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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암묵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 있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교체다. 같은 역할을 다른 배우가 이어받아 연기하는 것이다.
주로 건강상의 이유로 교체된다. 지난 3월24일 <문화방송>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주인공 ‘정해당’을 연기하는 배우가 구혜선에서 장희진으로 바뀌었다. 구혜선이 심각한 알레르기성 소화기능 장애가 발생해 안정과 치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에는 일일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문화방송)에서 ‘소정’ 역할의 배우 윤서가 혈관 질환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70회부터 이규정이 대신 연기하고 있다. 최근 끝난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문화방송)도 극 중 ‘박신애’ 역할을 맡았던 배우 오지은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13회부터 임수향이 투입됐다. 2015년 <내 마음 반짝반짝>(에스비에스)에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이태임에서 최윤소로 교체됐다.
드물지만, 드라마 연장이 불가능해 중도 교체되는 경우도 있다. 2001년 <명성황후>(한국방송2)는 ‘명성황후’ 역할을 80회까지는 이미연이 하고 이후 120부까지는 최명길이 했다. 100부작으로 기획했다가 드라마 인기가 높아지면서 120회로 늘렸는데, 이미연이 영화 출연으로 연장 계약을 할 수 없자 배우만 바뀌었다. 시즌제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티브이엔)는 10년 넘게 이어오면서 이영애(김현숙)의 막냇동생 ‘이영민’을 연기하는 배우가 입대 등의 이유로 세 번이나 교체됐다. 배우 중도 교체의 원조는 박준금이었다. 1982년 <순애>의 여주인공이던 원미경이 개인 사정으로 하차하면서 17회부터 박준금이 이어받았다.
배우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빠질 경우 유학 등의 이유로 역할 자체도 사라졌다. 최근에는 극의 매끄러운 전개를 위해 배우를 교체해서라도 캐릭터를 이어간다. 그러나 다른 배우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 출연 배우가 중단을 선언하면 제작진은 그 순간 바로 모여 긴급회의에 들어간다. 대부분 꺼린다. 다른 사람이 설정해놓은 인물의 성격을 고스란히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준비할 시간도 없다. <당신은 너무합니다>의 장희진은 교체가 결정된 다음 날 촬영에 투입됐다. 배우 중도 교체는 <내 마음 반짝반짝>처럼 시청자들에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드라마 초반에 교체되거나 배우의 열연에 따라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다. <불어라 미풍아>는 임수향의 표독스런 연기가 화제를 모으면서 이후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