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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대 관악구 독서홍보대사로 선임된 구두미화원 김성자씨가 지난 12일 오후 관악구청에서 50여m 떨어진 자신의 구두수선대에서 구청 1층 ‘용꿈 꾸는 작은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옆에 둔 채 구두를 닦고 있다. 관악구 제공
지난 4월19일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구두미화원인 주민 김성자(53)씨를 새로 ‘관악구 독서홍보대사’로 임명했다. 김씨는 2014년 12월부터 2년 동안 독서홍보대사를 지낸 김을호 책읽는나라운동본부 상임대표에 이어 제2대 관악구 독서홍보대사가 된 것이다.
구에 따르면 독서홍보대사는 ‘독서문화진흥 이미지 향상에 도움을 주면서 사명감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이다. 김씨는 앞으로 1년 동안 지역 내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갖가지 홍보 활동을 맡게 된다.
김씨의 직장은 구청에서 50m 정도 떨어진 1.5평짜리 구두수선대다. 김씨는 이곳에서 1991년부터 남편 강규홍(63)씨와 함께 26년 동안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구두를 닦아왔다.
김씨의 구두수선대는 그의 독서실이기도 하다. 김씨는 구청 1층에 있는 ‘용꿈 꾸는 작은도서관’의 최고 단골이다. 지난 2년 동안 400여권의 책을 이곳에서 빌렸다. 1주일에 4~5권씩 빌린 것이다. 구두 닦는 손님이 없는 시간이면 ‘그만의 독서실’에서 책을 읽는다.
언제부터 책을 가까이했나?
“초등학생 때부터다. 그때 <캔디 캔디> 등 만화책을 즐겨봤다. 고등학생 때는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즐겨 읽었다. 그 뒤에도 책을 놓지 않았지만, 책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1990년이다. 슈퍼마켓에 물품을 납품하는 도매유통업이 망한 때였다. 남편이 배달 중 큰 교통사고를 냈다. 그때 주로 에세이집, 심리 상담, 가정 상담 책을 많이 읽었다. 책을 읽으면 위로가 되고 힘이 생긴다. 나보다 힘든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힘을 내자는 마음을 갖게 됐다.”
김씨는 책을 통해 마음을 치유한 덕에 다시 1년 만에 일을 시작했다. 지금 하고 있는 구두 미화 일이다.
업종을 바꾼 탓에 처음엔 힘들었을 것 같다.
“일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더 힘들었다. 그때 일부에서는 ‘구두닦이는 전과자들이 하는 일’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처들도 책을 통해 달랬다. 지금은 아주 바빠졌지만 구두 미화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손님이 하루에 한두명 있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 내 손에는 늘 책이 들려 있었다.” 김씨는 당시 책을 구하기 위해 일요일 등 쉬는 날이면 신림동 헌책방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새 책을 살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동네서점에 앉아 새 책을 읽을 때도 있긴 했다. 1988년생인 딸과 1990년생인 아들이 동네서점에서 학습지 내용을 공책에 적고 있을 때 두 아이 곁에서 책을 읽은 것이다. “마음씨 좋은 동네서점 주인에게 아이들 학습지 살 형편이 못 된다는 얘기를 했더니, 서점에서 학습지 베끼는 것을 허락해주었어요.” 김씨는 그렇게 독서를 쉬지 않는 사이에 자신도 조금씩 성장해갔고 구두미화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크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요즘도 헌책방에서 책을 사나? “그렇지 않다. 2011년부터 책을 구하는 경로가 크게 바뀌었다. 구청 1층에 ‘용꿈 꾸는 작은도서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주로 책을 빌린다. 2012년에는 관악구 은천동 집 근처에도 ‘한울 작은도서관’이 생겨 더욱 편해졌다. 그렇게 큰 ‘서재’들이 생겼으니 책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 김씨는 자신이 독서홍보대사가 된 것도 관악구의 작은도서관 시스템 덕이라며 겸손해한다. 관악구는 2010년 유종필 구청장이 취임과 함께 “구민 누구나 걸어서 10분 안에 도서관에 갈 수 있도록 하자”는 정책을 제시한 뒤 독서 인프라를 빠르게 늘려왔다. 2010년 당시 관악구 안의 도서관은 겨우 5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3곳에 이른다. 한 동에 2개 이상의 도서관이 있는 셈이다. 장서도 2010년 22만여권에서 2017년 4월 말 현재 63만여권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관악구민들은 또 ‘지식도시락 책배달서비스’를 이용해 60만권이 넘는 이 장서들을 어느 도서관에서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김씨도 최근 자기개발서인 <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를 지식도시락 서비스로 주문한 뒤 ‘용꿈 꾸는 작은도서관’에서 편하게 대출받았다고 한다. 관악구에서는 이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전담 인력 6명과 차량 3대를 늘 투입하고 있다. 김씨는 “독서 홍보대사가 되는 데에도 지식도시락 서비스 덕을 톡톡히 본 것 같다”고 말한다. ‘서재’가 커진 덕에 독서의 범주도 넓어졌을 것 같다. “좀 더 다양한 책을 빌려보게 됐다. 나이가 들다 보니 건강 관련 서적을 보기도 하고,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유머책을 빌려 보기도 한다. 또 여행 관련 책도 즐겨 읽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이들과 관련된 책도 많이 빌려 본다. 구두 수선 손님 중에 젊은 대학생들도 많다. 취업난을 비롯해 젊은 세대가 느끼는 문제를 알아야 그들과 대화도 하고 조언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주제의 책을 훑어보다 보면 그 속에서 다양한 배움을 얻게 된다.” 김씨는 “독서홍보대사가 됐다는 사실에 아직도 떨리고 내가 자격이 되나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구두 미화나 수선을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관악구의 작은도서관 정책이나 지식도시락 서비스 이야기를 꼭 한다”고 말한다. 그 자신이 독서를 통해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했듯이, 더욱 많은 주민들도 독서의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 하는 마음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는 천생 ‘독서홍보대사’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일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더 힘들었다. 그때 일부에서는 ‘구두닦이는 전과자들이 하는 일’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처들도 책을 통해 달랬다. 지금은 아주 바빠졌지만 구두 미화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손님이 하루에 한두명 있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 내 손에는 늘 책이 들려 있었다.” 김씨는 당시 책을 구하기 위해 일요일 등 쉬는 날이면 신림동 헌책방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새 책을 살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동네서점에 앉아 새 책을 읽을 때도 있긴 했다. 1988년생인 딸과 1990년생인 아들이 동네서점에서 학습지 내용을 공책에 적고 있을 때 두 아이 곁에서 책을 읽은 것이다. “마음씨 좋은 동네서점 주인에게 아이들 학습지 살 형편이 못 된다는 얘기를 했더니, 서점에서 학습지 베끼는 것을 허락해주었어요.” 김씨는 그렇게 독서를 쉬지 않는 사이에 자신도 조금씩 성장해갔고 구두미화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크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요즘도 헌책방에서 책을 사나? “그렇지 않다. 2011년부터 책을 구하는 경로가 크게 바뀌었다. 구청 1층에 ‘용꿈 꾸는 작은도서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주로 책을 빌린다. 2012년에는 관악구 은천동 집 근처에도 ‘한울 작은도서관’이 생겨 더욱 편해졌다. 그렇게 큰 ‘서재’들이 생겼으니 책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 김씨는 자신이 독서홍보대사가 된 것도 관악구의 작은도서관 시스템 덕이라며 겸손해한다. 관악구는 2010년 유종필 구청장이 취임과 함께 “구민 누구나 걸어서 10분 안에 도서관에 갈 수 있도록 하자”는 정책을 제시한 뒤 독서 인프라를 빠르게 늘려왔다. 2010년 당시 관악구 안의 도서관은 겨우 5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3곳에 이른다. 한 동에 2개 이상의 도서관이 있는 셈이다. 장서도 2010년 22만여권에서 2017년 4월 말 현재 63만여권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관악구민들은 또 ‘지식도시락 책배달서비스’를 이용해 60만권이 넘는 이 장서들을 어느 도서관에서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김씨도 최근 자기개발서인 <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를 지식도시락 서비스로 주문한 뒤 ‘용꿈 꾸는 작은도서관’에서 편하게 대출받았다고 한다. 관악구에서는 이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전담 인력 6명과 차량 3대를 늘 투입하고 있다. 김씨는 “독서 홍보대사가 되는 데에도 지식도시락 서비스 덕을 톡톡히 본 것 같다”고 말한다. ‘서재’가 커진 덕에 독서의 범주도 넓어졌을 것 같다. “좀 더 다양한 책을 빌려보게 됐다. 나이가 들다 보니 건강 관련 서적을 보기도 하고,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유머책을 빌려 보기도 한다. 또 여행 관련 책도 즐겨 읽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이들과 관련된 책도 많이 빌려 본다. 구두 수선 손님 중에 젊은 대학생들도 많다. 취업난을 비롯해 젊은 세대가 느끼는 문제를 알아야 그들과 대화도 하고 조언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주제의 책을 훑어보다 보면 그 속에서 다양한 배움을 얻게 된다.” 김씨는 “독서홍보대사가 됐다는 사실에 아직도 떨리고 내가 자격이 되나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구두 미화나 수선을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관악구의 작은도서관 정책이나 지식도시락 서비스 이야기를 꼭 한다”고 말한다. 그 자신이 독서를 통해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했듯이, 더욱 많은 주민들도 독서의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 하는 마음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는 천생 ‘독서홍보대사’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