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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순수 냉면에 제2인생을 걸다

설탕·첨가물·MSG 없는 100% 메밀냉면 가게 ‘무삼면옥’ 이재근 대표

등록 : 2017-04-13 14:27 수정 : 2017-04-1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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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삼면옥의 이재근(53) 대표가 날마다 가게 안에서 자가 제분한 100% 메밀을 이용해 반죽하고 있다. 이씨는 메밀 향을 살리기 위해 찬물로 반죽한다.
“무슨 냉면 맛이 이래? 다신 가고 싶지 않아.”

“첨엔 밍밍하더라도 먹다 보면 대체 불가능한 맛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난 일주일에 두세 번은 먹는다고.”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원) 인근의 한 냉면집 맛을 두고 심심찮게 벌어지는 극과 극의 평가이다. 몇 년 전부터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에 눈뜨고 있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 집 냉면 맛에 입맛 다시는 젊은층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가 제분으로 만든 100% 메밀냉면을 주메뉴로 하고 있는데다, 설탕은 물론 일체의 첨가물이나 색소를 넣지 않은 육수 맛은 일반 냉면집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상호 ‘무삼면옥’도 설탕, 첨가물, 색소 등 음식점 맛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를 일절 첨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반영한 것으로, 가게 주인의 고집이 읽힌다.

‘100% 순수 냉면 만들기’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무삼면옥의 오너 이재근(53)씨를 지난 4일 만났다. 장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지만, 남다른 열정과 고집으로 맛의 순수성을 지켜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장인정신이 돋보인다.

100% 메밀냉면은 끈기가 없어 만들기 쉽지 않다고 하는데.

“메밀의 루틴 성분은 콜레스테롤을 제어해서 고혈압과 당뇨병, 심장병 등 성인병 예방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00% 메밀로 냉면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수분이 많으면 끓일때 풀어지고 수분이 적으면 찰기가 없어 면발을 뽑을 때 뚝뚝 끊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계와 기술이 좋아져 100% 메밀냉면집이 없지 않다. 그러나 하루 몇 백 그릇씩 대량으로 파는 냉면집은 100%라고 해도 반죽하기 쉽게 뜨거운 물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메밀 향이 많이 사라진다. 우리 집은 힘은 들더라도 찬물로 반죽해 메밀 향이 강한 면을 뽑는다. 당일 반죽해서 당일 파는 걸 목표로 삼았는데, 다 팔리지 않은 날은 다음 날 팔기도 한다.”

어떻게 100% 메밀냉면집을 생각하게 됐나.


“직장 다닐 때 선배, 동료들과 평양냉면 먹으러 많이 돌아다녔는데 그때마다 어릴 적 먹던 두메산골 고향의 냉면 생각을 많이 했다. 고향이 강원도 춘천 봉화산 인근의 가정자 마을인데, 예전에 메밀 농사를 많이 해서 100% 메밀로 냉면을 자주 해먹었다. 그래서 회사 그만두면 고향의 맛을 살린 냉면 가게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2013년 6월, 25년 다니던 회사를 사직하고 그해 11월 무삼면옥을 열었다.”

메밀가루 양과 물의 양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저울에 재기 전 메밀가루를 바가지에 담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3년 반의 가게 운영을 해본 시점에서 본인의 기대치는 어느 정도 충족됐나.

“50% 정도. 냉면 장사가 여름과 겨울이 극과 극인데 여름에는 100그릇 정도 나가지만 겨울에는 10~20그릇밖에 나가지 않는다. 요즘 같은 봄철은 30그릇 정도. 가겟세 내고 인건비를 감안하면 하루 50그릇은 팔아야 하는데, 현재로썬 적자 상태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론 손님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큰 틀에서는 3무를 유지해나갈 계획이다. 아직은 버틸 만하다. 고향 마을 친척분들 중 냉면과 막국수 가게를 하는 분이 있다. 그런데 거기도 서울보다 전분 많은 냉면으로 바뀌었다. 친척 형님도 막국숫집을 하는데, 나처럼 하면 아무도 안 먹는다고 했다. 예전의 맛으로 하는 데는 거의 없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수입산 메밀보다 2~3배가량 비싼 국산 통메일(봉평농협메밀·1포대 24만원)만을 고집한다.

그런데도 타협하지 않는 것을 보면 고집이 대단한 것 같다.

“가게 열면서 잘될지 몰라서 보험 하나 들어놓았다. 저녁에 중·고등학생 가르치는 학원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저녁에는 친척 형님에게 가게를 맡겨놓고 있다. 학원 수입으로 가게 적자를 메우고 집 생활비도 보태고 있다.”

이씨는 자신과의 약속 때문에 가게 유선전화도 놓지 않고 있다. 메뉴 세트를 완성한 뒤 전화를 놓을 생각이었는데 아직 생각하고 있던 메뉴를 완성하지 못해 전화 설치를 못하고 있다 한다. 현재 3년 반째 개발 중인 메뉴는 옛날 고향에서 먹던 칼국수인데, 나무하러 갈 때 냄비만 가지고 가서 떡처럼 길게 늘어지게 손으로 떼어 만들어 먹던 고향 칼국수라고 한다. 현재 무삼면옥에는 100% 메밀냉면 외에도 젊은 사람들을 위한 50% 메밀냉면, 한우곰탕, 강황완자만두 등도 있다.

그래도 이씨는 처음보다는 타협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옛날 시골에서 먹던 대로 만들다, 지금은 비빔냉면에 설탕 대신 꿀을 조금 넣는다고 한다.

장사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들이 하는 냉면집을 하면 무엇이 남겠나.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인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남기고 가는 게 의미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한겨울 손님이 없고 학원에서 번 것으로 가게의 적자를 메우고 집에 생활비를 많이 못 줄 때 힘이 들었지만, 5년, 10년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가게가 안정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그는 “그때까지 버텨야죠”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도형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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