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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가 노원구장애인총연합회와 손잡고 올해로 4번째 공공 물놀이장 휴장일을 활용해 ‘장애인 초청의 날’ 행사를 열었다. 초청받은 장애인 가족 500여 명은 지난 5일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 종합운동장에 마련된 ‘노원 꿀잼워터파크’에서 물장구도 치고 물썰매도 타며 여름철 야외활동을 마음 편하게 즐겼다.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자가 야외수영장에서 튜브를 타고 물놀이하고 있다
단체 제안에 구가 적극 수용해 진행
이용자 편의성과 만족도 등 모두 높아
눈썰매장, 지역 축제장 등으로 확대 “물놀이장이나 눈썰매장 같은 곳에서 장애인들은 배려받기가 어려워요. 이렇게 장애인들만 이용할 수 있으니 눈치 안 보고 마음 편하게 놀 수 있네요.” 지난 5일 노원구 주민 조유화(46)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18살 아들을 데리고 ‘노원 꿀잼워터파크’를 찾았다. 노원구가 공공 물놀이장 휴장일을 활용해 지역 장애인 가족들을 초청한 날이었다. 이날 노원 워터파크는 초청 장애인과 가족만을 위한 물놀이장으로 변신했다. 월요일 휴장일에 노원구와 노원구장애인총연합회가 손잡고 지역 장애인들이 무더운 여름에 물장구치고 워터슬라이드(물썰매)도 타며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행사를 열었다.
이용자 편의성과 만족도 등 모두 높아
눈썰매장, 지역 축제장 등으로 확대 “물놀이장이나 눈썰매장 같은 곳에서 장애인들은 배려받기가 어려워요. 이렇게 장애인들만 이용할 수 있으니 눈치 안 보고 마음 편하게 놀 수 있네요.” 지난 5일 노원구 주민 조유화(46)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18살 아들을 데리고 ‘노원 꿀잼워터파크’를 찾았다. 노원구가 공공 물놀이장 휴장일을 활용해 지역 장애인 가족들을 초청한 날이었다. 이날 노원 워터파크는 초청 장애인과 가족만을 위한 물놀이장으로 변신했다. 월요일 휴장일에 노원구와 노원구장애인총연합회가 손잡고 지역 장애인들이 무더운 여름에 물장구치고 워터슬라이드(물썰매)도 타며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행사를 열었다.
휠체어를 탄 중증지체장애인들이 야외 테이블에서 간식을 먹으며 얘기하고 있다
행사에는 사전 신청한 장애인과 가족, 활동지원사·기관 종사자 등 500여 명이 참여했다. 박향식 노원구장애인총연합회 사무국장은 “모집 5일 만에 신청자가 정원을 넘길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 종합운동장에 마련된 노원 꿀잼워터파크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운영한다. 9천㎡ 규모로 야외수영장(3개 조), 100m 워터슬라이드, 유수풀, 에어슬라이드(2조), 핸들보트(10조) 등의 물놀이 시설을 갖췄다. 노원구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 공공 물놀이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평상, 텐트, 파라솔, 선베드 등도 구역별로 꾸며졌다. 개장 뒤 2주일 동안 4만5천 명이 찾았고, 일요일 하루 동안 6천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 종합운동장에 마련된 노원 꿀잼워터파크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운영한다. 9천㎡ 규모로 야외수영장(3개 조), 100m 워터슬라이드, 유수풀, 에어슬라이드(2조), 핸들보트(10조) 등의 물놀이 시설을 갖췄다. 노원구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 공공 물놀이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평상, 텐트, 파라솔, 선베드 등도 구역별로 꾸며졌다. 개장 뒤 2주일 동안 4만5천 명이 찾았고, 일요일 하루 동안 6천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무료 대여 평상에서 장애인 가족들이 매점에서 사 온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이날 워터파크를 찾은 장애인 가족들은 모처럼 즐기는 야외 활동에 들뜬 모습이었다. 키 110㎝ 이상 입장할 수 있는 수영장은 청소년과 청년, 중장년 등이 함께 이용했다. 물을 튕기거나 첨벙첨벙하며 물장난하는 청년들도 있고, 허우적거리며 혼자 수영을 연습하는 중장년도 있었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청소년 3명이 회색 구명조끼를 입고 손을 잡고 동그랗게 원을 그려 마주 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물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유수풀에서는 튜브를 타고 ‘두둥실’ 몸이 떠오른 자세로 편안한 표정을 짓는 어린이도 보인다. 무료로 이용하는 평상에 둘러앉아 매점에서 사 온 간식을 도란도란 먹는 가족들도 눈에 띈다.
워터슬라이드, 에어 슬라이드 등 물놀이 시설을 즐기는 모습.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여름철 야외 놀이를 즐기게 해주고 싶어도 쉽게 나설 수 없었던 어려움을 떠올리며 물놀이장 이용에 만족해했다. 조유화씨와 함께 온 이은정씨도 “고등학생 아들과 지난해 일반 물놀이장을 갔을 때 문제가 생길까봐 계속 따라다니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고, 샤워장이나 화장실 이용도 쉽지 않았다”며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들이 물썰매나 놀이 시설을 이용하고 싶어 해도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라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여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했다. “오늘은 서로 비슷한 입장이라 문제가 생겨도 양해를 구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이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나눠 입장해) 너무 붐비지 않아서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자폐를 앓고 있는 초등생 민수(가명)는 처음으로 엄마와 아빠, 여동생과 함께 워터슬라이드를 탔다. 집이 공릉동이라 개장 뒤 두어 번 워터파크를 찾았지만 워터슬라이드는 ‘눈팅’만 할 수밖에 없었다. 민수 엄마는 “워터슬라이드는 대기 줄이 긴데, 아이와 기다리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타는 건 꿈도 못 꿨다”고 했다. 워터슬라이드를 한 번 타본 민수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내 튜브를 또 챙겨 타는 곳으로 갔다. 민수 엄마는 “남 피해 줄까봐 걱정하지 않고 여유 있게 식구들이 같이 즐길 수 있어 참 좋다”고 했다.
워터슬라이드, 에어 슬라이드 등 물놀이 시설을 즐기는 모습.
야외수영장에서 만난 김상희(55)씨는 중도 시각장애인이다. 20여 년 만에 처음 물놀이장을 찾은 김씨는 “앞이 잘 안 보여 (장애물을 피할 수 없어) 다칠까봐, 또 길을 잃을까봐 공포심이 있어 물놀이장처럼 사람이 많은 곳은 엄두를 못 냈다”며 “오늘은 안전하게 물놀이할 수 있어 정말 즐겁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씨 옆에서 물놀이하던 김근철(67) 시각장애인연합회 노원구지회장은 “일반 물놀이장 대부분은 시각장애인들이 다칠 수 있어 위험하다며 입장조차 못하게 한다”며 “이렇게 걱정 없이 물놀이할 수 있어 힐링이 된다”고 했다.
휠체어를 탄 중증지체장애인 10여 명이 평상 주변에 모여 있었다. 이들은 곰두리자원봉사연합회 노원지회 회원들이다. 해변용 휠체어와 샤워용 휠체어를 무료로 빌릴 수 있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기구에 대한 부담 탓인지 주저하는 모습도 보였다.
워터슬라이드, 에어 슬라이드 등 물놀이 시설을 즐기는 모습.
어릴 적부터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해온 김문숙(67) 회장은 “텔레비전에서만 해수욕장, 물놀이장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물놀이장에 왔다는 것만 해도 즐겁다”며 “비록 풀에는 못 들어가도 더운 여름에 집에만 있으면 답답한데, 집 밖으로 나와 다른사람들 노는 걸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내년에는 휠체어에 앉아 시원한 물에 발을 담글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원구가 공공 물놀이장에 장애인 가족을 초청하는 행사는 올해로 4번째다. 2019년 발달장애인부모회 모임 ‘노원성장부모회’의 제안을 노원구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추진했다. 첫 회는 중랑천 워터파크, 2022년 2회째는 인덕대 워터파크에서 열렸다. 당시 회장이었던 오금란 서울시의원은 이날 개회식 인사말에서 개최 과정을 얘기하며 “발달장애가 있는 20대 아들이 어젯밤에 물안경, 수영복을 직접 준비했다”며 “장애인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자리가 어떤 의미인지 느껴졌다”라고 했다.
오금란 시의원은 행사 2주 전에 박향식 노원구장애인총연합회 사무국장과 함께 워터파크를 둘러보며 편의시설을 점검했다. 보완해야 할 부분은 김기곤 노원구 장애친화도시팀장에게 알렸다. 김 팀장은 체육도시과와 협의해 이동식 경사로, 손잡이, 장애인 전용 화장실, 점자 표지판 등이 추가로 설치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게 최대한 편의시설을 보완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김 팀장은 안전을 챙기면서도 행사장 운영이 지나치게 보호 중심이 되지 않도록 애썼다. 이날 오전 워터슬라이드 운영이 잠시 중단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한 명씩 튜브에 앉아 다섯 레인에서 동시에 내려와야 하는데, 한 튜브에 두 명씩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제재에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안전요원들이 운영을 중단해버렸다.
김 팀장이 나서서 한 명씩 두 레인에서만 내려오는 거로 운영자들과 조율해 재개했다. 김 팀장은 “올해 초 눈썰매장 장애인 가족 초청 때 지나친 보호보다는 장애인 당사자의 뜻을 최대한 들어주는 쪽으로 운영했는데 안전사고 없이 잘 마무리했다”며 “이번 행사도 최대한 당사자 의견을 존중해 준비하고 운영하려 했다”고 말했다.
5일 오전 노원 꿀잼워터파크에서 열린 ‘장애인 초청의 날’ 행사 개회식에 앞서 오승록 노원구청장(오른쪽 호스든 사람)이 풀장을 둘러보며 참여한 장애인들을 위해 호스로 물을 뿌려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그동안 노원구는 물놀이장 이외에도 다양한 장애인 가족 초대 행사를 열어왔다. 올해 2월 서울과기대 종합운동장에서 눈썰매장 폐장 다음날 장애인 가족들을 초대했다. 450여 명이 모여 눈썰매와 빙어잡이 등 겨울철 야외 활동을 즐겼다. 지역 축제에 시각장애인을 초청하는 행사도 열었다. 상반기에 열린 커피 축제와 수제맥주 축제에 시각장애인들이 참여해 시음과 도슨트 체험을 했다.
이날 개회식에 앞서 노원구장애인총연합회 회원 20여 명이 작은 이벤트를 열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해온 ‘행복해요’ ‘감사합니다’ 메시지의 카드섹션을 펼쳤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이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난 뒤 풀장을 둘러보며 참여한 장애인들을 위해 호스로 물을 뿌려 더위를 식혀줬다. 오 구청장은 개회식 인사말에서 “장애인 초청 행사에 참여자들의 호응이 높아 확대할 방침이다”라며 “장애인 친화 도시 명성에 걸맞게 진정성있게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