비추는 50개의 수목 등, 밤하늘을 비추는 17개의 레이저 조명은 풀벌레 소리와 함께 도시의 자연을 선사한다.
도봉구는 이런 맨발길을 더 만드는 중이다. 올 상반기에만 초안산근린공원 창동 677번지 일대와 창동 산194-6번지 일대에 각각 황톳길과 맨발 숲길을 조성할 예정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중랑천 산책로에서 출발해 서울둘레길 도봉구간(7.3㎞)과 쌍문공원 테마산책로(2.5㎞)를 지나, 초안산 테마산책로(3.5㎞)까지 도봉구 한 바퀴(도봉구 둘레길)를 걸어서 완보할 수 있다.
‘최고의 튜닝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다. 돌고 돌아 원래의 것이 최고라는 뜻이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맨발로 돌아가고 있다. 열풍인 맨발 걷기가 원래 당연했던 건 아니었을까.
이민욱 도봉구 홍보담당관 주무관
사진 도봉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