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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3년, 바다를 표류하던 하멜과 네덜란드 선원 일행들이 미지의 땅을 밟았다. ‘코레 왕국’(조선)이었다. 이듬해 줄줄이 압송돼 효종을 알현했다. “우리는 외국인을 나라 밖으로 보내지 않는다. 보호해줄 테니 이 나라에서 여생을 마치라.” 어명이었다. 하멜은 13년 20일을 조선에서 살고 탈출해 <하멜 일지>를 써서 조선의 풍속을 서방에 알린다. 400여년이 흐른 오늘날, 오직 서울에서 살기 위해 대서양과 태평양, 인도양을 건넌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이 꼽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 서울살이의 흥과 애환을 들어봤다.
서울은 고요한 사찰의 도시
“도심에 이렇게 멋진 사찰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워요.”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안뜰로 들어서던 큐브라 아키(27)가 소리 높여 말했다. 처마에 볕 드는 봄날, 조계사 경내를 한 바퀴 돌고 청계천으로 향하는 산책로는 큐브라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큐브라는 7년째 서울에 살고 있다.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에서 태어나 앙카라국립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학창 시절 시인 백석에게 빠진 것이 계기였다. 성적이 좋아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서울에 왔는데, 조금씩 자리 잡아 지금은 작은 무역회사에 다닌다.
“조계사는 언제든 오기 쉽고, 연등회나 축젯날 외에는 늘 고즈넉하고 조용하거든요. 모든 것이 빠르고 소란한 서울 속에서 홀로 생각할 거리나 고민이 생기면 여기서 시간을 보내요.”
서울은 열린 사람들의 도시
서울에 산 지 5년 된 팀 티머시(33)는 서울에 정착한 이유로 ‘사람’을 꼽았다. “서울은 24시간 변해서 정의하기 힘든 도시지만, 타인에게 친절하고 열린 도시라는 건 확신할 수 있어요.”
팀은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왔다. 20대 초반 한국 여행을 하다가 한국 문화에 빠졌다. 특히 ‘넬’, ‘3호선 버터플라이’ 등의 밴드, 박민규와 김영하 같은 한국 작가들에게 반해, 더 깊이 알고 싶어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했다. 런던에서는 프리랜서 잡지기자로 일하며 한국 감독과 배우들을 인터뷰해 소개했고, 지금은 뉴욕의 젊은 감독을 도와 서울을 주제로 영상 작업도 한다. 서촌 ‘세종마을 음식거리’는 팀이 추천하는 서울의 ‘핫 플레이스’다. 여기서 통인시장을 거쳐 인왕산 수성동 계곡까지 닿는 길을 가장 좋아한다며, 숨겨둔 단골식당도 귀띔해줬다. 서울은 광장과 자유의 도시 ‘광화문광장’을 보고 비로소 ‘서울’을 실감했다는 리티카 다타(27)는 인도 뉴델리 출신이다. ‘한글’이란 문자 그 자체를 아낀다는 리티카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한국문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올해로 7년 차 서울사람이 됐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본 광화문광장은 정말 경이로웠고, 그 기분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요.” 리티카는 유창한 한국말로 그 기분은 ‘자유’였다고 요약했다. 리티카는 광화문광장이 한국에서 어떤 의미인지 안다. 지난해 겨울, 시민들이 가득 모여 촛불을 들고 자유발언대로 활용했던 공간이라는 것도 직접 봐서 알고 있다. “인도에서는 아직 여성에 대한 제약이 한국보다 큰 편이에요. 집밥과 고향이 그립지만, 여기서는 제가 늘 하고 싶었던 한국역사에 대해 주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고, 자유로워서 좋아요.” 서울은 쫄깃한 순대 같은 도시 영국 런던에서 온 제니(32)에게 서울은 ‘음식의 도시’다. 지난 10년 동안 열번이나 서울의 맛집만을 찾아 여행했다. ‘사천식 요리’로 유명한 중국 쓰촨 성에서 태어나 일찍이 런던으로 이주해 펀드분석가로 자리 잡은 제니는 음식 재료도 숫자 대하듯 깐깐히 분석한다. 그런 제니에게 ‘서울 음식’은 단연 최고였다고 한다. 14시간 비행한 뒤, 인천공항에서 서울에 닿자마자 가는 곳이 길거리 순댓집이다. 남은 10여일의 일정도 광장시장의 길거리 음식과 열무국숫집, 이름난 한정식집, 국밥집, 비빔밥집 등으로 야무지게 채워 순례를 했다. “서울의 순대에 비견할 만한 음식은 영국에도, 중국에도 없어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걸요. 특유의 쫄깃한 식감에 반해 계속 서울에 와요. 영국에도 순댓집이 생기면 좋겠어요.”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팀은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왔다. 20대 초반 한국 여행을 하다가 한국 문화에 빠졌다. 특히 ‘넬’, ‘3호선 버터플라이’ 등의 밴드, 박민규와 김영하 같은 한국 작가들에게 반해, 더 깊이 알고 싶어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했다. 런던에서는 프리랜서 잡지기자로 일하며 한국 감독과 배우들을 인터뷰해 소개했고, 지금은 뉴욕의 젊은 감독을 도와 서울을 주제로 영상 작업도 한다. 서촌 ‘세종마을 음식거리’는 팀이 추천하는 서울의 ‘핫 플레이스’다. 여기서 통인시장을 거쳐 인왕산 수성동 계곡까지 닿는 길을 가장 좋아한다며, 숨겨둔 단골식당도 귀띔해줬다. 서울은 광장과 자유의 도시 ‘광화문광장’을 보고 비로소 ‘서울’을 실감했다는 리티카 다타(27)는 인도 뉴델리 출신이다. ‘한글’이란 문자 그 자체를 아낀다는 리티카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한국문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올해로 7년 차 서울사람이 됐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본 광화문광장은 정말 경이로웠고, 그 기분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요.” 리티카는 유창한 한국말로 그 기분은 ‘자유’였다고 요약했다. 리티카는 광화문광장이 한국에서 어떤 의미인지 안다. 지난해 겨울, 시민들이 가득 모여 촛불을 들고 자유발언대로 활용했던 공간이라는 것도 직접 봐서 알고 있다. “인도에서는 아직 여성에 대한 제약이 한국보다 큰 편이에요. 집밥과 고향이 그립지만, 여기서는 제가 늘 하고 싶었던 한국역사에 대해 주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고, 자유로워서 좋아요.” 서울은 쫄깃한 순대 같은 도시 영국 런던에서 온 제니(32)에게 서울은 ‘음식의 도시’다. 지난 10년 동안 열번이나 서울의 맛집만을 찾아 여행했다. ‘사천식 요리’로 유명한 중국 쓰촨 성에서 태어나 일찍이 런던으로 이주해 펀드분석가로 자리 잡은 제니는 음식 재료도 숫자 대하듯 깐깐히 분석한다. 그런 제니에게 ‘서울 음식’은 단연 최고였다고 한다. 14시간 비행한 뒤, 인천공항에서 서울에 닿자마자 가는 곳이 길거리 순댓집이다. 남은 10여일의 일정도 광장시장의 길거리 음식과 열무국숫집, 이름난 한정식집, 국밥집, 비빔밥집 등으로 야무지게 채워 순례를 했다. “서울의 순대에 비견할 만한 음식은 영국에도, 중국에도 없어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걸요. 특유의 쫄깃한 식감에 반해 계속 서울에 와요. 영국에도 순댓집이 생기면 좋겠어요.”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