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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tbs) 정찬형 사장이 ‘김미화·나선홍의 유쾌한 만남’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방송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조진섭 기자 bromide.js@gmail.com
요즘 <교통방송>(tbs)의 돌풍이 무섭다. 서울시 산하의 작은 방송사인 <교통방송>이 프로그램의 질이나 청취율 면에서 최근 1년간 놀라울 정도로 급성장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24일 한국피디협회가 주최한 제29회 한국피디대상 라디오 부문 6개 상 중 3개를 <교통방송> 프로그램이 휩쓸었다. 작품상 특별 부문에 ‘가슴에 담아온 작은 목소리, 9개월의 발자취’(매주 금요일 10시43분), 작품상 시사교양 부문에 ‘김어준의 뉴스공장’(매일 오전 7시6분~9시), 출연자상에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매일 낮 12~2시).
특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전체적으로 <교통방송>의 약진을 이끌었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 2월 발표된 한국리서치의 청취율 조사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지난해 10월 4라운드 조사 때 2.1%에서 올 1월 1라운드 조사 결과 5.4%로 청취율이 껑충 뛰어올랐으며, 라디오 채널 순위도 전체 21개 채널에서 지난해 3라운드(전체 점유청취율 3.3%) 10위에서 6위(7.8%)로 4단계 도약했다. 또한 팟캐스트 인기 순위 5에도 24일 현재 <교통방송> 프로그램 3개가 올라와 있다. 특히 ‘뉴스공장’은 팟캐스트 일일 평균 다운로드 370만 건을 기록하며 전체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출연했을 때, 하루 최대 553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누적 다운로드 수만 3억5154건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문화방송>(MBC)에서만 33년간 라디오 프로듀서로 잔뼈가 굵은 정찬형(59) 사장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1990년대 중반 <문화방송> 노조위원장 시절 파업을 이끄는 등 방송 민주화 운동에 적극 개입해온 정 사장은 2015년 12월 <교통방송> 사장에 취임한 이후 열악한 제작 형편 속에서도 제작진에게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며 창의성과 적극성을 북돋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마침 지난해 말 뉴스 수요가 폭증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정국 속에서 유독 <교통방송>의 존재감이 빛나기 시작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돌풍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지난해 9월26일 방송 시작한 지 이틀 만에 한겨레에서 ‘미르재단 보도’(최순실 최초 실명보도)를 시작했다. 뉴스브리핑을 담당하고 있던 <한겨레> 송채경화 기자가 연일 국정농단 사태를 전하는데, 다른 데서는 안 하고 있을 때라 뉴스공장의 재생산이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뉴스 분석이 뛰어나고 천재적 직관력을 보유한 김어준이란 캐릭터가 결합하면서 폭발력을 일으킨 것 같다.”
이 정도 반응을 예상했는가?
“하루 최대 120건에 이르는 인용 기사가 나오는 반응을 어떻게 예상했겠나. 나도 나름 방송계 흥행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데, 예상보다 폭발력이 더 컸다. 거기에는 결국 거짓을 드러내 까발려주길 기대하는 사회적 수요, 진실에 대한 시대적 갈증이 예상을 압도할 정도로 엄청나게 컸다는 방증인 셈이다”
김어준씨의 경우 과거 욕설 방송, 특정 정파 편중 발언 등 문제점도 드러냈다. 캐스팅 과정에 주저함은 없었나? “최순실 사태 터지기 몇 달 전부터 캐스팅을 검토했다. 당시 좀 걱정했던 게 ‘선거 국면에 들어가는데 그 과정에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면 이를 커버하는 데 에너지를 다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김어준씨가 자신의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제기한 헌법재판소 위헌제청 결과가 지난해 6월 ‘언론인의 개별적 선거운동 행위까지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인용 판결이 나와서 캐스팅의 큰 장애물은 넘었다. 그래도 조건은 걸었다. 다른 것보다 사고를 안 쳐줘야 한다. 서울시의 설치 조례에 따라 만들어진 방송이고 방송법 한도에서 하는 것이므로 비속어를 쓸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 21일 선거법 전문 법조인을 초청해 제작진을 대상으로 ‘선거방송에서의 공정성 체크포인트’를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등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교통방송은 ‘정봉주의 품격시대’를 통해 촛불집회 내내 생중계를 하거나 집중보도를 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1월12일부터 3월11일까지 전체 20차례 중 19회를 생중계했다. 회당 70여 명, 연인원 1300여 명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다른 방송사가 생중계를 했으면 ‘우리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촛불집회 과정을 카메라로 생중계하는 동안은 과격한 진압 등 위험 요인이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봤다. 촛불집회가 자리 잡히고 난 뒤에는 교통방송의 현장 생방송이 역사적 기록으로 남을 것을 염두에 뒀다.” <교통방송>은 시영방송이라는 한계도 있는 것 같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소속의 사업소이다. 예산 편성 과정부터 서울시 기획조정실과 시의회의 통제를 받는다. 95.1MHz 교통전문 채널 하나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라디오 2개 채널, 텔레비전 1개 채널로 규모도 커졌고, 방송 내용도 교통방송에 머무르지 않고 ‘현명한 시민을 위한 모든 정보’라는 구호처럼 시정 전반을 전하는 방송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시영방송이라는 위상의 한계도 있고, 직원들 신분도 2~3년마다 재계약해야 하는 임기제 공무원들이라 불안정하다.” 정 대표는 교통방송의 위상이 높아진 데는 예산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박원순 시장의 언론관에 크게 힘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이 누구냐와 상관없이 지속가능한 새로운 공영방송 모델로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제언도 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김어준씨의 경우 과거 욕설 방송, 특정 정파 편중 발언 등 문제점도 드러냈다. 캐스팅 과정에 주저함은 없었나? “최순실 사태 터지기 몇 달 전부터 캐스팅을 검토했다. 당시 좀 걱정했던 게 ‘선거 국면에 들어가는데 그 과정에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면 이를 커버하는 데 에너지를 다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김어준씨가 자신의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제기한 헌법재판소 위헌제청 결과가 지난해 6월 ‘언론인의 개별적 선거운동 행위까지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인용 판결이 나와서 캐스팅의 큰 장애물은 넘었다. 그래도 조건은 걸었다. 다른 것보다 사고를 안 쳐줘야 한다. 서울시의 설치 조례에 따라 만들어진 방송이고 방송법 한도에서 하는 것이므로 비속어를 쓸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 21일 선거법 전문 법조인을 초청해 제작진을 대상으로 ‘선거방송에서의 공정성 체크포인트’를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등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교통방송은 ‘정봉주의 품격시대’를 통해 촛불집회 내내 생중계를 하거나 집중보도를 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1월12일부터 3월11일까지 전체 20차례 중 19회를 생중계했다. 회당 70여 명, 연인원 1300여 명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다른 방송사가 생중계를 했으면 ‘우리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촛불집회 과정을 카메라로 생중계하는 동안은 과격한 진압 등 위험 요인이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봤다. 촛불집회가 자리 잡히고 난 뒤에는 교통방송의 현장 생방송이 역사적 기록으로 남을 것을 염두에 뒀다.” <교통방송>은 시영방송이라는 한계도 있는 것 같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소속의 사업소이다. 예산 편성 과정부터 서울시 기획조정실과 시의회의 통제를 받는다. 95.1MHz 교통전문 채널 하나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라디오 2개 채널, 텔레비전 1개 채널로 규모도 커졌고, 방송 내용도 교통방송에 머무르지 않고 ‘현명한 시민을 위한 모든 정보’라는 구호처럼 시정 전반을 전하는 방송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시영방송이라는 위상의 한계도 있고, 직원들 신분도 2~3년마다 재계약해야 하는 임기제 공무원들이라 불안정하다.” 정 대표는 교통방송의 위상이 높아진 데는 예산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박원순 시장의 언론관에 크게 힘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이 누구냐와 상관없이 지속가능한 새로운 공영방송 모델로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제언도 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