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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의 하루

등록 : 2017-06-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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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스비에스·이하 <웃찾사>) 폐지로 개그계가 뜨겁다. 이용식이 <웃찾사> 녹화장인 서울 등촌동 공개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정종철 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폐지를 반대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웃찾사> 폐지에 다른 방송사 출신 개그맨들까지 나서서 목소리를 높인다. 그만큼 개그에 바치는 개그맨들의 노력이 눈물겹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은 1주일의 대부분을 개그 꼭지(코너) 짜는 데 할애한다. 직장인처럼 날마다 회의실에 출근해 온종일 아이디어를 내고 시간이 되면 퇴근한다. 예능프로그램 녹화가 있거나, 고참 선배들을 제외하면 모두 그래야 한다.

<웃찾사>의 경우 등촌동 공개홀에 코미디언실이 있다. 출연 개그맨들은 날마다 그곳에서 회의를 하고, 화요일 제작진 앞에서 1차 검사를 맡는다. 지적 사항을 수정한 뒤 목요일에 2차 검사를 하고, 금요일 녹화를 한다. 녹화가 끝나도 다시 다음 주 회의에 들어가는 등 쉴 틈이 없다.

한 개그맨은 “퇴근을 해도 삼삼오오 모여 회의를 한다. 사실상 24시간 개그를 생각하며 산다”고 했다.

토크쇼, 버라이어티 등 예능프로그램은 작가가 대본을 쓰지만, 개그프로그램은 개그맨이 작가다. 개그맨들이 아이디어를 짜서 오면, 꼭지 담당 작가와 회의를 해서 대본으로 정리하는 식이다. 간혹 피디가 아이디어를 주지만, 개그는 개그맨이 만든다.

그러나 저작권은 인정받지 못한다. 방송으로 나가는 이상 모든 권리는 방송사에 있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도 <웃찾사>도 중국에 포맷을 팔았지만 해당 꼭지 아이디어를 낸 개그맨들한테 한푼도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출연료가 많은 것도 아니다. 신인들은 회당 50만원 남짓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개그 프로그램 안에서 ‘톱’으로 분류되는 서너명도 회당 150만원 정도를 받는다. 토크쇼 메인 진행자의 출연료는 회당 1000만원을 넘어선다. 1주일 내내 회의한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거나, 녹화를 했는데 편집이 되면 출연료를 받을 수 없다. 날마다 출근한다고 해서 월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공채로 뽑힌 뒤 계약금을 주고 얼마간은 일정 금액이 나오지만, 이후에는 없다. 그래서 제작진이나 선배 개그맨들이 신인들을 지나가는 역할로 참여시켜줘서 출연료를 받게 하는 식으로 배려한다.

방송사가 ‘대우’해주지 않아도, 생활이 풍족하지 않아도 이들은 오로지 웃기고 싶다는 열정으로 버텼다. 그런데 이제 웃길 수 있는 장소마저 사라졌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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