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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여성안심특별시 정책에 총회의장 등 관심”

세계대도시연합 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등록 : 2017-07-0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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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여성가족재단 강경희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지난 6월2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대도시연합’ 총회에 참석해 발표한 서울시의 여성안심특별시 3.0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불 끄는 소화기를 만들 때도 여성안심 매뉴얼이 적용돼야 합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강경희(58) 대표와 인터뷰를 하다 이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정말 ‘남성의 시각’으로 볼 수 없었던 세상의 다른 측면이 있구나 싶었다.

강 대표는 지난 6월2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대도시연합(메트로폴리스, World Association of the Major Metropolises) 총회에서 서울시 ‘여성안심특별시’ 정책의 내용과 구체 사례를 발표했다. 세계 138개국 도시로 구성된 세계대도시연합은 세계 대도시 간 국제협력과 교류를 목적으로 1985년에 설립된 국제기구다.

“재해 때 여성들은 노인이나 아이들을 데리고 피난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력 면에서도 성인 남성들보다 약합니다. 그러므로 서울시가 2015년 발표한 ‘여성안심특별시 2.0’ 정책에서는 재해 때 사용할 ‘여성안심 매뉴얼’을 중요하게 제시했습니다. 소화기나 완강기(고층 건물에서 불이 났을 때 몸에 밧줄을 매고 높은 층에서 땅으로 천천히 내려올 수 있게 만든 비상용 기구) 등 재난시설이 모두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여성들도 쓰기 편리하게 무게와 크기를 줄인 소화기 등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것입니다.”

강 대표가 몬트리올 세계대도시연합 총회에서 발표한 내용 중 일부다.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세계대도시연합 총회에 참석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세계 각국의 여성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나?

“우선 캐나다 여성정책의 역사를 배울 수 있었다. 몬트리올은 1989년부터 여성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터널 등 여성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공간에 대한 대처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여성 통행권이 이슈가 되고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여성들을 위해 횡단보도 앞 보도를 좀 더 넓혔고, 버스나 지하철 배차 간격 결정도 여성들의 유연근무나 쇼핑 시간까지를 고려해 고민하고 있다고 해 인상 깊었다.”


강 대표는 또 “1분에 1건씩 성폭력이 일어나는 르완다에서도 최근 성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쉼터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발표 내용도 고무적이었다”고 전했다.

서울시 여성정책이 어떤 점에서 참가국 대표들의 관심을 끌었나?

“서울시 여성안심특별시 정책에 대해 라우라 페레스 세계대도시연합 여성네트워크 의장이 다른 세션에서 사례로 거론하는 등 참가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여성안심특별시 정책은 2013년 ‘1.0’에서 출발한다. 이때 여성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들을 추진했다. 늦은 시각에 귀가하는 여성을 위한 안전귀가 스카우트, 혼자 사는 여성들을 위한 ‘안심 택배함’ 등이 대표적이다. 2015년 발표한 ‘여성안심특별시 2.0’에서는 스마트 기술 접목이 눈에 띈다. 위급 상황 때 ‘안심이’ 앱을 깐 스마트폰을 흔들면 앱이 작동돼 가장 가까운 경찰서 등으로 바로 연결되도록 했다.”

강 대표는 2016년 5월17일 발생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뒤 발표된 ‘3.0’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중심을 옮긴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한다. “시시티브이를 더 많이 설치하는 것을 넘어 사회 구성원들이 여성 존중 가치관을 가지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성들의 인격이나 존엄성이 침해되는 데이트폭력, 디지털 성범죄 대처에서 학교나 직장에서의 성평등 문화 확산 등 평등사회 가치관 확산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세계인들에게 서울시 여성정책이 깊은 인상을 준 요인 중 하나는 이렇게 서울시가 여성정책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실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성평등지수는 아직도 매우 낮은 것 아닌가?

“그렇다. 우리나라의 성평등지수, 성격차지수는 여전히 하위권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쫓아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새로운 여성정책을 만들고 있다. 물론 한계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각 위원회의 여성 비율을 40%까지 높이라고 했지만, 실천이 안 되는 곳도 여전히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현재 어떤 것에 역점을 두고 있나?

“‘가치 중심’의 여성안심특별시 3.0 정책에 맞춰 올해는 어린아이에서 노인까지 전 생애주기별로 성 인지교육 체계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재단은 지금까지 재단에서 운영하는 보육서비스지원센터를 통해 어린이집의 성 인지교육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올해는 이와 함께 유치원과 대학교에까지 성 인지교육 체계를 갖추려고 한다.”

강 대표는 “남성들 중에는 성평등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성평등지수가 높아질수록 남성들도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라고 한다. 강 대표는 대학 졸업 뒤 홍콩에 있는 가톨릭학생아시아운동본부 등 일반 사회운동을 주로 해왔다. 여성운동과는 2002년 여성재단 사무총장이 되면서 인연을 맺었는데, “처음엔 낯설다가 여성운동에 참여하고 알아가면서 성평등을 통해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여성운동을 누구보다 지지하게 됐다”고 말한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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