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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예능인들의 귀환

등록 : 2017-06-1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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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시작한 문화방송(엠비시) <일밤-세모방: 세상의 모든 방송>은 호기롭다. 일요일 오후 6시30분, 이른바 예능에서 가장 ‘핫’한 시간에 방송하는데 진행자가 글쎄 ‘노땅’들이다. 허참, 송해, 이상벽, 임백천이 후배인 박명수, 박수홍, 김수용 등과 함께 나온다. 혹자는 어른들의 출연에 우려를 내비치지만, ‘일밤’의 이런 선택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다.

한때 예능계를 주름잡았던 주인공들이다. 나이가 들고 예능 흐름이 잡담 위주로 바뀌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시청률 경쟁이 심해지면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진행자 위주로 진영이 짜였다. 말장난이 늘고, 진행자들끼리 놀리고 놀림받는 구조가 되면서 ‘점잖은 어른’들을 찾지 않게 됐다. 개그맨 이홍렬은 2년 전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구봉서 선생님은 지금도 개그를 하고 싶어한다. 무대만 있으면 하실 분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회도 그렇지만, 연예계는 ‘쓰임새가 다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한테 더 가혹하다.

한류 열풍 등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가 주목받는 지금의 초석을 다진 이들이 바로 ‘어른’들이다. 무대에서 마이크 하나로 웃겼던 시절부터 시작해, <유머 일번지> <웃으면 복이 와요> 등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예능 전성기를 이끌었다. 토크쇼 시대를 지나,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까지 이어온 바탕에는 이런 어른들이 ‘딴따라’ ‘광대’라는 시선을 견디며 노력한 땀이 있다. 이들은 한국 예능이 인정받지 못하고, 노하우도 없던 시절 일본 유학까지 가는 열정으로 공부하고 도전하며 새로운 예능의 흐름을 구축했다. 이홍렬이 요리와 토크쇼를 병행했던 <참참참>이 없었다면, 지금의 요리 예능도 없었다. 신동엽이 주축이 된 ‘19금 예능’도 이들이 시대를 앞서 도전했던 것이다.

피디들은 어른들은 감각이 없다고 한다. 잡담 대신 이들에겐 진득함, 신뢰감이 있다. 송해처럼 관객에게 스며들며 구수하고 정감 어린 진행을 잘하는 이는 없다. 임백천의 신뢰감 가는 맑은 목소리와 허참의 능청스러운 진행은 후배들이 따라갈 수가 없다.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는 송해는 지금도 지하철로 녹화장까지 이동하고 녹화 전날 촬영장에 내려가 준비한다. 열정은 후배들보다 더 청춘이다.

뭐든 조화가 중요하다. 언제까지 잡담으로 가득한 후배들의 가벼운 예능으로만 버틸 것인가? 선배들이 중심을 잡아주고,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 혹은 선후배가 조화를 이루는 프로그램은 묵직함을 준다. 어른들한테 설 무대를 주고, 선후배의 조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세모방>의 선전을 기원해본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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