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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이주여성으로 ‘홀로서기‘에 나선 카페오아시아 신대방점의 루나 제너린(오른쪽) 사장이 밝은 얼굴로 창업에 큰 도움을 준 정선희 카페오아시아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16년 7월6일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루나 제너린(34)은 그날을 결코 잊지 못한다. 제너린은 그날 쑥스러우면서도 설레는 호칭을 얻었다. ‘카페오아시아 신대방점 사장.' 7평 크기에 직원은 달랑 자신뿐인 1인 매장이지만, 한국 땅에 스스로 뿌리내릴 삶터가 생긴 것이다.
“벌써 1년이 다 돼가네요.” 지난 18일 동작구 신대방동 동작상떼빌 아파트단지 안의 신대방점에서 만난 제너린에게선 제법 사장티가 났다. 편안하게 손님을 맞고, 능숙하게 커피를 뽑아 서빙했다. 제너린은 “이젠 주변에서 사장이라고 불러도 많이 어색하진 않다”며 웃었다. 커피와 티(차), 라테, 우리 차, 스무디, 주스 등 40여 가지 음료와 샌드위치, 조각 케이크 등을 월~토요일에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판다. 워낙 바지런해 가게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사회적협동조합인 카페오아시아가 대출을 도와 마련한 보증금 1500만원의 매달치 상환금과 이자, 월 임대료, 운영비 등을 제하고 한 달에 150만원가량을 집으로 가져간다.
자리를 함께한 정선희(55) 카페오아시아 이사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한다. 늘 웃고 싹싹해 손님들이 좋아하고 주변 상인들과도 친하다”고 칭찬했다. 제너린이 카페오아시아의 결혼이주여성 중에서 처음 독립한 ‘1호 사장'이라 내심 걱정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제너린은 “정 이사장과 카페오아시아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며 “이런 기회를 줘서 항상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손님들이 제너린이 사장인 사실을 알고 “대박”이라거나 “진짜 사장님? 대단하다”라고 말할 땐 힘이 난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서 큰언니와 막냇동생 같은 친밀감이 묻어난다.
루나 제너린(가운데)이 창업을 하기 전인 지난해 4월 카페오아시아 서교점에서 동료 바리스타들과 쿠키를 만들어보고 있다. 카페오아시아 제공
2015년 3월 어느 날
정 이사장이 제너린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굉장히 밝았다. 힘든 처지였는데,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 태도와 ‘한국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 속으로 놀랐다.” ‘면접'은 합격이었다.
당시 제너린은 ‘싱글맘'이었다. 2005년 결혼과 함께 한국 땅을 처음 밟은 뒤, 두 아이를 낳고 낯선 땅에 적응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가정불화로 결혼 생활은 7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무엇보다 두 아이와 ‘생존’하기가 절박했던 그때, 한국이주여성디딤터가 큰 도움이 됐다. 제너린은 디딤터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고, 커피가 매개가 돼 카페오아시아와 인연이 맺어졌다. “커피 머신을 만지면 참 좋았어요. 나만의 맛과 향을 지닌 커피를 만드는 것도 즐거웠구요.”
정 이사장은 제너린을 강남구 포스코센터 안에 있는 카페오아시아 직영점으로 보냈다. 3개월의 인턴 과정을 거쳐 정규직 바리스타가 됐다. 아이들과 함께 제너린은 차츰 평온을 찾았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정 이사장은 제너린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안했다. 카페를 창업해 독립해보라고 권한 것이다. 마침 카페오아시아는 카페에서 일하는 취약계층의 자립·독립 모델을 고민 중이었다. ‘인턴(3개월) → 정규직 바리스타 → 어시스턴트 → 점장 → 창업 사장'으로 이어지는 발전 경로를 마련했다. 정 이사장은 “충분히 경력을 쌓은 결혼이주여성이 바리스타로 똑같은 일을 계속하게 둘 수는 없었다. 창업을 통해 독립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통합도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주저하던 제너린은 용기를 냈고, 임대료가 싸면서도 목이 좋은 곳을 찾기 위해 서울 시내 여러 가게를 돌아본 끝에 신대방동에 자리를 잡았다. 제너린은 “디딤터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을 때 ‘나중에 내 커피숍을 차렸으면 좋겠다'고 혼잣말을 하곤 했는데 상상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제너린에게 꿈과 용기를 북돋운 카페오아시아는 결혼이주여성과 장애인, 탈북주민 등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적응을 목표로 2013년 설립됐다. 고용노동부가 인가한 1호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전국에서 9개의 카페로 시작해 지금은 직영점 6곳, 조합점 23곳으로 덩치가 커졌다. 현재 카페에서 103명이 일하는데, 그 가운데 결혼이주여성이 70명쯤 된다. 직영점은 물론이고 조합점들도 대부분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이 운영한다. 원두와 부자재의 공동구매, 디자인 공유, 공동 마케팅, 공동 메뉴 개발 등을 통해 비용을 아끼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재정적으론 ‘다문화 취·창업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포스코의 후원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제너린의 카페도 인테리어와 설비 비용 2000만원을 포스코가 댔다. 2017년 3월10일 제너린이 ‘감투'를 썼다. 이날 제너린은 카페오아시아 조합원 총회에서 이사 4명 가운데 한 사람이 됐다. 결혼이주여성으로선 처음이다. 어깨가 무겁다. 제너린은 “충남 금산으로 시집을 와 평생 농사짓는 사람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결혼이주여성을 지원하는 카페오아시아의 취지에 적합하고, 신대방점을 잘 꾸려와 자격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 뒤 제너린에겐 2개의 과제가 생겼다. 우선은 신대방점을 좀 더 내실 있게 운영하는 것. 제너린은 “두 아이가 모두 나중에 커서 엄마처럼 카페를 운영하는 바리스타가 되겠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항상 감사하며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 정 이사장이 “적어도 매달 200만원 이상은 수익이 생겨야지”라며 거든다. 자립을 꿈꾸는 카페오아시아의 동료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는 일도 게을리할 수 없다. 카페오아시아는 오는 8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온 말리, 타이의 순안 등 3명의 바리스타에게 자신만의 카페를 차리게 할 계획이다. 제너린은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일러주고, 신대방점에서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카페를 차린 이후에도 메뉴 개발이나 매장 운영 등 노하우를 전할 예정이다. 제너린은 “더 많은 결혼이주여성과 취약계층이 자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들어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제너린과 정 이사장은 커피로 함께 꿈을 볶는 든든한 ‘동료'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그리고 지난해 3월, 정 이사장은 제너린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안했다. 카페를 창업해 독립해보라고 권한 것이다. 마침 카페오아시아는 카페에서 일하는 취약계층의 자립·독립 모델을 고민 중이었다. ‘인턴(3개월) → 정규직 바리스타 → 어시스턴트 → 점장 → 창업 사장'으로 이어지는 발전 경로를 마련했다. 정 이사장은 “충분히 경력을 쌓은 결혼이주여성이 바리스타로 똑같은 일을 계속하게 둘 수는 없었다. 창업을 통해 독립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통합도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주저하던 제너린은 용기를 냈고, 임대료가 싸면서도 목이 좋은 곳을 찾기 위해 서울 시내 여러 가게를 돌아본 끝에 신대방동에 자리를 잡았다. 제너린은 “디딤터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을 때 ‘나중에 내 커피숍을 차렸으면 좋겠다'고 혼잣말을 하곤 했는데 상상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제너린에게 꿈과 용기를 북돋운 카페오아시아는 결혼이주여성과 장애인, 탈북주민 등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적응을 목표로 2013년 설립됐다. 고용노동부가 인가한 1호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전국에서 9개의 카페로 시작해 지금은 직영점 6곳, 조합점 23곳으로 덩치가 커졌다. 현재 카페에서 103명이 일하는데, 그 가운데 결혼이주여성이 70명쯤 된다. 직영점은 물론이고 조합점들도 대부분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이 운영한다. 원두와 부자재의 공동구매, 디자인 공유, 공동 마케팅, 공동 메뉴 개발 등을 통해 비용을 아끼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재정적으론 ‘다문화 취·창업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포스코의 후원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제너린의 카페도 인테리어와 설비 비용 2000만원을 포스코가 댔다. 2017년 3월10일 제너린이 ‘감투'를 썼다. 이날 제너린은 카페오아시아 조합원 총회에서 이사 4명 가운데 한 사람이 됐다. 결혼이주여성으로선 처음이다. 어깨가 무겁다. 제너린은 “충남 금산으로 시집을 와 평생 농사짓는 사람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결혼이주여성을 지원하는 카페오아시아의 취지에 적합하고, 신대방점을 잘 꾸려와 자격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 뒤 제너린에겐 2개의 과제가 생겼다. 우선은 신대방점을 좀 더 내실 있게 운영하는 것. 제너린은 “두 아이가 모두 나중에 커서 엄마처럼 카페를 운영하는 바리스타가 되겠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항상 감사하며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 정 이사장이 “적어도 매달 200만원 이상은 수익이 생겨야지”라며 거든다. 자립을 꿈꾸는 카페오아시아의 동료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는 일도 게을리할 수 없다. 카페오아시아는 오는 8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온 말리, 타이의 순안 등 3명의 바리스타에게 자신만의 카페를 차리게 할 계획이다. 제너린은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일러주고, 신대방점에서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카페를 차린 이후에도 메뉴 개발이나 매장 운영 등 노하우를 전할 예정이다. 제너린은 “더 많은 결혼이주여성과 취약계층이 자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들어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제너린과 정 이사장은 커피로 함께 꿈을 볶는 든든한 ‘동료'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