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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저는 나름 인기 있는 여성이라고 자부해왔습니다. ‘일과 결혼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이 좋아서 결혼도 하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40대 중반인 어느 날 돌아보니 저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군요. 가족 모임에 가도 모두 아이들 얘기로 화제가 모이다 보니 저로서는 진심으로 공감하기 힘듭니다. 얼마 전부터 각종 약속이 심드렁해지고 인간관계도 피곤합니다. 마치 저를 모임에 돈 내주는 기계로 치부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야속한 마음마저 드는군요.
직장에서 직급은 많이 올라갔는데, 그럴수록 제 주변에 편하게 얘기할 직장 동료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화장실에서 직원들이 저에 대해 ‘지적 잘하는 까칠 여왕’이라며 비웃는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표정인데, 제 능력이 임계점에 도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과감히 사표를 내고 새로운 인생에 모험을 걸어볼까 싶기도 한데, 어찌해야 할지 조심스레 문을 두드려봅니다. 정말이지 이렇게 나이 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A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를 하다 보면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릴 때가 있습니다. 모두 행복한 것 같은데 나만 홀로 인생의 쓰라린 패자가 된 기분이지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된 듯하다가도 가끔은 외딴섬에 홀로 버림받은 것 같은 고독감도 생깁니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초조한 느낌마저 듭니다. 사연 주신 분만 예외적 존재는 아닙니다.
공평하지 않은 인생이지만 한 가지 공평한 것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입니다. 이때 우리는 ‘불일치’라는 낯선 단어와 마주하게 됩니다. 회사나 조직의 행복과 내 행복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행복 불일치’에 대한 혼란과 자각이지요. 분명 직급은 올라갔고 외견상 성공의 길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진심으로 행복한 마음은 찾아오지 않는 현상입니다. 남들의 눈에 비친 나와 스스로가 진짜로 바라는 나의 모습에 불일치가 심할 때 정체성의 위기가 더 커집니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누구를 위해 이 길을 달리고 있는 것일까?’
시대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대략 청년기에서 중년기로 넘어가는 무렵에 찾아오는 불청객을 가리켜 영어권에서는 ‘중년의 위기’라고 표현합니다. 열정이 식고 때마침 육체의 호르몬에도 변화가 겹치면서 찾아오는 위기입니다. 40대와 50대에 그 증상이 유독 심합니다. 인생의 혹독한 영혼의 몸살입니다. 유쾌하지 않은 그 손님이 찾아온 것이죠. 인생의 호된 몸살을 가리켜 요즘은 ‘번아웃’(탈진)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육체와 정신의 에너지가 소진되고 방전되어버려 꼼짝하기 힘들고 의욕이 없어진 증상입니다.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그 몸살은 지독합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목격하는 행복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많습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매장의 진열장에 비치는 마네킹처럼 멋있게 치장한 ‘쇼윈도 행복’일 때도 있습니다. 많은 성공담 역시 분칠과 화장, 그리고 거품이 적지 않습니다.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 요리에 인공조미료와 설탕이 가득 뿌려져 있는 것처럼 쇼윈도 성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도 대중을 떠나 혼자 있는 시간에는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도 많습니다.
중독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이 성공 중독과 인기 중독이 아닌가 합니다. 심지어 돈과 권력, 이성에 초연한 종교인들조차도 결국 떨치기 힘든 것이 명예와 인기에 대한 집착입니다. 그분들도 신도가 줄어들거나 대중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저는 가끔 목격합니다.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마음 안에 있는 유독성 가스를 배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병이 납니다. 육체 아니면 마음, 혹은 그 두 가지 모두 병이 납니다. 회사를 옮기거나 직업을 바꾸는 것도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곳에서는 그곳대로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저는 두 가지를 권합니다. 먼저 며칠이라도 휴가를 내서 일터에서 멀리 떨어져 무작정 걸어보는 겁니다. 여행이 좋은 것은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 규격화된 틀을 스스로 깨보는 데 있습니다. 동료와 함께 가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가급적 혼자 있는 시간을 권합니다. 중요한 것은 나와 솔직히 민낯으로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겁니다. 되돌아보면 우리는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직장생활이란 마치 전투하듯 일에 치이고 도구로서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과를 위해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그게 반복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일회용 인간관계가 됩니다. 나 자신조차도 일회용 인간이 되어버린 사실이 더욱 무섭습니다. 두 번째로 감정을 솔직하게 공책의 흰 여백에 써보는 겁니다. 나를 스토리텔링해보는 거지요. 물론 처음에는 한 줄도 쓰기 힘듭니다. 남에 대해 쓰기는 쉬워도 자기 자신에 대해 쓰는 것은 무척 어색하고 생경합니다. 세상에 가장 두려운 것은 자기 자신과 솔직히 만나는 순간입니다. 나를 제대로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을 객관화하는 데도 서투르고 진정한 자기애도 없습니다. 혁신은 회사와 조직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인생 중반에 필수적인 과정이 자기 혁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괴테, 연암 박지원 같은 사람들도 호된 홍역을 앓았습니다. 그래서 먼 길을 떠났고, 돌아와 뉴 괴테, 새로운 연암이 되었습니다. 위대한 자기부정은 곧 위대한 인생을 탄생시켰습니다. 누구나 홍역을 앓습니다. 인생 중반전에 맞는 홍역은 무섭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자기 인생의 모습이 결정됩니다. 자기부정이 더 강한 자기 긍정을 만들어줄 겁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글 손관승 CEO·언론인 출신의 라이프 코치, 저서 <투아레그 직장인 학교> 등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중독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이 성공 중독과 인기 중독이 아닌가 합니다. 심지어 돈과 권력, 이성에 초연한 종교인들조차도 결국 떨치기 힘든 것이 명예와 인기에 대한 집착입니다. 그분들도 신도가 줄어들거나 대중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저는 가끔 목격합니다.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마음 안에 있는 유독성 가스를 배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병이 납니다. 육체 아니면 마음, 혹은 그 두 가지 모두 병이 납니다. 회사를 옮기거나 직업을 바꾸는 것도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곳에서는 그곳대로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저는 두 가지를 권합니다. 먼저 며칠이라도 휴가를 내서 일터에서 멀리 떨어져 무작정 걸어보는 겁니다. 여행이 좋은 것은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 규격화된 틀을 스스로 깨보는 데 있습니다. 동료와 함께 가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가급적 혼자 있는 시간을 권합니다. 중요한 것은 나와 솔직히 민낯으로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겁니다. 되돌아보면 우리는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직장생활이란 마치 전투하듯 일에 치이고 도구로서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과를 위해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그게 반복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일회용 인간관계가 됩니다. 나 자신조차도 일회용 인간이 되어버린 사실이 더욱 무섭습니다. 두 번째로 감정을 솔직하게 공책의 흰 여백에 써보는 겁니다. 나를 스토리텔링해보는 거지요. 물론 처음에는 한 줄도 쓰기 힘듭니다. 남에 대해 쓰기는 쉬워도 자기 자신에 대해 쓰는 것은 무척 어색하고 생경합니다. 세상에 가장 두려운 것은 자기 자신과 솔직히 만나는 순간입니다. 나를 제대로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을 객관화하는 데도 서투르고 진정한 자기애도 없습니다. 혁신은 회사와 조직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인생 중반에 필수적인 과정이 자기 혁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괴테, 연암 박지원 같은 사람들도 호된 홍역을 앓았습니다. 그래서 먼 길을 떠났고, 돌아와 뉴 괴테, 새로운 연암이 되었습니다. 위대한 자기부정은 곧 위대한 인생을 탄생시켰습니다. 누구나 홍역을 앓습니다. 인생 중반전에 맞는 홍역은 무섭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자기 인생의 모습이 결정됩니다. 자기부정이 더 강한 자기 긍정을 만들어줄 겁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글 손관승 CEO·언론인 출신의 라이프 코치, 저서 <투아레그 직장인 학교> 등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