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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더 눈이 가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육아 관련 예능 프로그램이다. 아이와 놀아주는 아빠 또는 엄마의 모습이 가정의 달 취지에 딱 맞다. 한편으로는 위화감 체감온도가 급상승한다. 예능에서 보이는 가족들은 늘 화목하다.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즐거운 체험을 한다. 아이들은 날마다 새 옷을 입고, 새 장난감을 갖고 논다. 제주도를 기본으로 국내 곳곳을 돌고, 평생 한 번 가기도 힘든 외국도 쉽게 오간다. 아이와 친해지고 싶은 부모한테 어떻게 대하라는 팁도 주지만, 사느라 바쁜, 돈 버느라 바쁜 평범한 부모한테는 꿈도 꾸기 힘든 일상이다.
그래서 육아 예능이 시청자들한테 무엇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가도 새삼 곱씹게 하는 달이다. 육아 예능 속 이야기는 대부분 협찬 관련으로 꾸려진다. 프로그램 안에서 그들이 체험하러 가는 장소나 여행지도 협찬일 때가 많다. 제작진이 찾아본 뒤 원하는 곳을 직접 섭외하기도 하지만, 이곳에 와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는다. 아이들이 입고 나오는 옷도 협찬일 때가 있다.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가방을 아이들이 굳이 메고 나오는 것도 협찬이기 때문이다. 매주 새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하는 제작진 처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과해서 본질을 잃고 있다.
육아 예능의 취지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있는 것이다. 아이의 성장에 아빠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함께 있는 그 자체의 소중함을 전달해야 한다. 좋은 곳에 가고, 비싼 것을 먹는 게 다가 아니다. 최근 육아 예능의 대부분은 이런 내용으로 채워진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방문한 음식점 등에서는 그걸 역으로 홍보에 이용한다. ‘가 먹은 ’라고 소개도 한다. 제작진은 굳이 안 해도 될 인테리어 소개에 시간을 할애하며 또 다른 위화감 조성에 쐐기를 박는다.
육아 예능으로 아이에 관심을 두는 아빠가 많아졌다. 원하는 걸 달라고 무작정 우는 아이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등 전문가의 조언도 큰 지침서가 된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습득할 수 있는 정보들이 알토란같이 많다. 이런 장점들을 협찬으로 인한 홍보성 내용 혹은 위화감 조성으로 상쇄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좋은 취지로 시작해놓고, 비싼 소고기를 마음껏 사줄 수 없는 아빠들, 좋은 곳에 데리고 갈 여유가 없는 아빠들을 상처받게 한다면 프로그램도 억울하지 않을까? 집에서 함께 요리를 하고, 동요를 부르고, 동네를 산책하는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재미를 줘야 한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누구든 따라 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육아 예능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연예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